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일입니다.
당시 저는 살뺀다고 출퇴근을 걸어서 하고 있었습니다.
울산 울기등대입구에서 자동차5공장까지 대충 한시간 20분 정도 걸렸죠.
코스가 과학대학 뒤 운동장에서 팔각정 가는 산길로 가다가 중간에 주유소가 있는곳에서 산길을 내려와 도로를 따라 가는 거였습니다.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야간출근 이였죠.아마 초겨울쯤으로 기억합니다.
비는 안개비처럼 조금씩 내려서 무시하고는평소대로 과학대학 뒤 운동장쪽으로 갔습니다.
7시 정도 였는데 하늘은 이미 컴컴했고 비가 와서 그런가 과학대 쪽에는 사람이 있었는데
운동장 쪽으로 가니 그때부터 아무도 안보이더군요.
초저녁이고 맨날 가는 길이라서 별로 신경안쓰고 가던길을 갔었습니다.
그때 반대편에서 어떤 여자가 걸어오더군요.
단발머리에 파마를 했었고 단색에 가까운 보라색 운동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희안하게 검은색 고무신 같은걸 신고 있더라구요.
그여자는 고개를 푹숙이고 저를 스쳐 지나갔고 저도 스쳐 지나가며 훓어보고는 가던길을 계속갔죠.
운동장까지는 가로등불이 있는데 산길부터는 아무런 조명도 없습니다.
그런데 온산공단 불빛때문인지 완전히깜깜하지는 않고 후레쉬 없이도 주위를 분간할 정도는 밝습니다.
산길 바로 밑에는 도로도 있고 미포조선도보이니 사람이 없다해도 무서운 분위기는 아니였죠.
산길을 따라 얼마나 갔을까? 이상한 느낌이 나는겁니다.
싸해지면서 뭔가가 있다는 느낌? 지켜보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들어 뒤돌아 봤습니다.
아까 봤던 그 보라색 운동복입은 여자가 바로 제 오른쪽 뒤에서 고개를 푹숙이고 따라 걷고 있더군요.
정말 깜짝 놀랬습니다.
으악 놀래라 하며 펄쩍 뛰니 그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제옆을 지나 앞질러 가더군요.인기척도 없었는데....
그여자가 코너를 지나 사라질때 까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습니다. 정말 욕이 한바가지 나오더군요
그여자가 장난친줄 알았습니다. 그때까지는 사람인줄 알았거든요. 한참 동안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갈길을 갔습니다.
출근은 해야 했기에 무서워도 계속 갔습니다.
바보같이
이제 오르막에서 꺽어서 내리막 조금 내려가서 산길 타고 밑으로 내려가면 주유소가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가고 있는데 또 그 느낌이 나는 겁니다. 미치겠더군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 봤습니다. 그여자가 또 제 바로 뒤에서 고개푹숙이고 따라걷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진짜 놀라니까 억 소리만 나고 그대로 주저 앉았습니다.
정말 미친듯이 어버버 거리며 울고 벌벌 떨었습니다. 그때 그 죽는다는 그 공포.......
느껴보지 않고는 모르실겁니다. 그렇게 울고불고 벌벌 떨다가 주위가 조용해서 눈을 살짝 떠보니 그여자는 없더군요.
사람이였으면 신발소리라도 났을터인데 정말 소리도 인기척도 없이 사라졌습니다.패닉상태였던 정신을 겨우 차리고
정말 살려고 미친듯이 왔던 산길을 되돌아 뛰어갔습니다. 사람이 생존본능이 강하긴 하나보더군요.
그 먼거리를 뛰어가는데 숨한번 안차더라구요.
운동장이 보이고 대학교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보이자 그제야 살았다는 생각과 함께 맥이 풀려서 한참을 밝은 곳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날 출근은 못했고 일주일넘게 잠을 거의 못잤습니다.
혹시라도 말하면 그귀신이 쫓아올까 아무에게도 말안하고 있다가
얼마전 회사동생이 무서운 이야기좀 해달라고 해서 억지로 잊고 지내던이 이야기를 해주니
리얼리티가 강해서 그런지 엄청 무서워 하더라구요.
참고로 그때 그 귀신은 고개를 푹숙이고 있어 머리카락에 가려 얼굴은 못봤습니다.
그래서 젊은 여잔지 아줌마인지는 모르겠더라구요.
그리고 그 뒤로 그귀신은 못봤고 그쪽으로는 얼씬도 안합니다.
울산 동구 사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과학대학 바로 뒤에 화장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 경험을 한지도 모르겠군요.
아무튼 그때 이제 죽는다는 그공포는 다시는 느껴보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은 울산대교 공사한다고 다막혔을것 같던데 어찌 됐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다시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