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딱 오늘이였지.
4월 1일 만우절.
우린 대학생 새내기였고 알고 지낸시간이 한달조차 안됐지만 무척이나 친했지.
그 날 만우절엔 교복을 입어야한다며 같이 입자던 졸라대던 너의 모습에 난 조금 툴툴댔었지.
학교가는 지하철 방향이 같던 우리는 지하철 타는 곳 3-1에서 만나기로했어. 니가 먼저 앞역에서 타면 내가 뒷역에서 타는 방식이였어.
지하철이 도착하기 직전, 너에게서 전화가 왔고 난 통화버튼을 눌렀어.
"지금 도착하는 지하철맞지?"
"응. 이거 타."
그리고는 지하철문이 열리는데 내 전화를 받고있는 니 모습이 어찌나 예뻐보이던지.
난 너에게서 새로운 감정을 느꼈고 몸이 뻣뻣하니 얼어버려 전화를 끊을수도 없었어.
그 때가 아니였나 싶어. 내가 너에게 반한게.
그렇게 평소처럼 내가 농담을 던지면 너는 해맑게 웃어주고.
너랑 수업마치고 뭐하지란 기분좋은 상상때문에 수업은 당연히 뒷전이였고.
벚꽃구경도 할겸 놀이공원에 간 우리는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어.
돌아보니 이젠 너와 다신 보낼수없는 시간들이네.
저녁무렵이 되고, 집에 가봐야한다는 너의 말에 나는 잠시나마 너와 함께 더 있고싶어 벚꽃길을 거닐자고 물었고, 너는 여느때처럼 활짝 웃으며 수긍했지.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며 벚꽃길을 거닐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살랑이는 바람이 불어왔어.
너의 발그스름한 뺨을 닮은 분홍색 벚꽃잎들이 휘날렸고, 내 마음속엔 흩날리는 벚꽃잎들을 바라보는 너의 옆모습과 흩날리던 머릿결들.
'황홀'이란 단어가 이럴때에 쓰이는구나. 난 느꼈었지.
내 시간은 그 때 이후로 멈췄어.
학비때문에 난 휴학을 냈고, 지금까지 공장에서 일을 해왔지.
난 그 때 이후로 멈춰있는데. 넌 계속 성장하니까 연락하기가 두렵더라. 한심한 내 꼴 보이기싫어서.
가끔 오는 니 연락마저도 내가 차갑게 대한 나머지 지금은 끊겨버렸고.
다른 사람들은 함께한 추억이 많아 그 많은 추억들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하지.
우린, 아니 난 너와 많은 추억을 남기진 못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손에 꼽을정도지만 오히려 추억이 적었기 때문에
벚꽃잎과 니 나부끼는 머릿결과, 너의 옆모습이 내 가슴한켠에 깊게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네.
이 편지를 적게 된 것도 공장에서 하루 12시간 폐인처럼 일하다, 날짜 개념없이 살다 우연찮게 공장달력을 보니까 4월 1일 만우절. 1년전 오늘이더라.
그냥. 이렇게라도 한번 적어보고싶었어.
만약에 혹시 만약에 하늘이 날 불쌍히 여겨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일년전 오늘로 돌아갈거야.
그리곤 니 반짝이는 두눈을 바라보면서 네 손을 잡고 좋아한다고, 말할거야.
음 이제 넌 이학년이니까 공부도 열심히 하고. 동기들이랑 친하게 잘 지내고. 후배들한테도 잘해줘.
건강하고.
난 다시 멈추러 갈게. 좋은 추억 남겨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