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늦는걸, 오늘은 꼭 이유를 물어봐야 되는데..

이제 더 이상 안 오는 걸까?"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가판대 앞에 놓인 신문, 초코릿 등 하루 동안 어질러져있던 물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8시 40분, 역시 그녀는 자전거도로 저 끝에서 빠른 속도로 가게 앞 벤치로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정리를 그만둔 채 가게 안으로 쏙 정리는 언제 했냐 듯이 능청스럽게 앞을 바라봤다.

그녀는 벤치에 도착해서는 자전거를 세워두고 깊게 심호흡을 한 후 멍하니 한강을 1분 정도 바라보더니, 몸을 돌려 가게 쪽으로 왔다,

‘지금이야 지금이야'

그녀는 운동으로 붉어진 얼굴로  

"여기 녹차 2개요"

나는 속으로는 ‘하하 안녕하세요 누군가를 기다리시나요?’

입으로는 “3000원입니다. 봉지 필요 하세요?” 라고 말을 한 후 

‘이런 바보같은, 지금이라도 말해야 돼' 라 마음속으로 다지며

입을 열려는 순간 

시간은 나의 편이 아닌 듯 그녀는 돈을 지불 후 다시 벤치로 돌아갔다. 그녀는 고개를 위로 올려 밤하늘을 바라보다 고개를 내려 한강을 바라보는 행동을 하며 몇 분 정도 그렇게 기다린 후 다 마신 녹차 병과 마시지 않은 녹차를 쓰레기통에 버린 후 왔던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갔다.

‘하 오늘도 못 물어봤네, 꼭 말 걸어 보고 싶었는데’

내가 그녀를 처음 본 건 1년 전 친구에게 부탁을 받아 가게를 인수받고 처음 일을 시작한 날이었다.

키는 163-4 정도 아담한 체형에 나이는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 정도랄까? 짧은 숏커트 머리를 한 그녀는 날카로운 눈매만 빼면 지극히 평범해 처음엔 나의 눈길을 끌지 못 했다.

 

하지만 그녀는 월요일 수요일 8시 20분에 항상 이 장소로 왔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그냥 그곳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운 눈으로 강가를 바라보고는 오늘처럼 다시 돌아가길 매주 반복했다.

물론, 내가 그녀 앞에 가서 눈을 직접 본 것은 아니다. 왠지 옆모습과 등을 보면 그녀는 그런 눈을 하고 있지 안을 까 내멋대로 상상이 지금은 진실로 나의 머리에 세뇌된 것처럼 머리에 고정되어버렸다.

오늘 내가 여기에서 가게를 연지 딱 1년째 되는 날이라, 꼭 물어보려했는데… 역시 실패다.

다음 주에는 물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한 후 아까 하던 정리를 맞친 후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몇일이 흘러 월요일.

8시 18분…19분 20분.. 저기 멀리서 그녀가 달려온다.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내가 생각해도 웃기지만 미리 준비한 청심환을 먹고 그녀가 도착하기만을 기달렸다.

‘?’

왜일까 오늘 그녀는 왠지 다르다. 벌써 이 시간이면 이쪽으로 와서 음료수를 살 시간인데.. 

불안감이 엄습해오며, 그 불안은 사실이 되어 돌아와 

그녀는 자전거 패달을 밟고는 가버렸다.

“왜지” 나의 계획은 엉망이 된 체 

마음속에 솟은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모르지만 오늘은 못 물어보면 평생 기회는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곳바로, 대충 가게 문을 닫은 후 뒤에 있는 태어나서 군대 훈련소 때 빼고는 내 본 적 없는 젖 먹던 힘을 다해 그녀의 자전거를  따라잡기 위해 패달을 밟았다.

하지만 자전거 탓인지, 내 저질 같은 체력 탓인지 나는 그녀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문득 뜨거웠던 가슴이 차갑게 식어 이성이 돌아 오자, 가게 문만 잠그고 온 것이 생각나 다시 젖먹던 힘을 다해 가게로 갔다. 

다행이 도둑이 든 것 같진 안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실패감과 자괴감만이 가득한채 

'하아 역시 실팬가?’

아까의 불안함을 떠쳐 보내려

"아!!~~~~~~”하고

한강을 향해 크게 고성방가를 하고 옆을 봤을 때 그녀는 묘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저기 그 자전거 어디서 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