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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y의 자전거 세계여행_몽골11
게시물ID : bicycle2_187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oby
추천 : 18
조회수 : 714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4/03/25 05:01:15

ㅁ 몽골 15일째(7월 8일),  산넘고 물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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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보니 날씨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것 처럼 꾸물꾸물했다.  전날 비에 젖어서 말리려고 자전거에 널어놨던 옷과 신발을 만져보니
습기를 빨아들여서 더 축축해진 것 같다.  아침먹고 정리한 후 게르 할아버지께 인사드리니 비 온다고 더 있다가 가라고 하시는건지 가지 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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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많이 쏟아졌다.  언덕을 올라갈 때는 빗물이 모여 길을따라 또랑에 물 흐르듯이 많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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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계속 오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2시간 정도 지나니 비가 그치고 점차 개이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니 자켓의 모자까지
두집어 써 시야가 갑갑하고 땀이 차 꿉꿉했지만 비가 내리는 드넓은 초원을 지나는 것은 멋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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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타고 잘 씻지도 못해서 동네 그지 같다.  내가 봐도 웃기지만 왠지 싫지 않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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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비석인지 세워져 있었는데 그냥 넓은 초원 중간에 서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짐작해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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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해진 날씨에 풀밭에 앉아 초코바와 비스켓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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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가서 나온 마을 나샨트.  이곳에서도 물과 먹을 거리를 사러 작은 가게에 갔는데 엄마로 보이는 아주머니는 밖에서 담벼락 페인트 칠하고 
밖에서 남동생과 놀던 열살정도 되는 여자아이가 따라 들어오더니 계산을 해 준다.  감자를 사니 낡은 전자저울 꺼내서 띡띡 버튼도 눌러서 달아주고
아주 똘똘하고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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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고 멋진 산들이 둘러싸고 있어 여유가 있다면 한국에 있을 때 여름에 와서 쉬었다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쁜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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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큰 산을 하나 넘어야 했는데 주로 승용차나 버스가 다니는 완만한 고개는 좀 돌아가야 해서 경사가 심하지만
바로 산을 넘어가는 짧은 길을 택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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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별로 힘들어 보이지 않게 나왔는데..
깔딱고개 처음에는 꽥꽥 악을 쓰며 올라가려고 했던 강형도 결국엔 내려서 끌바를 했다.  울란바트로에서 출발한지 처음으로 경사길에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강형을 보니 나는 기분이 흡족했다.  나만 끌바를 하는 약해빠진 놈이 아니라는 일종의 위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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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는 어김없이 어워가 있었고 저런 간판도 있었다.  이런곳에 무슨 간판을 세웠놨나 하고 간판 내용이  궁금했었는데 나중에
강형 몽골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산불조심하라는 내용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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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도 처음에는 브레이크를 꽉 잡아서 바퀴가 돌아가지 않는데도 흙길을 줄줄 미끄럼 타는 경사가 심한 길이었다.
조금 더 내려가서 숲길이 예뻐 서로 사진을 찍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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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하고 시원해서 힐링되는 기분이 들었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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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조리 재미있는 숲속의 내리막 길을 내려오니 나무들이 점점 줄어 들고 다시 초원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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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에 들어서고도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져 안장에서 엉덩이를 들고 신나게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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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질주가 끝나고 울퉁불퉁한길, 푹푹 빠져서 몇번 자빠지고 하는 힘든 모래길이 3시간 정도 이어졌다.  
강형도 나한테 얘기 했지만 풍경이 꼭 동물의 왕국에 많이 나오는 아프리카의 초원과 많이 닮았는데, 물리면 엄청 따갑고 가려운 모기가
자꾸 달라 붙고 오늘 하루 묵어갈 강이 있는 곳이 멀지 않아서 쉬지 않고 페달을 밟느라 진이 많이 빠져서 강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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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착한 곳은 시멘트나 나무로 만든 다리가 아닌 물에 둥둥 뜨는 다리가 놓인 강이었다.  다리를 건너가니 이곳을 지나는 차들을 대상으로
음식과 물품을 파는 게르들과 오두막이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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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는 군대에서 군인들이 강을 건너기 위해 임시로 사용하는 부교였는데 도색된 색으로 러시아에서 들여온게 아닌가 추측해 보았다.
이 다리를 가져다 설치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건지 차들은 따로 요금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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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강은 폭이 넓고 깊으면서도 물살이 빨라서 부실해 보이지만 이 다리를 이용하기 위해 많은 차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는데 버스도 많이 왔다.
무게 때문인지 안전때문인지 버스가 오면 우선 버스에 탓던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고 차가 다리를 지난 후에 다시 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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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리를 건너 갔다가 가게들 있는 곳이 좀 소란스럽고 텐트 칠 장소도 마땅치 않아 다시 다리를 건너와 강 옆에 텐트를 쳤다.
강이 옆에 있으니 씻고 물 쓰는것은 좋은데 역시 물이 있는 곳이라 모기가 엄청 많았다.  모기들 극성에 밥도 빨리 해먹고 텐트로 들어갔다.

시간이 지나 깜깜해 져서 잘려고 누워있는데 밖에서 누가 텐트를 툭툭 치며 시끄럽게 했다.  나가보니 몽골 젊은 두놈이 와서 어슬렁 거리며
가지고 있는 후레쉬로 얼굴을 대놓고 비추며 버릇없이 굴었다.  딱 보니 술을 먹었는지 정상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우리는 한국인이고 울란바트로에서 흡스골 간다고 할수 있는 소개를 간단히 했는데도 계속 이죽거리길래
나도 짜증나서 렌턴으로 한놈 얼굴을 비추며 섰으니 강형이 그러지 말라고 한다.  내가 캔유스픽 잉글리쉬? 하니 예스 하길래
왜그러냐, 싸우길 원하냐 물으니 계속 몽골 말로만 뭐라고 해댔다.  그냥 술주정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가라고 하니 go는 알아들었는지
뭐라고 더 하더니 잠시 후 가버렸다.  그동안 순박하고 친절한 몽골인들을 대하다가 저런 놈들을 보니 더 한심하고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이동거리 85km.



ㅁ 몽골 16일째(7월 9일),  초원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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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다리를 건너는 버스들이 몇대 있었다.  아마 저 버스들은 울란바트로에서 출발했을 테니 저녁이나 밤에 출발해 밤새 달려왔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다리를 건너기 위해 버스가 서면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오줌을 눈다는 것이었다.
여자들도 근처 나무 있는 곳까지 가지 않고 좀 걸어가다가 대충 엉덩이 까고 일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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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올렸던 버스 사진 보고 순천에서 자기 학교다닐때 통학버스였다고 하신분이 있었는데 이 버스는 누가 모르실까요? 
옆쪽에 예일초등학교하고 신세계고속관광이라고 써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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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쯤 도착한 마을 토슨젠겔. 이 마을은 집은 꽤 여러채 되었는데 지나오면서 들렀던 다른 마을과는 다르게 사람이 많이 안보여서 그런지
활기찬 분위기가 없었다.   한 가게에 들러 물을 끓여 준다고 해서 사발면을 사먹었는데 진열한 물품이 얼마 없어 얘기하니
나담 축제 얘기를 한다.  축제 기간이라 물품을 공급하는 업자나 차량이 쉰다는 얘기 같았다.  
여기도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자매인지 여자애 둘이서 가게를 보고있었는데 어수룩하지 않고 똘똘하게 우리를 대하는 모습이 이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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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언덕에 산에 길도 좀 힘든 날이었고 풍경도 지나온 길에서 본것과 비슷비슷해서 중간 사진이 별로 없다.
오후가 늦어 무릉이라는 제법 큰 도시를 25km정도 앞두고 언덕위에 있던 게르를 찾아가 허락을 얻고 텐트를 쳤다.  
날씨도 덥고 힘든 길에 지치기도 해서 무릉까지 가면 너무 늦을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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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게르를 선택한 것은 언덕 바로 넘어에 이쁜 호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정말 호수에 수은이 담겨 있는 것처럼
깨끗하게 반짝거렸는데 가까이서 보니 가장자리로 물이 좀 말라있었다.  게르 아저씨가 먹지는 못하는 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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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게르 가족들도 텐트 치는데 와서 거들어 주고 물도 한통 먹으라고 차에서 내려주고 친절하게 우리를 대해 주었다.
젊은 애가 말을 말 타고 와서 사진 찍어 달라고 해서 사진 찍어 주었는데 돌아가면서 사진찍는 포토타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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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게르 가족 구성이 좀 애매했는데 있는 동안 지켜보니 이 아주머니가 게르의 안주인 되시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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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타보라고 해서 우리도 타 봤는데 강형이 탈때는 얌전히 있더니 내가 타자 한쪽으로 돌기도 하고 풀을 뜯기도 하고 딴청하는 것 같았다.
말을 만져 보는 것도 처음이고 타 보는 것도 처음인데 보던 것과는 달리 말 척추도 딱딱하고 자세가 불안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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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보니 저 말은 저 여자아이 말이었다.  처음에 봤을 때는 얼굴도 뽀얗고 귀염둥이 막내딸로 이쁨 받으면서 크겠거니 했는데
저 짧은 다리로 말 위에서 통통거리며 완전 잘 타고 어른들 도와 일도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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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우리보고 어른들이 말도 못타셈? 즐~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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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피 뜨거운 청춘들.  왼쪽에 불혹을 넘긴 것 같은 인상쓰고 젊은이는 26살.  한국에서 잠깐 일도 했었다고 한다.
여기 게르의 가족은 아니고 친척쯤 되는 것 같았는데 다른 젊은 애 둘이 잘 따르는 동네 형 같은 분위기 였다.
나한테 몇살이냐고 물어 봐서 39살이라고 하니 만만해 보여서 엉까려다 좌절하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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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도 노숙해 보이기는 하지만 17살인 스카이키.  강형이 다른 젊은 애들한테 담배를 권할때 얘도 옆에서 받아 들길래 나이가 좀 있는 줄 알았다.
17살이라고 해서 강형이 담배 안돼 안돼 하니 피지는 않고 한쪽귀에 꽂고는 헤벌쭉 웃는데 그때는 딱 17살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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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다른 젊은이 라이.  라이는 25살인데 역시 나이에 비해 훨씬 어른스러워 보였고 행동과 말투가 묵직했다.  상남자 스타일..
생긴것도 잘 생겼는데 눈동자가 약간 회색에 서양형 얼굴로 혼혈 느낌이었다.  

어른들이 차 마시라고 게르에 초대해서 다 마시고 나오니 라이가 양을 한마리 작업하고 있었다.  우리가 게르에 왔을 때부터 양 한마리가
게르 옆에 묶여 울고 있길래 저거 잡을라고 하나? 양 잡는 거 한번 보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내가 차 마시는 동안 벌써 죽여서 가죽을 벗기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끔찍할 수도 있지만 나는 양이 절명하는 순간을 보고 싶었던 것인데 잠깐의 차이로 놓쳐서 많이 아쉬웠다.

위의 아주머니가 라이와 저 여자아이의 엄마 되시는 것 같고 여기 주인 아저씨의 누나나 여동생쯤 되는 것 같았는데 라이의 아버지 되시는 분은 
보이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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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는 아주 능숙하게 양을 손질했는데 주머니칼로 다리 관절에 쓱쓱 칼집을 내더니 똑똑 분질러 내고 주먹을 세게 밀며 가죽을 몸통에서 벗겨냈다.

라이 팔에는 문신이 있는데 한쪽에는 몽골리아라는 글자, 한쪽에는 뱀이 그려져 있었다.  자기가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쁘지는 않았다.
문신을 보니 초원에서 생활하는 젊은이들의 발산하지 못하는 열정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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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키가 점박이 말을 한마리 데려 오더니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주인 아저씨도 지나가다 보고는 사진찍어 달라고 하는걸 보니
특별한 말인가 보다.  점박이 말이라 그럴수도 있고 어쩌면 스카이키가 어렸을때 나담 축제에 저 말을 타고 경주에 출전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저녁이 되자 많이 쌀쌀해 져서 주인 아저씨가 몽골 전통의상을 입고 나타나셨는데  워낙 골격도 크시고 생긴것도 매트릭스에 나오는, 
걸어다니는 로봇타고 마지막까지 싸우는 미퓬함장 닮아서 카리스마 작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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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소들이 초원에서 돌아오고 여자들은 작은 의자와 양동이를 가지고 가 젖을 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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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에 초대되어 가면 내어주는 저 작은 의자는 젖짤때, 밥먹을때 등등 유목민들에게 참 유용한 의자같다. 작고 가벼워서 이동할때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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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초원에 나가 풀을 뜯던 소들이 저녁에 알아서 우리로 몰려 오는것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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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알고보면 저 꼬마들이 우리에 인질로 잡혀있기 때문에 어미소들이 새끼 젖줄려고 다시 돌아 오는 것이다.  소니까 우(牛)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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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여유로운 시간,  이쁜 노을이 큰 선물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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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호수에 반사되어 더 멋진 모습, 카메라엔 담을 수 없는 경이로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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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기온, 저녁 노을, 가축들의 울음소리.. 저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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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이곳 사람들은 분주했고 여자 아이도 말을 이리저리 몰며 초원에서 돌아온 가축들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 스카이키가 도와 주는 건지 오토바이를 부다당 부다당 난폭하게 몰더니 금방 상황을 종료시켰다.  여기는 뭐 어른이고 애들이고 다 짱이다.

이날 이동거리 6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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