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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과 초딩과 나의 광기
게시물ID : humorbest_769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와다아
추천 : 45/27
조회수 : 1856회
댓글수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12/31 19:52:37
원본글 작성시간 : 2004/12/31 12:55:00
난 국민학교 실절 때 부터 오락실을 다녔다. 지금은 고 3이다. 10여년 동안 삥도 많이 뜻겼고 많이 맞기도 했고 많이(?) 잡혀가기도(?) 했다. 그래도 즐거웠다. 처음 삥을 뜯겼을 때만 해도 나는 순수했다. "야, 너 돈 좀 있냐?" "응. 나 있어" "내가 지금 돈이 없어서 그러는데 돈좀 빌려주라" "응. 얼마나?" "그냥 다 내놔" "응, 꼭 다음에 줘야 돼?" "........." 삥 뜯던 그녀석은 나의 순수함에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삥 뜯은 돈으로 게임은 안하고 재빨리 사라졌다. 난 돈이 없어서 그저 남들 겜하는걸 구경 하기만 했다. 즐거웠다. 다음 날 나는 돈 한푼 없이 오락실에 왔다. 그 당시 난 일주일에 2천원씩 받아서 생활 하는 초딩이었다. 난 쭈그려 앉아 남들 게임 하는걸 보며 그놈을 기다렸다. "왜 안오지? 나 돈 없는데... 게임 하고 싶은데..." 잠시 후 오락실 문이 열리며 그 놈이 왔다. "형아!" 난 반가움에 그렇게 그놈을 불러댔다. "..........." 그놈은 잠시 당황하는것 같았지만 그냥 무시하고 게임에 열중했다. "형아, 나, 돈....." "너 누구야?" "나 몰라? 어재 내가 돈두 빌려 줬는데..히히" "어, 몰라." "어, 이상하다.. 분명히 어제 빌려준 형아 맞는데..." "아씨 안꺼져? 너땜에 뒤졌잖아!" "미, 미안해..." 난 친구들에게 사정을 말했고 친구들은 내가 당한것이라 설명 해줬다. 원래 그런녀석들은 돈 뺏을때 처음엔 빌려달라고 하고 안주면 때리면서 강제로 뺏어간다고... 내가 또 그놈 아는척 하면 그놈이 내 눈깔을 꺼내 먹어버릴 수도 있다고... 난 왠지 그놈이 무서워져서 다른 오락실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곳에도 그런 놈들은 있었다. "야, 내가 지금 돈이 없어서 그런데 돈좀 빌려주라" "형아가 누군줄 알고 빌려주냐?, 어차피 나중에 보면 모른다고 하실거잖아. 맞지?" 난 자랑스럽게 그렇게 말했다. 그 놈의 습성을 간파했으리라 생각하니 어린마음에 스스로 자랑스러웠던 것이다. "이 새끼... 너 잠깐 따라와봐" 난 따라갔고 당시 순수했던 나로선 상상도 못했을 만큼 맞았다. 반말 했고, 개겼고, 결정적으로 돈이 200원 밖에 없어서 맞았던 것이다. 그날 엄마는 두개로 늘어난 내 얼굴을 보고 왜 그렇게 됐냐고 물었고 나는 엄마를 원망하며 돈이 200원 밖에 없어서 이렇게 되었다고.. 용돈좀 더 달라고 요청했다. 중학생 쯤 되자 오락실에서 삥 뜯기는 일은 없어졌다. 가끔 친구들에게 뜯기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고딩들은 왠만해선 삥을 뜯지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고등학생이 중학생을 상대로 삥뜯는다는건 조금 X팔린 일이 아닌가? 고딩쯤 되면 나름대로 자부심이 생기는 모양이다. 내가 중학생땐 선배들이나 고딩들이 가장 무서웠다. 철권이란 게임이 있다. 이 겜 없으면 오락실 아니다. 난 철권을 무지 잘한다. 스스로 이런말 하긴 좀 그렇지만 정말 잘하긴 잘한다. 중2쯤 되었을땐 적수를 찾기가 힘들었다. 처음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이겨버렸다. "오.. 쫌 하는데?" 고딩이 말했다. 그 고딩은 객관적으로 약간 잘하는 편이었다. 철권하는 사람은 다 알것이다. 나도 좀 그렇지만 철권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최강고수인줄 안다. 지면 손이 안풀려서 그랬다던가 방심을 해서 그랬다던가... 그렇게 생각한다. 이 놈도 그렇게 생각했음에 올인할 수 있다. 그 놈은 계속 나에게 도전했다. 난 계속 이겼다. "하하, 너 정말 잘하는구나?" "이 새끼 정말 장난 아닌데?" "야야, 좀 살살 해라" "야, 살살 하랬지?" "야, 야비좀 그만 쓰지?" "야, 야, 씨-_-발 야!" 난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계속 이겼고 그 놈은 계속 지고 자기가 최고라 자부했던 그놈은 중딩한테 깨진것에 대해 상당히 자존심 상해했고 난 오락실 전용 빨간 의자로 두들겨 맞는 생소한 경험을 하게 됐다. 그날 난 깨달았다. 어차피 정말 못하는 사람들은 지더라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상할 자존심도 없기 때문에 괜찮지만 조금 잘하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 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음날 난 또 그 오락실에 갔다. 그놈이 또 있었다. 첫판은 내가 이겼다. 그놈의 손이 자꾸 의자로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는게 조금 심상치 않았지만 결국 그놈은 다시 도전했다. 둘째판은 내가 졌다. 내가 대충 했기 때문이다. 난 자랑스러웠다. 이것이 바로 강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난 약자를 배려해 줬다. 난 스스로를 대견해 하면서 그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씩 웃어 주었다. 그놈도 씩~ 하며 웃었고 슥~하며 그놈의 손이 의자쪽으로 내려감을 포착한 동시에 갑자기 휭~ 소리가 들리더니 깡~ 소리와 함께 난 정신을 잃었다. 난 생각했다. 왜 맞았지? 그놈은 자부심이 아주 강한 놈이었다. 내가 봐주었기 때문에 그 알량한 자존심이 또 상처받은것은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보았다. 시알... 이기라는거야 지라는거야... 고딩쯤 되고 보니 내가 아무리 이겨도 대놓고 욕하며 때리려 하는 놈들은 없어졌다. 가끔 짜려보거나 에이 씨! 하면서 오락실을 뛰쳐나가는 녀석은 많았지만... 내가 지금 오락실에서 가장 무서워 하는건... 초딩이다. 요즘 초딩은 정말 철권을 무섭도록 잘 한다. 물론 지금의 나에겐 장난감 수준도 못되는 실력이지만 내가 초딩이었을땐 상상도 할 수 없었을 만큼의 실력이고 어느정도 잘 한다 하는 고딩들도 초딩에게 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웃긴건 초딩주제에 자신의 실력에 상당한 자부심이 있다는 것이다. 한번 내가 이겼을땐 그냥 피식 웃기만 했다. 두번 이겼더니 소리내서 웃더군. 세번 이겼더니 신중한 표정을 지었지. 토실토실한 볼따구살에 진지한 얼굴이라.. 정말 가관이었다. 네번재 이겼더니 말하더군 "좀 하는데?" 반말 하는 녀석을 보고 욱하긴 했지만 초딩하고 싸우랴? 그냥 다섯번째 이겼다. "아~ 씨, 종나 야비쓰네"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야비가 아닌데? 야비라는 기술은 누가 정했는데?" "즐~" 씨바.. 슬슬 열받기 시작했지만 초딩을 상대로 뭘 어쩌리... 난 그놈이 고르는 캐릭터를 따라 골랐고 그놈이 쓰는 기술만 쓰기 시작했다. "야비하니?" 난 물어 봤다. "즐~ 병^^쉰패인같은 새끼!" 그놈은 그 말을 남긴채 당당히 보이기 위해 노력하려 했는지 뛰지는 않고 빠른 걸음으로 오락실 문까지 걸어갔고 문을 열고는 재빨리 도망가기 시작했다. 난 왠만해선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이다. 어려서부터 맘이 여렸고 욕도 잘 못하고 남들을 시기한다던지 호박씨 까는짓도 잘 못했다. 하지만 그땐 정말 열받았다. 그놈이 나한테 욕을 해서 그런건 아니고 고딩이나 되어서 초딩한테 무시당하는 내 모습에 화가 난 것이다. 난 그놈을 잡았다. "내가 왜 너같은 꼬맹이에게 그런 말을 들어야 하지? 내가 뭘 잘못 했나?" "놔! 멍청한새끼야! 못생긴새끼야!" "즐이다 십알. 니엄마 XX나 XX해라!" 애초에 초딩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내가 바보였다. 난 난생처음 초딩을 때렸다. 정말 화가났다. 원래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평소 화를 잘 안내지만 한번 화내면 미치는사람.. 그게 나다. 내가 철권을 좀 많이 좋아해서 기술을 평소 따라하면서 익히곤 했다.(정말임) 그래서 그런지 싸울때도 무의식적으로 그런 기술들이 나가곤 한다. 왼발을 축으로 땅에 단단히 고정시킨채 오른발을 앞으로 뻗고 허리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오른 어깨까지 앞으로 나오게 하고 오른 팔을 쭉 뻗어서 그놈의 복부 깊숙이 박았다. 그리고 외쳤다. "오~아~~~~~"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철권 대표 기술이다. 흠.. 아무튼 그놈은 컥! 하더니 게임처럼 대략 20미터를 뒤로 구르며 자빠지기 시작했...진 않았고 그냥 그 자리에서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아까 말했지.. 난 화나면 미친다고... 난 정말 미쳤었나보다. 쓰러진 그놈의 머리를 왼발로 밟고 오른발로 그놈의 목을 강하게 신발 끝으로 눌렀다. 그놈이 겔겔거리며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더군.. 난 그 소리를 듣고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다. -_-;; 난 내 기준에서 하수들을 상대할 때 주로 킹과 아머킹을 고른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그 놈은 나에겐 하수였다. 그러므로 난 킹이다. 난 자이언트 스윙을 시도 했다. 그놈의 짧은 양 다리를 옆구리에 하나씩 끼고 팔로 감싸쥐고 무게중심을 약간 뒤로 잡은 뒤 천천히 재자리에서 돌기 시작했다 -_-;; 그놈은 비명지를 힘도 없는지 "으... 으... 으..." "으.... 으..... 으......" 하는 소리만 냈다. 나는 정말 미친것같다. 이건 실화다. 난 실제로 미친것 같다. 지금 위치는 대략 양쪽에 인도가 있는 2차선 도로였다. 난 인도쪽에서 그놈을 빙빙 돌리다가... 차도 쪽으로 던져 버렸다. 내가 그놈을 처음 때리기 시작했을 때 부터 시나브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정말 도망갈 수도 없게 많아 져 있었다. 몰려있던 사람들은 처음엔 그냥 구경만 했는데 점점 강도가 심해지니 슬슬 자리를 피하는 사람도 있었고 당장 달려와 말리려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중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사람이 차도쪽으로 뛰어 들더니 내가 집어던진 녀석을 재빨리 루팅하고 나한테 달려왔다. 그 형은 일단 내 얼굴을 주먹으로 쎄게 쳤다. 몸이 한바퀴 돌아갈 정도로 강한펀치였다. "이 씨-_-발 너 미쳤지? 애 죽이려고 작정했냐? 이런 게세기가 있나" 그 형은 좀 충격이 컸는지 착하게 생긴것관 다르게 욕설을 퍼붇기 시작했다. 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심했고 진짜 미쳤던것 같아서 할 말이 없었다. 심하게 때린것도 그렇고 차도에 던짓것도 충분히 미친짓인것 같았지만 그렇게 열받은 상황에서도 굳이 게임 기술을 써먹었던것이 더욱 날 미친놈같아 보이게 했다. 보통 열받은 상태에서 그런 짓을 하진 않지 않은가? 난 경찰서에 갔고 사정을 설명했다. 그런다고 내 죄가 가벼워 지는것은 아니었지만... 부모님이 오셨다. 그놈의 부모님도 오셨다. 그놈의 어머니가 날 후렸다. 얼굴을 후렸다니까... 그냥 맞았다. 울 엄마가 사정사정해서 치료비와 정신적피해보상비를 주고 형식적이지만 나도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그냥 그렇게 끝나 버렸다. 아니, 아직 안 끝났다. "병신 ㅋㅋ 즐즐즐즐즐~ 니애미 X년이다 ㅋㅋ" 그놈이 자기 부모 차에 타면서 나한테 한 말이다. 유치한 행동이었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난 너무 분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키사마다케와 젯타이 코로스... (니녀석만큼은 절대로 죽여버리겠어...) 난 그날 이후로 그 맹랑한 꼬맹이를 죽이기위해 그 오락실 주변을 돌아다니곤 했다. 그리고 만났다. 그놈은 날 보더니 처음엔 웃었다. 난 말없이 성큼성큼 그놈에게 걸어갔다. 그놈은 나에게서 심상치 않은 포스가 느껴졌는지 재빨리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놈은 23초만에 잡혔다. 나 그놈의 멱살을 잡고 올라갔다. [근처 아파트 옥상] -_-;; "놔! 미친자식아!" 난 아무말 없이 그놈을 던지기 편하게 두손으로 머리위로 들었다 ㅡㅡ;; 그놈이 발광을 해대며 내 손을 꽉 물었다. 피가 질질흘렀지만 개의치 않고 성큼성큼 난간쪽으로 다가갔다. 그놈이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며 초인적인 힘으로 발광을 해댔지만 나 역시 분노로인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던것 같다. 두손으로 머리위로 초딩을 드는것도 상당히 힘들었을텐데 전혀 느끼지 못했고 이빨에 물린 손에서도 아무 통증이 나지 않았다. 던졌다. 그런데 그놈이 팔에 원숭이처럼 붙어서 안떨어지는것이었다. 자꾸 때어내려고 해도 안떨어졌다. 그놈도 필사적인것이다. 난 할 수 있다면 그놈이 달라붙어 있는 내 팔을 잘라서라도 그놈을 떨어뜨리고 싶었다. 그때 그놈이 울면서 말했다. "으앙~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다신 안그럴게요!" "니가 뭘 잘못 했는데?" 그날 처음으로 내가 한 말이었다. "형한테 개겨서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난 어이가 없었다. 그놈은 자신의 잘못을 전혀 몰랐다. 자신이 평소에 다른애들이 개긴다고 패기만 하다 보니까 자신이 잘못한것도 나한테 개긴것이라는 식으로 인식하고 있음에 틀림 없었다. 난 그놈이 잘못했다고 말했을때 정신을 차리고 나의 과도한 행동에 반성하고 있었지만 그놈의 말을 듣고 다시 던저버리고 싶은 욕구가 무럭무럭 솟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참을인 세번이면 사람도 살린다고 했던가... 결국 난 그놈을 던질수가 없었다. "앞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말 무시하지 마라... 그리고 부모욕... 절대 하지마. 오직 자식을 위해서만 무릎굽히는 분들이시다." 난 이 말을 하고 그녀석을 뚫어지게 처다봤다. 또 즐~이라고 할것 같은 생각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그놈은 연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마 내가 뭐라고 했는지 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난 집으로 들어와서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난 정말 미친놈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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