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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나요 얼마나 사랑했는지
게시물ID : gomin_10496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GZoZ
추천 : 5
조회수 : 30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3/31 00:42:15


어제는 제가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언짢은 기분으로 있다가 잠을 자려는데 눈물이 주룩주룩 나더군요.

갑자기 어떤 사람이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가장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 위로받을 수 없고 이제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사무쳐서요.

그리고 나서 어떤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서는 저는 작별을 고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떠나가는 걸 보자마자 

꿈속의 저는 엉엉 울면서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습니다.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헤어져서요. 떠나자마자 사무치게 보고 싶어서요.

그게 어찌나 생생하던지 문득 꿈에서 깨어나자 제가 정말로 울고 있단 걸 알았습니다. 흑흑 소리에 깨버렸거든요. 막상 깨어나니 울지를 못했습니다.




올해로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5년째가 됩니다. 어릴때 저를 키워주신 분이라 저에게는 어머니와 다름이 없습니다.

제가 할머니에게 그랬습니다. 사람이 환생할 수 있다면 할머니는 다음 생에는 꼭 나랑 만나자고. 내가 남편이나 부인으로 태어날테니

그때는 태어나서 한 번도 못타봤다는 비행기도 타보고 좋은 것도 많이 해주겠다고. 핏줄로 태어나서 고생 많이 시켰으니 다음엔 그러지 않겠다고.

할머니가 절 헌신적으로 생각하고 사랑해주신 만큼 저도 제 할머니를 엄청나게 사랑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때부터 크리스마스 소원은 <할머니가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세요>였습니다. 할머니는 원체 몸이 약하셨거든요. 

그 소원에는 사랑과 자책이 소용돌이처럼 섞여있었어요. '할머니가 나를 키우느라 이렇게 몸이 아파지셨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이.

그래서 자다가도 코에 손을 대서 숨이 붙어있나 확인하는게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날 떠나시면 어찌 살아가나 하는 두려움을 가지며.




그런데 세상에 없으면 죽을 것 같던 사람이 막상 없어지고 보니 웃기게 살기는 살아집디다. 마지못해 사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면서 신나게 웃기도 하고 직장에서도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연애도 열심히 하고 잘 살아집디다. 

그러다가다도 아주 문득 사소한 사건들, 사소한 물건이 떠오르며 돌이킬 수 없이 보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어제처럼 힘든 순간에도 물론 생각나지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의 편이 되어주고 조건없이 넘치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절대적 사랑은 제 생애 다시는 받아보지 못할 겁니다. 맞아요. 이건 남녀의 사랑과는 다른 사랑이니깐요.

제가 몇년 아니 몇십년을 당신을 그리워 하며 살게 될 줄은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보고싶고 여전히 마음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데도 이런 하소연과 그리움을 삭힐 데가 없어 이런 곳에 글을 올립니다. 살면서 그릇된 선택을 할 때도 있겠지만 

당신을 떠올리면서 어떤게 옳은 인생일까 많이 고민합니다. 살아계실때 보다 떳떳한 인생을 보여드리지 못한 게 늘 한이 되어서 

하늘에서라도 보고 계시라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할머니. 유난히 보고 싶네요. 이 말을 아끼지 말고 많이 해드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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