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자본주의 체제 의심에 직면" 생활 수준 하락 감내하고 분배 위주 정책 취할 것인지 곧 선택해야
권성희 기자 | 07/07 15:04 | 조회 2388
한국은 근대 역사상 처음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회의론에 직면했으며 현재의 정책적 방향에 따라 한국은 일본이 과거 10여년의 장기 침체 때 입었던 타격과 다른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천웅 모간스탠리 서울지점 상무(리서치 헤드)는 7일 '지금 왜 정치가 중요한가'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은 사상 첫번째로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해 의심하고 있으며 이제 곧 성장 중심이냐, 분배 중심이냐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상무는 지금 한국이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진다면 사회적인 불안과 정치 갈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의 선택에 따라 10년 후 중국이 거대 경제국으로 부상했을 때 한국의 경제 위상과 생활 수준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배 중심적 경제 정책은 생활 수준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연 현재 대다수 국민이 생활 수준의 하락을 감내하면서까지 먼저 분배 평등을 원하고 있는지 정치인들은 잘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시사했다. 다음은 박상무 보고서를 거의 완역한 것이다.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앤디 시에 모간스탠리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고서('표류하는 경제, 들끓는 사회' 2004년 7월2일자)에서 논의했듯 한국은 놀라울 정도의 비관론과 우울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언론은 일본식 장기 침체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내수 회복이 내년으로 연기될 경우에 대비해 긴축 계획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최근 기계 주문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거의 아무도 강력한 투자 회복은 기대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더 많은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중국으로 이전해 국내 투자가 계속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이 장기 침체에 빠진다면 나는 그것이 일본식 침체를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인구 구조는 10년전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이 경제 전면에 나섰을 때와 비슷하다. 한국 베이비부버들은 1950년대말에서 1970년대에 태어났다. 그들은 상당한 인력 그룹을 형성하고 있으며 생산성 향상의 잠재적 자원이자 높은 인구밀도와 강한 교육열을 감안할 때 경쟁력도 뛰어나다. 가장 나이든 베이비부머들은 지금 40대로 강력한 소비 그룹으로 부상했다. 나는 현재 단계를 20, 30대 연령 그룹(생산성의 원천)과 40, 50대(소비 원천) 연령 그룹이 인구 대다수를 점하는 '인구구조상 호시절(Sweet spot)'이라고 부른다.
한국은 1990년대 일본처럼 자본 축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장기화된 침체는, 만약 일어난다면 매우 다른 타격을 줄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의 장기 침체는 상대적으로 젊고 역동적이고 의견 개진이 활발한 민족성을 감안할 때 사회 불화와 정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더 나쁜 것은 한국은 북한과 통일 이슈를 갖고 있다는 점이며 이로인해 두 개의 한국은 동시에 침체 덫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은 소득이 중국과 비슷해질 때까지 통화를 지속적으로 절하시키거나 가격을 장기간 동안 상당폭 떨어뜨려야 한다. 이는 한국의 매우 우울한 현실에 더 큰 부담을 더하는 것이다.
이번이 첫번째 신뢰 위기는 아니다
한국 국민이 이러한 비관론을 보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 국민은 경제 발전이 정치 및 사회 불안으로 인해 가로막힌 남미와 한국을 자주 비교해왔다. 경제 하락세에서 한국은 언제나 감정적으로 극심한 변동을 보여왔다. 과도한 자기 확신에서 자기 비하로. 이는 종종 가짜 위기론을 유발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경제 상황은 개선되는 경향이 있었다. 1998년 위기는 진짜였으나 회복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지난 40년의 경제 발전동안 정치 불안은 한국의 경제 성장세를 전혀 방해하지 못했다.
그러면 왜 우리는 지금 특별히 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정치적 정책 방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가. 이는 한국 정치인들이 한국의 시장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해 의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과 기성세대가 잠재적인 경제 시스템 변화에 우려하기 시작하는 첫번째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국 국민들과 정치인들 앞에 놓인 선택은 훨씬 더 복잡하다.
사상 첫번째 경제 체제에 대한 의심
미국이 1990년대초 경제난에 들어섰을 때 미국 국민들은 그들의 시장 주도 경제 시스템에 대해 거의 의심하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잘 관리된 자본주의, 사회주의로부터의 다양한 비판과 제안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관심은 순전히 자유 시장 주도의 시스템을 지속시키기 위해 경쟁력을 개선시키는데만 맞춰졌다.
그러나 1990년대초 미국과 비슷한 인구구조를 가지고 광범위하게 비슷한 경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현재 한국은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잠재적 방향성 변화의 논의는 좀더 사회적이고 분배 중심적인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왜 한국이 그러한 강력한 평등주의적 문화, 특히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에서 인상적인 경제 성공을(어떤 기준에서도) 이뤄낸 뒤에도 평등주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의 소득 분배는 다른 많은 개발도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평한 편이다. 비록 부의 분배가 1998년 금융위기 이후에 상당히 악화된 것처럼 보여도 말이다.
한국의 좌파적 경향은 한국의 민주주의로의 과정과 관련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초기 경제 발전은 군부의 독재체제하에서 인권을 희생해서 이뤄졌기 때문에 자본주의 시스템은 정치인과 기업인 사이의 부패 및 결탁과 관련돼 있었다. 베이비부머들은 1987년에 군부에 대해 첫 승리를 거둘 때까지 지난 20년 이상 독재와 싸워왔다. 이 기간 동안 많은 베이비부머들은 사회주의적 이론과 반미 사상에 접했다. 그들은 이러한 상황이 자본주의 시스템과 미국 정부가 군사정권을 지원하는데서 발생했다고 생각했다. 많은 인권 운동가들은 국가 독점주의적 자본주의 이론 등에 접하며 덜 발전된 경제 국가의 문제를 미국을 중심으로한 글로벌 독점 자본주의와 연관시켰다.
대중이 1987년 독재에 대해 마침내 승리를 거둔 이후 인권 운동가들은 전면에 나섰고 노조는 성장해 상당한 파워를 구축했다. 한국에서 노사가 특히 갈등 관계인 것은 노조가 파업과 물리적 대치에 의해서 권리를 획득해왔기 때문이다. 한번 무력이 힘을 얻고 결과를 얻으면 더 평화적인 협상 문화는 자리잡기 어려워진다.
최근에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은 민주주의 운동가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에 대해 한국 민주주의에 기여했다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정치인과 국회의원들 사이에 민주 운동가들이 늘어났고 마침내 올 4월 총선에서는 민주주의 운동권 정치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의원의 약 60%가 신진 의원이고 그들 중 상당수는 액티비스트(운동권) 출신이다.
아웃사이더로서 그들의 경력과 민주주의 운동을 할 때 가졌던 그들의 생각으로 인해 운동권 출신의 많은 국회의원들은 진보적이고 어떤 경우에는 친좌파적이고 반미적이다. 그들은 또 그들의 믿음에 대해 목소리를 크게 높인다. 정치인들은 그들의 관점을 바꾸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변화는 그들의 대중 이미지에 해를 주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시장 친화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열린우리당이 좀더 분배 중심의 정책으로 경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믿고 있다. 총선 후 기업과 소비 심리는 많은 사람들이 희망했던 것과는 달리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금 흐름은 경제 참여자들의 관망세로 인해 더 둔화됐다.
중국이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다
글로벌 가치 체계에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지 못하면 중국은 한국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핵심은 한국의 수출 중 어느 정도가 중국과 직접 경쟁하고 있느냐다. 현재는 30% 미만이지만 한국이 중국의 도전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10년안에 60%를 초과할 것이다. 분배 위주의 정책이 가지는 위험은, 이 정책은 내부 지향적으로 집중해 경제에 어떠한 경쟁적 혜택도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무역 의존도와 천연자원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글로벌 시장에서 지위를 잃는다는 것은 생활 수준의 하락을 의미한다.
좌파 지향적 정치인은 대중들이 부의 분배를 개선하기 위해 생활 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감내할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이 이슈에 대한 대중의 선택은 사회 가치 체계의 범주에 속한 것이며 한국 대중은 결국 그들이 어떤 종류의 가치 체계를 원하는지 선택할 것이다. 이 이슈와 관련해 첫번째 걱정은 한국 정치 역동성에서의 '대리자(Agency) 비용'이다.
대중들이 믿는 것이 정치인들 대다수가 믿는 것과 다를 수 있을 때 나타나는 대리자 비용이다. 대중이 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정치에서 부패를 줄이라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실질적으로 그들의 권한을 대중들이 희망하는 것보다 더 급격하게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다른 우려는 정치인들이 효율성 편견에 의해 대중의 의견을 잘못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좌파적 대중은 좀더 적극적이고 의견 개진이 활발하며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다른 대중의 의견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주의 시스템과 자본주의 시스템은 모두 기본적인 인간 본성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대중의 선택이 경쟁적 본능을 따른다면 자본주의 시스템에 기울 것이고 아무도 도태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본성을 선택한다면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 경로에 기울 것이다. 승리자의 긍정적 매커니즘에 근거한 자본주의 시스템은 어떤 실패자도 만들지 않겠다는 부정적/방어적인 매커니즘에 근거한 사회주의 시스템에 비해 좀더 경쟁적이고 역동적이다. 이것이 지난 100년간의 역사가 가르쳐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