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이름은 마틴 토마스, 예전에는 똑똑했었다.
나는 마틴의 집 앞에 도착했다. 근데.. 내가 왜 왔더라??
외투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으며 뒤로 돌았다.
어, 마틴네 열쇠다.
"무슨 일이세요?"
집에서 마틴네 집주인이 나왔다.
나는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어 저기.. 마틴을 만나러 왔습니다.. 저는 혀.. 형이에요.."
외투 옷깃이 내려와서 얼굴이 훤히 드러났다.
집주인은 획하며 등을 돌리더니 손가락으로 계단 쪽을 가리켰다.
"그 놈의 아인슈타인 양반한테 냄새 좀 어떻게 해보라고 전해줘요."
퉁명스럽게 말하곤 문을 꽝 닫고 들어가버렸다.
쿵쾅거리며 계단을 올라가 어설프게 문을 열었다.
지독한 냄새가 나고 있지만 모든 게 익숙하다.
바닥에 있는 시체도 익숙하다.
마틴.
아 진짜였구나.
그의 침대에 앉아 생각했다.
내가 사고력이 좀 부족해도 우주는 매우 엄격한 법칙을 가진 만만치 않은 장소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순간이동장치 따위를 만들면 우주는 자신을 속이려고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달가워하지 않는다.
분명 어디든 갈 수 있다. 시드니나 리오, 하와이를 하루 만에.
하지만 각각 다른 장소에 0.5초라도 동시에 존재하면 법칙을 거스르게 된다.
다른 장소로 이동 후 재조립이 될 때마다 이전에 존재하던 사람은 죽어야 한다.
"넌 모..몰랐잖아."
마틴에게 말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자살을 용서하려 한다.
그런데 녹아버린 내 얼굴을 만지는 순간 갑자기 복제오류가 떠올랐다.
순간이동을 할 때마다 곱절로 늘어나는 아주 작은 오류.
움직임이 느려지고 못생겨지고 멍청해진다.
장치를 마틴의 주머니에서 꺼냈다. 순간이동 한 번이면 난 마틴도 잊고 모든 걸 잊는다.
내가 이걸 원하는게 맞나? 젠장. 기억이 나질 않는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뱉었다.
다시 시작하는거야.
내 이름은 마틴 토마스, 예전에는 똑똑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