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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게시물ID : sisa_4945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빨간머리삐삐
추천 : 11
조회수 : 51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3/24 19:55:01
일요일 오전,
카페에서 느긋이 책을 읽다가
불현듯 불안감이 엄습해 왔습니다.
알렝 드 보통이 테드에서 언급한 커리어에 대한 불안이 저에게도 찾아온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크든 작든 이런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때로는 이 작은 불안감으로 인해 한 없이 괴로울 때도 있지요.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복지>란 이런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이 좀 깁니다.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두들 <복지>가 가난하고 돈 없고 힘 없는 약자들을 보호해 주는 사회적 장치라고 생각하시죠?
물론 그런 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보다 근본적으로 그런 사람들을 줄여나가기 위해 복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이 글에서의 복지는 북유럽의 시스템을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1. 당신은 대학생입니다. 그런데 대학 전공이 너무나 적성에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영부영 2년이 지나버렸고, 당신은 이미 엄청난 돈을 대학 등록금으로 내 버렸습니다.
더이상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억지로 졸업하고 취직을 노려보지만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한번의 선택이 내 인생의 길로를 확 바꿔버린 것 같아 괴롭고 힘들지만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습니다.
 -> 당신은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되거나 아주 작은 금액을 냅니다.
대학 진학에서의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라서 보통 일년 안에 많은 사람들이 과를 바꾸거나 학교를 바꿉니다.
사회 생활을 하다가 다시 대학으로 들어 온 사람도 많아서 특별히 내가 일년 늦어진다는 느낌을 크게 받지 않습니다.
학교를 옮길 때 경제적 부담도 없습니다. 부모님도 자신이 등록금을 내 주시는 것이 아니므로 크게 간섭하지 못합니다.
 
2. 당신은 아르바이트로 생활해 가고 있습니다. 개인적 실수로 다리를 다쳐 2~3달 동안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은 별로 없고 그 또한 병원비로 많이 날아갔습니다.
당장 다음달 생활비가 걱정입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도 싫고, 벌린다해도 큰 도움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 병원비의 부담이 줄어듭니다. 아르바이트라도 꾸준히 경제적 활동을 한 것을 증명하면 쉬는 일정 기간동안 경제적 보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리를 다친 당신은 쉬는 기간 동안 여유를 갖고 다른 일을 알아 보거나 그동안 못했던 취미생활을 해 볼 수 있습니다.
 
3. 당신은 사회인입니다. 회사의 노예가 된 것 같습니다.
월급을 많이 받아도 쓸 시간이 없고, 하루종일 일해도 박봉인 경우도 많습니다.
-> 야근이란 개념이 잘 없습니다. 오늘 일이 많아 한 시간 더 일하면 내일 한시간 일찍 퇴근해도 됩니다. 주 40시간을 철저히 고수합니다.
불가피하게 야근을 계속하게 되는 경우 본 시급의 1.5~2배에 해당하는 시급을 야근 수당으로 받습니다. 하지만 보통 안 받고 일찍 가겠다고 합니다.
(유일한 예외는 정치인입니다. 정치인은 박봉에 야근도 많습니다. 봉사의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80%, 60% 근무를 희망할 수 있습니다. 80%만 일하고 월급도 80%만 받는 것입니다.
맞벌이의 경우 한 쪽은 풀 타임 한 쪽은 6~80% 근무를 택하기도 합니다.
일년에 한 번 <휴가(라고 쓰고 방학이라고 읽는다)>가 주어집니다. 보통 5주간을 받습니다.
이때 해외여행을 가거나 산장같은데서 가족과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월급은 나오구요.
 
4. 당신은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내 인생은 사라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아 놓은 돈도 별로 없고 아이 교육비도 걱정됩니다.
아이가 생겼을 경우, 남자라면 외벌이의 부담감이 생기고, 여자는 회사에서 잘리게 될 것을 걱정합니다.
->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출산휴가는 남녀 똑같이 6개월씩 총 1년 받을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한 사람이 일 년 몰아 쉴 수도 있습니다.
초중고대학교까지의 교육이 무료이므로 교육비의 걱정도 덜 수 있습니다.
자녀 한 명당 육아비가 나오기 때문에 최소한의 먹고 입는 돈은 정부의 돈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5. 당신은 은퇴해야 할 나이입니다.
나이는 들고 모아 놓은 돈은 조금 있더라도 앞으로 몇 십년을 더 살지 모릅니다. 불안해서 돈을 쓸 수가 없습니다.
병이라도 들면 병원비는 어떻게 할 지... 자식에게 손 벌리기는 더욱 싫지만 힘들수록 자식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 은퇴와 동시에 고생 끝! 행복 시작!입니다. 아직 60대는 젊습니다. 연금은 생활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나옵니다.
이 돈들은 내가 생전에 열심히 일해서 받을 수 있는 돈입니다. 일평생 사회 생활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은 연금을 최저수준으로 받습니다.
여행도 가고 취미생활도 즐기다가 몸이 많이 불편해지면 시설로 갈지 가족과 함께할지를 결정합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이런 것을 의미합니다.
무조건 요람에서 무덤까지 아무것도 안해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인생에서의 중요한 시기에 당신이 무너지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다는 겁니다.
물론 열심히 일한만큼 벌어갈 수 있습니다. 당신의 능력과 성과는 인정하면서 당신의 <실수>도 인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선택과 실수들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실수>가 <실패>와 직결되는 사회에서는 어떤 실수도 용납되지 않고 순간에 모든 것이 날아가게 됩니다.
이러한 인간적인 실수들을 인정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망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복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 있으면 이런 얘기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북유럽이 어디에 존재하는 지 어떤 나라인지 제대로 배운 적도 없습니다.
그저 미국만을 바라보고 미국만이 이상적인 나라라고 배우지요.
 
물론 이런 복지를 얻기 위해선 국민들이 청렴하게 세금을 납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세금은 보통 월급의 25~50%를 냅니다. 여기서 50%란 정말 그 사회의 10%의 고액 급여 수급자들이 내는 세금입니다.
예를 들어 200만원을 버는 사람은 실수령 150정도입니다. 세금으로 낸 50안에 연금이며 건강보험이며 교육비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월 500을 버는 사람은 350-380 정도를 가져갈 겁니다. 당신이 월 1억을 버는 사람이라면 월 육천만원 정도를 가져가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이것은 정확한 계산은 아닙니다. 대략 이 정도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 주세요)
그런데 어차피 세금 수령 후의 금액을 월급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세금 떼기 전 금액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실수령으로 월 200을 버는 사람도 자기를 중간층 정도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먹고 입고 자고 배우고 여행하는 데 아무 문제 없으니 어찌보면 맞는 말이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월 200 버는 사람이 나는 만족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월 400, 500을 벌어도 자기보다 위의 사람과 비교하고 열등감을 느끼며 비싼 옷, 구두, 차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
 
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나라가 이런 <복지>가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국민들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 일이지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수없이 이민을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위와같은 복지국가에서는 지나치게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또한 어마어마합니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이 의무감을 가지고 세금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정말 내가 번 돈으로 그런 세금 내기 싫으면 이민 가도 됩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IKEA의 사장은 세금 내기 싫어서 국적을 바꿨어요. 
모든 것은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세금 많이 낼 거 같아서 싫다고 하지 마시고
이런 나라에서 살다가... 정말 여러분이 1%의 부자가 되고 엄청난 세금을 내야하는 경우가 오면
진지하게 이민을 생각하는 것이
오지도 않을 미래의 억만장자를 꿈꾸며 복지를 거부하는 대다수의 우리보다
현명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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