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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요가 입문기
게시물ID : diet_773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요기에요
추천 : 8
조회수 : 1748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5/08/12 15: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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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실 공대를 나왔고 대기업이 아니라면 취업길이 그렇게 막막하진 않았다.
그러나 내가 전공한 업종이 바닥이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니고,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항상 야근에 뭐에 뭐에...
일에 만족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정말로 단 한명도 없었다.

저게 내 미래라면 당장 먹고는 살겠지만 너무 기계부품처럼 찌들어서 불행히 살 것 같았다.
대학 다닐때는 그래도 앞으로 하게 될 일을 생각하면 자부심도 있고 그랬는데 그냥 회색빛 인생을 살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난 원래 대학교 다닐때도 6살 이상 많은 형들한테도 아닌건 아니라고 조곤조곤 할말 다하는 성격이어서 부조리를 견디면서 회사생활을 할 자신도 없었다.
방향을 바꿔서 공무원을 생각해봤다.
사실 원하는 길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삶의 여유가 좀 나을 것 같았다.

마침 집에서 일이 터져서 일을 수습하느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아버지와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정말 내 정신은 피폐해지고 있었다.
일을 일단락 짓고 다시 공부를 하는데
그때 든 생각은 공무원을 합격해도 걱정이었다.
합격하려고 앉아 있는데 합격을 해도 걱정이라니..
하고싶지 않은 일인데 어쩔수 없이 앉아 있는 꼴이 너무 우스웠다.

그렇게 2014년 내 나이는 28이 되었다.
그해 초 나는 뒷바라지 해주신 아버지게는 미안하지만 혼자 일탈을 꿈꾸고 있었다.
뭐가 됐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겠구나.
이미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애초에 물욕이 별로 없는 편이라 그런지 경제적 안정보다, 정서적 안정이 내겐 더 중요했다.

그리고 떠올랐다. 내가 어렸을때 관심있었던 요가가.
그리고 잘못된 몸을 가진 사람을 보고 있자면 마치 가방문 열고 다니는 사람 보는 것처럼 불편해 하는 나였다.
적성에 맞을거라고 생각하고, 도전의식이 생기니까 그때부터 뭔가를 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회색빛에서 컬러빛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이미 28이었고 운동이력도 전혀 없고, 체육계열에 연고도 전무하고 정말 그냥 맨바닥이었다.
근데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땐 뭐든지 할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단 자격증을 따려고 알아보고, 노량진에 방 계약이 거의 다 되어서 다른방을 알아보던중, 작은 요가원매물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좀 알아봤더니 지도자교육도 같이 하는 곳이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교육커리큘럼이 개똥이다. 완전 사기당한 셈.

원룸 전세금이 아버지가 해주신거라 아버지께는 미안한데 말한마디 없이 일단 질러버렸다. 방 계약일이 다 되어서 돈을 빼서 작은 요가원을 인수하게 되었다. 인수를 하기전 교육도 이미 받기 시작했다.

자격증은 비교적 쉽게 취득을 했다. 쉽게 취득을 하면 안되는데 자격증을 장사하듯 하는 협회가 많은데 그중 하나였나보다.
그리고 수업을 하게 되었는데
대학교때 학교 근처 학원애서 중딩들 수학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어서 안떨고 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심장은 엄청 떨리는데, 그땐 한창 뭔가 자신감이 충만했을 때라서, 말이 꼬여도 그냥 자신있게 해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회원들 앞에서는 자신있게 했지만 스스로 생각했을때는 내가 강사가 맞나. 나같은게 무슨 강사라고, 이렇게 부족한데..
속으로는 자격지심이 많이 있었다. 스스로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강사라는게

운동이력도 없던 내가 이렇게 두달만에 강사가 되버린게 어이가 없고 부끄러워서
이미 회원들 지도를 하고 있긴 했지만 부끄럽지 않으려고
그래서 그때 정말 열심히 수련하고 공부하고, 마음도 닦았다.

처음에는 앞으로 숙여서 손끝이 발에 닿기조차 어려웠는데 그런 몸으로 무슨 배짱으로 요가강사를 하려고 마음먹은지 내가 생각해도 무모했다.
그리고 아직도 자리를 잘 잡진 못한것 같다. 첨에 가기 싫었던 회사의 박봉이라는 돈도 못벌고 있으니.

그래도 한번도 후회해본적은 없다.
이미 그려진 그림에 회색으로 색을 채워가는 인생보다는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있는 지금이 좋다.

언젠가 한번 회원분이 "선생님 그때는 좀 어설프긴 했었어요" 하는데 옛날에 그 소릴 들었다면 식은땀이 났으리라.
그런데 그쵸? 하면서 서로 웃을 수 있는 지금이 좋다.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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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내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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