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서해교전 때 한쪽 다리를 잃었던 이희완(28) 해군 대위가 다음달 10일 화촉을 밝힌다. 신부는 전남대를 졸업하고 광주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했던 서하라(27)씨.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서해교전 1주년 행사를 취재하던 한 언론사 간부가 이 대위를 인터뷰한 뒤 모 결혼정보회사의 도움을 받아 자리를 마련해줬다. 이 대위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이었다.
이 대위는 (서씨의) 인상이 너무 좋아 첫 눈에 반했다고 말한다. 서씨 역시 장애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인 이 대위가 싫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은 주말을 이용해 서씨가 살던 광주와 이 대위가 근무하던 경남 진해를 오가며 사랑을 키웠다.
이 대위가 결혼을 결심한 것은 올해 초였다. 서해교전 때 적탄을 맞고 1년간 수도통합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아홉차례나 수술을 해야 했던 그는 현재 오른쪽 다리를 의족에 의탁하고 있다. 마음 한구석에 깔려 있던 이 부담을 서씨가 풀어 줬다.
"나는 당신을 장애인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나에게 장애인이란 장애를 이유로 음지로 숨어드려는 사람들이다."
이 대위는 그 순간 '이 사람이 내 반려자'라는 확신을 갖게됐다고 했다. 남은 관문은 서씨의 부모님들이었다. 고심 끝에 그는 지난 3월 말 서씨 집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예상 외로 서씨의 부모는 그를 따뜻하게 맞아줬다. 서씨의 아버지 서용택(61)씨는 "신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신이 중요하다"며 이 대위의 손을 꼭 잡았다. 알고 보니 '예비 장인'의 아버지는 한국전쟁에, 형은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국가유공자 집안이었다.
이 대위는 지난 6월 진해의 한 호프집에서 해군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빔 프로젝트를 통해 사랑의 영상 메시지를 낭독한 뒤 "매일 저녁 9시뉴스를 함께 보고 싶다"며 정식으로 구혼했다. 서씨는 커다란 꽃다발을 건네고 귀에 닻 모양의 귀걸이를 걸어주는 이 대위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로 청혼 수락 답변을 대신했다.
이 대위는 장애가 극복할 수 없는 고통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예전에 나는 100m를 13초에 뛰었다. 지금은 1분이 걸린다. 단지 조금 느려졌을 뿐이지 목표점까지 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식은 이 대위의 모교인 해사 교정에서 열린다. 윤연 해사교장(중장)이 주례를 선다. 두 사람은 신혼 여행 후 해사 관사에 신접 살림을 차린다. 해사의 해양연구소 연구원인 이 대위는 앞으로 일반 대학에서 위탁교육(심리학 전공)을 받은 후 해사에서 '전투심리' 등의 과목을 가르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