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 Peanuts
보육원이 드디어 이사를 했어.
장난감, 장식들, 그리고 각종 서류들 모두 옮겼는데 복사기는 임대한 거라서 회사에서 회수하러 올 때까지 예전 건물에 놔두기로 했지.
새 허가문서 때문에 복사기를 쓸 일이 생겼는데, 한 5분밖에 안 걸리겠다 싶더라고.
예전 건물에 혼자 있으려니까 좀 불안했어.
여기서 있었던 일에 어느 정도는 죄책감을 느껴. 그날 간식을 가져 온 게 나였으니까.
복사할게 7장 남았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갔고 그때 그녀가 사무실 문을 통과해서 나타났어. 죽었던 날 입고 있던 자주색 옷 그대로.
피가 흐르는 기관지 절개 수술자국과 눈물이 그렁그렁한 부은 눈을 봤을 때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시는 게 느껴졌어.
"마가렛, 나랑 놀자!" 그녀가 내 치마폭에 매달리며 쇠를 긁는 듯 한 목소리로 말했어.
"리디아, 미안해. 난 몰랐어. 네 부모님조차도 모르셨고!!" 그녀에게서 도망치며 나는 소리 질렀어.
"마가렛, 나랑 놀자!!" 그녀가 다가오며 다시 소리쳤고.
"안 돼. 리디아, 나 바빠." 나는 그녀에게서 휙 비켜서면서 서류를 들고 앞문으로 달려갔어.
손잡이를 돌렸지만 문이 열리질 않았어.
"마가렛, 나랑 놀자!!!" 리디아가 내 뒤에 나타나 다시 요구했어.
그 목소리가 빈 건물에 울려 퍼졌고, 그녀의 주의를 돌려서 창문을 열수 있기를, 그래서 도망칠 수 있길 바라면서
내뱉어 버렸어.
"알았어. 뭐하고 싶은데..!"
"병원놀이! 내가 의사고 마가렛이 환자를 하는 거야." 그녀가 대답함과 동시에 목구멍이 부어오르는 게 느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