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간 감독의 '지구 최후의 밤'은
데이빗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상당히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영화 자체가 하나의 꿈처럼도 보이는
이 황홀한 영화는 인간의 무의식과 망각을
가장 인상적으로 다룬 영화들 중 하나일 것이다.
타이틀 시퀀스를 기점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
분명하게 잡히질 않는다.
얼핏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떠나는
꿈의 여정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이것은 자신이 잊고 있던 혹은
(반강제적으로)잊었던 기억을
꿈을 통해 발현되고 있는 것 처럼도 보인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어릴적 상처로 남은 '뤄홍우'의 엄마를 찾는
여정처럼도 보인다.
전자 보다 후자에 집중해서 영화를 읽게 되면
이 영화는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보이게 된다.
영원 속에 갇혀 잠깐을 머물다 가는 듯한
길고 긴 무의식의 끝에는 암전 되어 있던
극장의 불이 켜지는 순간일 것이다.
중국영화의 꿈은 길고 긴 어둠에서
한줄기 불빛을 잠깐 보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