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슴체를 쓰려다 오른손이 빤히 쳐다봐서 그냥 써요.
1. 저는 국군 모 병원에서 복무를 했어요.
나름 군병원이었지만 평일이든 주말이든 할 것 없이 민간인들이 득실대는 곳이었어요.
위병소가 있긴 했지만 별 쓸모가 없는 게, 영내에 병원과 생활관이 나눠져 있는데
민간인들도 면회소에서 출입증만 받으면 병원까지 들어갈 수 있었거든요.
이게 가끔 문제가 됐어요.
병사들이 무척 바쁘기 때문에 병사들끼리 돌아가면서 번개조를 맡았는데,
병원에서 탈영병이 발생하거나 민간인이 소동을 일으키면 번개조가 출동하거든요.
그런데 한 번은 어떤 전역한 부사관이 병원 본관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거예요.
그때가 하계 오전 8시...
학과출장 중이었는데 번개조 급히 출동 ㄱㄱ
전 번개조가 아니라서 나중에 전해들었는데, 병원에 무슨 불만이 있어서 계속 난동을 부렸대요.
그래서 번개조는 뭐했냐고 물으니 그냥 둘러싸고 가만히만 있었다고..
민간인이라 군인이 건드릴 수는 없고 해서 경찰에 신고하고 지켜만 보고 있었다고;;
20분 정도 지나서 경찰이 와서 그 아저씨 체포해갔어요.
그 후에도 그 아저씨는 가끔 아침마다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 그때마다 주임원사님 달려들어서 말리고 경찰에 신고하고 그랬는데 결국 나중에 고소한다니까 그제서야 발길이 끊겼...
아.. 재미없다. ㅠ
2. 이번 껀 좀 재미있을 듯 ㅋㅋ
흔히들 군대에서는 여자들이 다 예뻐보인다고 하는데
간호장교들 중에는 진짜 연예인 뺨치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도 많아요.
그것땜에 일부러 교회도 가고 그랬는데..
여튼, 평일에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번개조를 소집하는 거예요.
그래서 무슨 일인가 싶어 행정병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 어떤 민간인이 위병소에서 또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거예요.
내용을 들어보니 대충
"OOO장교를 만나게 해달라고! 나 여기까지 왔다고 말하면 나올 거라고!"
...
이번에도 경찰서 전화해서 체포해감.
알고보니 OOO 간호장교가 다른 병원부대에 있었을 때 서로 친해졌는데, 이 병사가 전역하고 고백을 했대요.
근데 OOO 간호장교는 그 고백을 거절했고, 연락도 피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전역한 사람은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다시 만나려고 먼 곳까지 찾아와서 위병소에서 그 슬픔의 춤시위를..ㅠㅠ
아..쓰고보니 슬픈 얘기네요.
3. 제가 있던 병원은 입원한 환자가 꽤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환자들 관리하기가 어려운 편인데
한 번은 오후 8시쯤 당직사관이 병사들을 집합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집합장소에 가면서 애들한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어떤 환자가 탈영을 했대요.
환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 병원에서 탈영이라니.. 이해가 안 됐어요.
하지만 당직사관이 말하기를..
"이 병사의 여자친구가 오전에 면회를 왔고, 헤어지자는 말을 한 것 같다. 마지막 목격자의 말을 들어보니 크게 낙심한 얼굴이었다고 한다. 자살을 했을 수도 있고 탈영을 했을 수도 있다."
아...ㅠㅠ
쉬어야 하는데..
이노무 환자시키!! 걸리기만 해봐라!! 하면서 병사들은 화난 상태로 환자를 찾아다녔어요.
근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 거예요.
그렇게 9시까지 찾다가 막사로 돌아와서 부랴부랴 청소하고 점호 대충하고 자고 일어났는데
음..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요. 어떻게 됐더라???
아, 면회할 때 사복을 건네받았다고 하더라구요. 그걸 입고 민간인인 척 위장해서 탈영을 했대요.
소속부대에 보고되고, 헌병에게 잡혔다는 소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