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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부' FA컵 결승, 상처 남긴 지상파 TV중계
게시물ID : humorbest_7678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oA*
추천 : 57
조회수 : 4854회
댓글수 : 1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10/19 21:42:21
원본글 작성시간 : 2013/10/19 21:11:43
가뜩이나 타 종목보다 더딘 중계편성으로 속이 상했던 국내 프로축구 팬들이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국내 성인 축구의 최고봉을 가리는 권위 있는 대회인 FA컵, 그것도 결승전에서 벌어졌다.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하나은행 FA컵 결승전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는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명승부 중 하나로 평가됐다. 전·후반과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접전 끝에 포항이 우승컵을 가져갔다. 포항은 통산 4번째(1996 2008 2012 2013) 정상에 오르며 역대 최다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혼신의 힘을 다한 두 팀의 선전에 패자도 박수를 받았다. K리그 전통의 명문 클럽다운 경기력을 가을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펼쳤다.



전북 현대를 누르고 FA컵 2년 연속 정상에 오른 포항 스틸러스들이 기뻐하고 있다./ 전주 | 박진업기자[email protected]

하지만 이 역시 '그들만의 축제'라는 왜곡된 국내 환경을 벗어나지 못했다. K리그는 클래식(1부)과 챌린지(2부) 주요 경기뿐 아니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클럽의 경기 또한 TV중계 방송에서 현격히 푸대접을 받아왔다. 축구 팬들의 수요에 부응하고 많은 팬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K리그 중계 방송이 많아져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송사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K리그의 상품성이 부족해 시청률과 광고 수익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채널에서마저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FA컵 결승전을 지상파인 MBC에서 중계한다는 사실에 축구 팬들은 크게 고무됐다. K리그 클래식 1, 2위 팀의 맞대결로도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실망만 하게 됐다. 결승전은 경기를 중계한 MBC 방송 스케쥴에 맞춰 오후 1시 30분에 열렸다. 일반적으로 K리그는 낮 경기를 오후 3시 전후에 연다. 대회를 주관한 대한축구협회로선 티켓 판매 부진에 대해 우려까지 할 정도였다. 또한, 경기 시간이 앞당겨지면, 프로 선수들의 생체리듬과 컨디션, 집중력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연장 전반 15분을 안방에서 볼 수 없었던 축구 팬들에겐 이보다 더한 것을 잃었다고 방송사와 관계자들에게 분노했다.

하지만 모처럼 잡힌 지상파 중계에 '맞춤식 경기'를 펼쳤는데도 축구 중계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정규 90분을 마친 뒤 연장에 들어가기 직전에 "정규방송 관계로 중계방송을 마친다"는 코멘트가 나왔다. 그나마 "(자회사인) 케이블채널에서 이어 중계한다"고 밝혔는데, 이미 케이블채널에선 프로농구 중계방송 중이었다. 채널을 돌렸을 땐 4쿼터 4분쯤 남아있을 때였다. 즉 농구 경기가 끝난 뒤 연장전을 볼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때부터 SNS상엔 해당 중계 방송사를 비난하는 글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중계방송을 위해 경기 시간부터 전체적인 일정을 바꾼 대한축구협회와 양 팀 선수단과 관계자, 축구 팬을 전혀 배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다소 불편한 부분을 감수했음에도 경기를 끝까지 '책임지지 않은 것'에서 나온 일종의 배신감이 폭발한 것이다. 결승전을 중계하는 데 연장전까지 고려하지 않는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단판승부로 치러지는 FA컵 결승은 전후반 90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연장전, 그래도 우승팀을 가리지 못하면 승부차기를 한다. 축구 중계를 맡은 제작진은 무슨 생각으로 시간 편성을 했는지 모르겠다. 또한, 농구 팬들도 피해자였다. 다급하게 FA컵 결승 연장전을 중계해야 하는 사정으로 농구 경기 후 선수 인터뷰를 생략한다고 밝혔다.

결국, 케이블채널에서 FA컵 화면이 뜬 건 연장 후반을 앞뒀을 때였다. 이미 연장 전반엔 포항 황선홍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하는 등 승부의 변수가 될만한 장면이 나왔다. 그러나 축구 팬들은 '황 감독이 왜 퇴장을 당했는지?'에 대한 상황을 전혀 모른 채 남은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누구를 위한 중계방송이었는가. 축구 팬은 물론 모처럼 TV를 통해 결승전을 본 팬들에게 상처만 남긴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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