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냐만은
그래도 광희는 잘해내고 싶었다
보란듯이 웃음을 주고 그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옆에 있던 재석과 하하, 준하의 말이 많아질수록
광희의 떨림은 더 깊어지고 있었다
그런 광희의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명수의 관심과 눈길은 온통 재석에게 향해있었다
야속한 사람 같으니-
명수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재석이 얄미웠다
저 눈빛이 나를 향해야 한다고 속으로는 몇십번을 소리쳤지만
그걸 내뱉을 수 없다는게 광희는 안타깝고 쓰라렸다
게다가, 부쩍 세형이 무도에 참여하는 일이 많아지고는
명수의 눈길이 자기에게 더 멀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정한 남자, 그렇게 좋다고 할때는 언제고 지금은 이렇게...
아직도 그때의 손길이 남아있는것만 같다
좋다고 해주고 잘한다고 해주던 명수의 입술이
아직도 광희의 눈앞에서 너울거리는 것만 같았다
잘해내야 한다, 잘해내서 다시 한번 칭찬 받아야해
다시 한번 속으로 되새기는 찰나,
명수가 광희를 스윽 한번 보더니 윗입술을 씰룩거렸다
짧은 순간이긴 했지만 분명 그것은 신호였다
너와 나만 아는 우리만의 연결고리, 은밀한 그것.
광희는 떨림이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곤,
희열과 정을 가득 담아 명수의 뺨을 내리쳤다
찰싹-
한창 분위기를 이어가던 촬영장은
방금 터진 명수의 무리수 개그로 잠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그 정적을 깨는 따귀 소리와 명수의 과도한 리액션은
그러한 정적을 깨기에 충분했다
재석이 이를 놓칠리 없었고
광희가 오랜만에 웃음을 잡았다며 칭찬을 쏟아부었다
광희는 굳어있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오랜만에 해냈다는 그것과 동시에
잠시 잠깐 느꼈던 명수의 말랑거리는 살결때문이기도 했다
해냈다는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번엔 명수의 아랫입술이 지근거리며 광희를 몰아세웠다
찰싹-
그렇게 두번째 따귀를 성공시킨 광희는
묘한 떨림과 설렘이 피부에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막 아침에 일어난것처럼 몽롱하니 정신이 흐릿했다
잘한건가, 내가
광희의 얼떨떨한 표정을 본 명수가
흐르듯 손을 내밀어 광희의 허벅지를 툭툭하며 토닥였다
옆자리에 앉은 누구도,
주변에 있던 스탭도 눈치채지 못했고,
간질거리는 손가락에 광희만 잠시 움찔했을 뿐이었다
이러한 광희의 반응이 귀여운듯
명수는 미소를 머금었다
촬영장은 여전히 시끄러웠고
세형과 하하가 멱살잡이를 하며 웃음을 유발하고 있었지만
광희는 방금전 자기의 활약상을 곱씹느라 그런 것들을 볼 틈이 없었다
그나마 명수의 도움이 있어서 터져나올 수 있었던 웃음
언제나 나를 챙겨주는 나의 구원자, 나의 아저씨, 명수형
광희의 이러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명수는 가느다란 다리로 발차기를 하느라 광희 쪽은 바라보지도 않았다
저런 시크하고 도도한 면이
어쩌면 더 광희를 설레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