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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의 자전거 여행 -0) 전국일주 준비!
게시물ID : bicycle2_190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거소리
추천 : 9
조회수 : 1691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4/04/01 15:20:59
어렸을 적 부터 자전거를 좋아하는 편이였다.
쉬는 날이면 친구들에게 자전거를 타자고 초인종을 울렸고
친구들과 모여 동네 한바퀴씩을 타던게 어릴적 내 자전거에 대한 기억이다.

분명 자물쇠를 제대로 채워놨는데도 자전거를 도둑맞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울면서 동네를 뒤지고 다니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나이를 좀 먹고
친구들이 피씨방의 맛을 알아버렸을 때 쯔음부터 
친구들은 자전거타고 놀자는 말을 무시하고 피씨방으로 서든어택이라든가 스타라든가 그냥 게임을 하러 갔다.
물론 나도 친구들 다 가는데 빠져서 혼자 자전거를 타고 놀 정도로 자전거에 미친놈까지는 아니였다.

그래도 타고싶을땐 아버지와 함께 한강을 가곤 했다.
집이 성남인지라 한강까지는 한 20km정도이고
여의도까지 갈경우 또 20km
거의 왕복 80km였지만 중학생인 나도 꽤 잘 따라다녔었던것 같다. 

그후론 주말마다 혼자도 다니곤했다.

우리 아버지도 자전거를 좋아하신다.
스물다섯이라는 꽤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신 우리 아버지는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을 졸업한후 취직을 하자마자 결혼을 하신 아버지는 어떻게 보면 이제 막 인생을 즐길 나이가 된지라
결혼과 거의 동시에 본격적인 취미생활을 시작하셨고 
그것이 바로 산악자전거였다.

기억도 제대로 안날정도로 어렸을적
동해안으로 가족여행을 동호회 모임에 맞춰 계획하시고 
동호회 사람들과 대관령을 넘고 또 금방 내려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식의 그런 여행도 다녀온 기억이있다.
엄마나 동생은 어떨지 몰라도 나한텐 굉장히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대관령에서 다운힐을 하시던 아버지의 자전거가 엄마가 아빠를 따라가며 몰던자동차 만큼이나 빠른것을 보고 
자전거도 굉장히 빠르다는걸 알게됬고 멋있다는 생각을 했고 아마 그게 내가 자전거를 좋아하게된 최초의 계기가 아닐까 싶다.

아버지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고

그렇게 중학교 때 쯤 까지 자전거를 타다가 
고등학교에 올라왔다.

고등학교에 올라오니 시간은 없고 귀찮고 더이상 자전거를 찾지 않게되었다.
학교 야간자율학습에 학원에
남는시간엔 친구들과 가까운 피씨방을 갔다.

물론 공부를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여서 시간이야 빼면 뺄수있었지만 거의 3~4달에 한번 타는 정도였다.

그리고 수능날 
모의고사에서 항상 1등급이 뜨던 수학이 3등급으로 떨어져 버리고 
멘탈이 나간 상태로 치른 영어성적마저 눈뜨고 볼수없을정도로 떨어져있었다.

모의고사 등급 기준으로 지원해논 수시도 최저가 간당간당할 정도였고
결국 6개 대학 모두 불합격.

2013년 정시와 수시를 포함해서 모두 9번의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보통의 재수생들처럼 2월부터 학원에 들어가야 하는게 맞았지만
아버지께서 실직하시고 얼마전에 차리신 커피숍이 충분히 자리잡기 전인 우리집 상황을 알기 때문에
2월부터 학원을 다니는것은 무리라고 집에서는 결론 내렸고
6월달 쯔음부터 다니는걸로 결정했다.

그동안은 나도 재수비용을 보태기위해 틈틈이 알바를 하고 혼자 틈틈히 공부를 하기로했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우면 누가 재수학원까지 들어가서 공부를 하겠는가.
각오는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같은 책을 쓸것처럼 해놓고
얼마후부터 알바로 번돈은 
친구들과 술마시는데 쓰고
노는데 쓰고  공부는 하나도 안하고 이번 겨울을 보냈다.

그런 나를 본 아버지는 혼내시기보다 제안을 하나 하셧다.
 "마음 정리할겸 해서 여행이라도 다녀와라. 해외로 나갈꺼면 경비는 몰라도 비행기 값정도는 대줄테니까."

꽤 괜찮은 제안이였다.
그후로 나는 어딜갈까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를 보러 걸어가고있는데.
어렸을적 자전거를 타고 자주 다니던 길을 지나게 되었다.

그리고 난 다시 자전거를 떠올리게 되었다. 

'해외여행은 좀 그렇고 자전거로 여행이나 해볼까?'

그냥 떠올린 생각이 또 생각을 낳고 또 생각을 낳아 어느새 자전거 여행만 머리속으로 구상하고있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내 머릿속을 정리할 자전거여행을 떠나자고.
어릴적 
언젠간 우리나라를 자전거 타고 다 돌아다닐꺼야 라고 상상하던
그 여행을

당장 내 자전거 상태를 보고 뭐가 필요한지를 알아보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남자라면 전국일주!

이제 앞으로 대학교를 가고 회사를 다니면 
이 꽃피는 봄날 어떻게 한달씩 시간을 내고 여행을 다닐수 있겠나
지금밖에 할수 없는 전국일주!

그리고 부모님께 자전거 여행을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두분다 별 문제 없이 허락해주셨고
아버지께선 
내 동네 자전거포에서 산 10만원짜리 자전거로는 좀 힘들거라면서 
흔쾌히 아버지의 자전거를 주셨다.

그리고 준비를 시작했다.

입을옷, 각종 자전거 용품들은 모두 집구석에서 찾았다.
아버지가 취미생활할때 사셨던 고가의 자전거 용품들, 자전거 헬멧, 장갑, 가방, 등등 모두 집에 있었기 때문에 큰돈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
땀이 잘마르는 스포츠용 티셔츠들도 집에 널려있어서 그것들을 챙겼다.
자전거용 쫄바지는 아빠 사이즈가 내게 맞지 않아 고민했지만
고등학교 시절 입던 밑에 통이 좁은 꽉끼는 츄리닝을 입고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걸 사둔게 신의 한수였던것 같다.

그렇게 다 싸고 나니까 필요한게 몇개 있었다.

1.전조등

물론 야간주행은 최대한 피하려고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장거리 여행이기 때문에 꼭 필요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미등은 있었지만 전조등은 없어서 어떻게든 하나를 알아봐야 했다.

2.자물쇠

아버지의 취미용품의 가격은 하늘만이 안다.
어머니와 나는 다만 그 자전거의 가격을 짐작할뿐이지만 자전거는 상당히 고가임이 틀림없다. 
이걸 잃어버린다면....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다.

3.타이어 예비 튜브

장거리 주행에서 타이어에 펑크가 생기는 일은 흔한일이라고 한다.
솔직히 어느 시골 한적한 국도 한가운데에서 자전거포가 있는 시내까지 자전거를 들고 다니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꼭 필요하다

4.지도

이건 꼭 필요한건 아닌데 꼭 종이지도를 들고다니면서 길을보고싶다.
핸드폰으로 봐도 되긴하지만 뭔가 종이지도엔 아날로그의 멋이랄까 그런게 있는거 같다
내 로망이다.

이렇게 구상해놓고있었는데 제일 중요한것을 빼먹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바로 짐받이

4. 짐받이
자전거 장거리 여행에는 당연히 많은짐이 필요하다
정말 필요한것만 챙겨 넣는다고 해도 배낭한가득인데 이걸 매고 자전거를 오랫동안 타는건 불가능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거의 당일 주행만 하셧고 산악자전거를 타셨으니 짐받이는 없었다
꼭하나 알아봐야 했다.


가장 중요한 짐받이를 알아보기위해 
지난 주말 동네에서 가까운 자전거숍에 들렀다.
아버지께서 짐받이는 어느 자전거든 다 달수있을테니까 혼자가보라고 하셔서 갔는데

자전거숍 사장님은 아버지의 자전거를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이건 못달아"

ㅇㅇ? 좀 당황스러웠다 
왜 못다냐고 되묻자

자전거 구조에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시면서 뭐 브레이크 종류라던가 프레임 뭐 그런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를 하시더니
방법이 없냐는 내 말에 

프레임 자체에 짐받이를 연결해서 양옆으로 사이드 프레임을 달고 거기에 전용 가방을 매달면 된다는 알아듣지 못할 괴기한 소리를 하셨다.
난 뭐 대충 이해한 척을 하고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꺼냇다.

"그럼 얼마에요?"

프레임에 연결하는 랙이 15만원, 사이드 프레임 5만원, 가방이 12만원.
도합 32만원이라는 알수없는 기막힌 가격이 나왔다.

안그래도 부모님 등골써킹하는 재수생의 여행에서 시작도 하기전에 이런 엄청난 돈이 나간다는건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일단 조용히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그냥 동네에 신문배달할것같은 자전거를 파는 허름한 자전거포에 들어가서 물어봤다.

거기도 안된단다

대신 방법이 있는데 2만 5천원짜리 안장에만 바로 연결하는 짐받이가 있다고 한다

혹했다.

가격은 통과였는데 문제는 중량이였다.
중량이 10kg도 못버틴다는것이다.
짐을 최대한 줄이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에 아버지께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짐은 아무리 줄여도 배낭 무게 까지 하면 10kg은 충분히 나오고 덜컹거릴때 하중이 한번에 들어오면 못버틴다고 하셧다.

짐받이에서 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좀더 큰 자전거용품 전문점을 알아보았다.
아버지께서 지인을 통해 알아봤는데 합정역에 자전거용품을 전문적으로 하는 가게가 있다고 하셔서 거기로 가보기로 했다.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한지 한시간이 좀 지났을때 성남 분당에서 합정은 은근히 먼거리라는걸 생각해냈다.
어렸을때 그나마 젤 멀리 가본게 여의도까지 2시간이라는걸 생각해보니 
나올땐 그냥 요앞에 서울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는데 살면서 제일 긴 코스였다.
집에서 나와서 1시간 조금 더 가자 한강이 나왔다. 
이때부터 급격히 지치기 시작했다.

난 왜 고등학교때 체력관리를 안했을까.
오히려 중학교때 더 빨리탔던것 같은데.
이체력으로 전국 일주를 한다니 확실히 무리일려나
내가 미쳣나보다 

별별 생각이 다 머리속을 스쳐가고 
평균속력은 
1시간까지 25
그후로 쭉쭉떨어져 한강에 들어오고 20 
잠수교를 지날때쯤부터 양화대교까지는 10후반으로 겨우 왔다.
마포대교쯤에서 (어벤저스 없나하고) 잠깐 쉬려다 내가 신고있는 신발이 아버지한테 받은 클립신발이라서 딱 고정되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대로 멈춰 의자에다 자빠링까지 했다.

올때가 무지하게 걱정되었지만

여기까지 온거 어쩌나 빨리 짐받이 달고 천천히라도 굴려야지 

자전거 숍에 도착해서 물어보니 자기네 가게에 연결할수 있는게 있다고 한다.
확실히 가격은 좀 들었지만 처음 알아본만큼은 아니였다.
짐받이가 3만원 양쪽으로 걸치는 가방하나가 4만원 위에 싣는 가방이 8만원 
15만원에 만원을 빼주셔서 대략 14만원이 들었다. 

여기를 처음 들렀으면 비싸다고 생각해봤겠지만 처음숍에서 거의 30만원을 불렀던 후라 굉장히 싸게 느껴졌고 
거기서 전조등이랑 예비 튜브 자물쇠까지 전부 해결했다.
그리고 전국일주갈꺼면 자전거 점검을 한번 해주신다길래 감사히 받았다.
안장도 내 키에 맞춰주시고 여러가지 조언도 해주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타이어 공기

타이어 공기가 빠지면 힘들다고 타이어 공기를 적당하게 채워놨다고 하셧다.

그리고 한강으로 끌고 나갔는데 
타이어에 바람한번 넣었다고 굴러가는 느낌이 다르다.
아까같았으면 겁나 밟았어야했는데
지금은 그냥 쑥쑥나간다.

난 진짜로 멍청했다
몇년만에 타는 자전거의 타이어에 공기가 제대로 들어있얼거라고 생각했다니....
확실히 체력도 떨어지긴했지만
올때의 그 끔찍한 코스는 알고보니 타이어에 바람이 안들어가있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짐받이를 싣고 가방도 사고 오히려 무게는 훨씬 늘었는데 더 잘나가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다.

그렇게 올때는 평속 20도 간당간당했는데 
한강에서 탄천까지 평속 26~7정도로 안쉬고 밟았는데도 쌩쌩했다.
확실히 1시간 반 넘게 밟으니 힘이 좀 빠져서 좀 쉬다가 귀가했다.

그리고 오늘 서점 3군데를 들러서 겨우 쓸만한 종이지도책을 구입했다.
요즘은 다들 종이지도로 안보고 네비게이션을쓰니 찾는사람도 많이 없는 모양이다.
있는것들은 다 오래된거고 쓸만한건 다 나가서 없다
결국 좀 멀리있는 큰 서점까지 가서 샀다.

오늘 남은 준비를 전부다 마치고 내일 날씨만 허락한다면 출발할 생각이다.

오늘의 팁 : 타이어 공기를 체크하자! 평속이 늘어난다.













아 국내 자전거 일주는  혼자다니면 포기하기가 쉽다고 해서요
여행하는 도중에 이렇게 틈틈히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 중도포기는 뭔가 쪽팔리니까 오유님들한테 안쪽팔릴라고도 계속 달릴수 있을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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