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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30명미만] 내가 원하지 않게 지니게 된 역사가 오랜 고독에 대해서
게시물ID : lovestory_651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np
추천 : 0
조회수 : 47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3/31 10:25:50

지난 한 시간 동안 곰곰히 생각해 봤지만, 나는 역시나 단 한 명도 서스럼없이 나의 입에서 '친구'라고 불릴 만한 사람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누군가와 잡담 같은 사소한 화제로 말을 해본 지도 족히 몇 년은 지난 듯하다. 그래서 결국 예전에는 나에게 친구라고 부를 만한 존재가 있었는지조차도 의심스러워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평범하게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두 명 정도의 가벼운 대화를 나눌 상대는 있을 법하건만, 야속한 운명은 내겐 그것조차도 허락하지 않은 듯 보인다.


때로, '친구 따위는 나에게 처음부터 필요하지 않다'고, 이제껏 자신이 목표로 삼아 오던 매사에 '쿨한' 태도와는 정반대로 스스로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면서 망가지는 것을 자존심이 견디지 못한 까닭에, 얼기설기 짜맞춘 나름의 이론을 방패로 내세워 소극적이나마 저항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기쁨이든 슬픔이든 함께 공유하며 그것을 나눌 사람이 절실하고, 운명을 강요하는 삶의 무게에 어지간히 힘들고 지쳤을 즈음―주위를 묵묵히 지켜서고 있다가 따뜻하고 다정한 손길을 뻗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사람이 필요한 때, 삶의 숙명이라는 복잡한 문제에 직면해 있던 어제 하루를―미처 알아챌 틈도 없이 거칠어진 숨을 있는 힘껏 들이쉬며 살아내고 잠든 사이―길고도 짧았던 간밤에서 깨고 일어나, 창문에서 반사되는 강렬한 햇살에 눈이 부신 아침에―이전과 다름없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버리고, 긴 시간에 걸쳐 자기 내부에 차곡차곡 쌓여온 고독과 쓸쓸함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해 버리게 되고 만다.


'그런 것쯤 없이도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데', '친구 같은 거야 없다고 해서―장기적으로는 몰라도―당장 죽을 위험에 처하는 것도 아니고' 등의 생각을 하면서, 함께 있어서 즐거운, 친한 사람을 사귀는 것을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 날인가부터, 자신도 깨닫지 못한 새에, 그만 타인과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유전자를 잃어버린 듯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얼마나 더 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에게는 비로소 갈비뼈를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친구가 생길 수 있을까? 암만 봐도 잘 모를 일이다. (행동으로 이어지는 실천 없이)―깊게 생각하고 고민할수록 사건은 점점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깊은 미궁으로 들어간다.


나는 인간적인 것에게 가능한 형태에 있어서 그야말로 최악의 인간이다. 비록 직접 도와주지는 못할지라도 이런 나를 누군가는 동정할 것이고, 분명히 어떤 이는 내심 자기 주변에는 결코 저런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차가운 경멸의 시선을 던질 것이다. 부끄럽게도 이따금 내 안에 타인의 동정을 사고 싶은 욕구가 미미하나마 존재하는 것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누군가로부터 긍휼히 여겨지는 것은 마냥 속 편하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 거할 수는 없는데, 생각해보면 창피하기도 하거니와―거기다, 그런 비슷한 것을 여러 번 겪다 보면 유달리 스스로가 구제불능의 존재로 여겨지는 탓도 있고―여타한 이유에 앞서서, 다른 이로부터 자애를 빚져서 무엇 득 될 게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 어쩌면 이것이 세상이 나를 휘두르는 방식이겠지. 하나 어느새 살면서 내게 생겨난 굳은 뼈를 소중하게 품은 채로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뚝심 있게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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