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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2
게시물ID : readers_76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태연
추천 : 1
조회수 : 37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6/13 00:53:29
  


  김남주  -  학살2



  오월 어느날이었다 
  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리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앗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대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둔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낮이었다 
  낮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이민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민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군의 군인들을 
  낮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낮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낮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날 낮이었다

  낮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낮 12시 
  거리는 한 집 건너 울지 않는 잡이 없었다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 버렸다 
  낮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 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리 처참하지는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리 치밀하지는 않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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