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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의 방귀스트였다.
게시물ID : humorstory_4149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JohnBird
추천 : 12
조회수 : 1573회
댓글수 : 79개
등록시간 : 2014/04/02 19:08:12

부끄럽지만…
나는 고등학생 시절 내로라 하는 방귀스트였다;;

단지 소리의 크기나 냄새만으로 주목을 받는
다른 방귀스트와는 달리,
괄약근의 수축과 팽창 기능을 이용해
마치 휘파람을 불 듯 공명음을 재현,
하여가와 컴백홈에 삽입 된
태평소의 멜로디를 구현해 내는(!)
방귀 + 아티스트가 조합 된
말 그대로의 방귀스트였던 것이다.
 
그러나...
방귀를 아트로 승화시켰다는 자부심으로 살아 온 내게
일생 일대의 라이벌이 나타나게 되었으니,
그 이름 S군이었다.

내가 괄약근을 단련해 소리의 장인이 되었다면
S군은 선별 된 음식물 섭취와
장내 컨디션의 컨트롤을 통해
원하는 냄새를 구현해 내는,
다시 말해 냄새의 장인이었던 것이다.
 
학우들은 우리를 일컬어
‘멜로디의 존버드, 냄새의 S군’이라 부르며
재즈와 헤비메탈처럼 엄연히 장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방귀의 양대 산맥 구도를 조장하곤 했다.

정작 당사자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분야에 대해 ‘대단한 아티스트’라며
치켜세워 주고 있는데
주변인들이 자꾸 싸워 보라며 등을 떠밀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모든 싸움은 항상 작은 싸움이 큰 싸움이 되는 법.
어느 날 옆 반에 도시락 들고 놀러 갔던
우리 반 녀석이 S군에게 당해 울상이 되어 돌아왔다.

그의 말인 즉슨,
S군이 자신의 보온 밥통에 엉덩이를 넣고 앉아
그 무시무시하다는 ‘계란 방귀’를 발사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참이 지나도 밥통에 냄새가 빠지지 않아
결국 밥통을 ‘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이를 나에 대한 선전 포고이자
방귀 포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곧장 S군을 찾아가
‘다음 달 야자 때 보자’며
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는데
당시 학생들의 관심이 어찌나 컸던지
우리의 대결이 예정 된 그 달,
개교 이래 최고의 야간자율학습 등록률을 기록했다며,
교장선생님이 월요일 조회에서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칭찬하기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각 반의 학급신문 편집자들도
우리의 대결을 예의 주시하며
최상단 정중앙에 우리의 사진을 게재하겠다고
굳게 약속해 왔다.
 
이후 우리는
수업시간, 쉬는시간, 점심시간을 불문하고
가열차게 방귀 연습을 해댔는데
평소에는 우리의 기행에 눈살을 찌푸렸던 모범생 녀석들도
문제가 학급의 자존심으로 대두되자
우리의 일격에 고통이 증대될수록
‘파이팅!’ -_-;
을 외쳐주는 요사스런 상황까지 발전해 갔다.
 
그리고 운명의 그 날…
관람을 위해 야자를 등록한 공부에는 관심 없는 녀석들이…
아닌 겨울에 단체 마스크를 하고 나타났다.
이 대결의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예상되는 대목이다.
나는 필살기로
‘석양이 비추는 제방길 위에 황소를 타고 가는 소치기 소년의 풀피리 소리’의 연마를 마쳤고
그 음색으로 학교종이 땡땡땡을 완주해냈다.
 
상상을 초월한 훌륭한 연주에
S군의 표정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후훗, 설마 이정도일 줄은 몰랐겠지…
그런데 잠시 후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찡그린 얼굴 표정에는 닭똥 같은 식은땀이
교복 셔츠까지 흥건히 적시며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온 몸은 극심한 고통을 표현하는 떨림으로
폭발 직전의 무언가를 코스프레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계왕권 100배를 위해 기를 모으는 손오공보다
더 비장한 그 모습에
나는 그가 원기옥보다 더 거대한...
일격필살의 한 방을 준비하고 있음을
눈치 채고야 말았다.
시간이 좀 더 흐르자 S군은
‘끄흑~’, ‘아학~’, ‘끼잉~’하는
극한의 고통을 수반한 신음까지 내지르며
발사가 임박했음을 알렸고…
S군이 한 쪽 엉덩이를 들어올림과 동시에
야자실의 모두가 황급히 마스크를 채웠다.
 
잠시 후
‘슈우우욱~푸슈우욱~푸루루루….’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 온다.
그 소리는 약 10초 동안이나 길게 이어졌다.
독한 새끼… 대체 얼마나 모았길래…
장 내 가스를
‘끊김 없이’
‘한 방에’
‘모조리’
배출하려는 그의 의지를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소리…
말과 글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야자실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적이 흘렀다.
수류탄이 눈 앞에서 터지기 직전의 정적이
이런 느낌일 거다…
 
이윽고 S군의 바로 뒤에 앉은
K군부터 차례로 쓰러져갔다.
정말 대단한 가스였다.
쓰러져가는 전우들의 모습을 보며
다소 거리를 두고 있던 녀석들은
‘차라리 숨을 쉬지 않겠어!’
라고 다짐하는 듯
마스크로 있는 힘껏 코를 틀어 막았다.
단 1mm의 개방도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진짜 사건은 그 후다.
교장이 유례없이 학교 전체에 퍼진
면학 분위기를 감상한답시고
친히 야자실 순찰에 나섰던 것이다.
그리고 야자실 문을 열었는데…
교장은 잠시 후
 
“김선생! 여기 하수구 역류하나봐!”
 
라며 소릴 질렀다.
 
교장은…
그게 설마 사람의 방귀 냄새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게 얼마 만에 찾아 온 면학의 분위기인데,
스스로 공부를 하고 싶다며 찾아 온 학생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야자 환경이 이래서야 되겠냐며 10분째 호통을 쳤다.

S군의 방귀가 대단한 것은
10분이 넘도록 냄새가 빠지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후 교장의 호출에 부랴부랴 달려온 선생님들은
모두가 교장의 반응에 공감했고
교장은 결국 야자실 하수도 공사를 지시하기에 이른다.
방귀 한 방에 하수도 공사를 일으킨다니!!!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가랑잎을 타고 강을 건넌다는
북쪽 뽀글이의 전설보다 더 위대한 기적이 아닌가!
 
그가 이룩한 기적 앞에
나는 말문을 잃었지만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나는 비록 패배했지만
흔히들 말하는
‘졌어도 후회 없는 멋진 경기’였기 때문이다.
나는 의기양양, 방귀양양해 하는 녀석의 얼굴 앞에
엄지 손가락을 세워주며
“니가 짱먹어라”하고 야자실을 나왔고
쓸쓸히 걸어가는 내 어깨에 녀석은 손을 얹으며
“너의 방귀도 대단했다, 친구”
라며…
내가 없었으면 오늘의 자신도 없었노라고
영광을 내 앞으로 돌려 주었다.
방귀 잘 뀌는 놈이 매너도 좋으니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놈이었다.
 
그리고 10년 후…
우리는 압구정에서 열린 동창 모임에서
다시 한 번 재회하게 됐다.
전설의 방귀스트 둘이 모여 있으니
술자리의 화제는 단연 지난 날의
‘역사적인 대결’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자꾸만 나를 패배자로 인식하는 그들의 태도에
나는 기분이 몹시 상할 수밖에 없었다.
짧은 시간 동안 S군에게 복수할 방법을 찾기 위해
짱구를 굴린 나는
조만간 스키장으로 놀러 가자며 동창들을 꼬셨고
S군에게 유난히 반가운 척, 친한 척을 해가며
‘나는 S군의 차에 타고 가겠음’이라고 선언했다.
 
후후… 이제 복수의 무대는 마련 되었다.

네 놈의 차 구석구석에
내 ‘유독가스’와 ‘장내 유해 세균’들을
사정없이 흩뿌려 주리라…
10년을 패배자로 살았으니
앞으로의 10년은 승리자의 삶으로 만들어 가리라…
 
나는 대결을 위해 혹독한 수련의 날을 거듭해야만 했다.
남은 1주일이란 시간 동안 내가 할 일은
모 광고의 카피처럼
‘지독하고 오래가는 냄새’만들기였다.
 
나는 즉시 복수의 식단 스케쥴을 만들었다.
주초에는 다량의 고기류와
변비를 유발하는 샛노란 바나나,
감,
버터 등을 섭취해
‘장내 고기 숙변의 고착화’를 도모했고
주중에는 냄새를 유발하는
계란,
마늘,
우유,
생선등을 섭취하여
섬모 사이를 촘촘히 채운 숙변이
냄새를 가득 머금을 수 있도록 했으며
주말 밤 즉, 운명의 날 전야에는
그 독하다는 ‘해장방귀’의 실현을 위해
소주 맥주 양주의 3대 주종을 섞어 폭음하고
운명의 날 당일 아침 식사는
가스의 호쾌한 배출을 위해
고구마와 꽁보리밥을
씹지도 않고 먹었던 것이다.
누가 봐도 완벽한 스케쥴이었던 것이다!
나는 비록 멜로디의 장인이었지만
피는 피로 씻고 냄새는 냄새로 씻어야 하는 법.

나는
‘냄새로 일어선 자, 냄새로 망하리라…’
란 말을 중얼거리며 S군의 차를 탔다.
 
장소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휘닉스 파크로 향하는 길이었다.
마성터널 부근 확장 공사로
갓길 조차 없는 구간에 당도하자
‘때는 이때다!’하며 괄약근의 방아쇠를 당겼다.
아… 이 한 방을 위해 나는 얼마나 긴 인고의 시간을 참아왔던가…
뽁! 뿌우우우웅~ 삐지지지
이 온세상에 울려 퍼지는 맑고 고운 소리를 들어보라…
오랜 시간 부패 된 가스들이
섬모를 메운 숙변을 훑고 지나가며
약 10cc의 액체와 함께 터져나오는 이 소리…
그리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이 마약과도 같은 냄새…
1주일간의 지옥 훈련,
지옥의 스케쥴이 빚어낸 갖가지 식재료들이 펼치는
마지막 아우성의 하모니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그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전했다.
 
“창문 열면… 지는 거다?”
 
녀석은 분명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으나
자존심 때문에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입으로 숨쉬고 있음을 들키지 않게
입을 약 1mm쯤만 벌리고
그 사이로 거세게 숨을 쉬던 소리를…
‘스으읍~, 호오옵’하며
좁은 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나오던 공기의 소리를…
코 호흡으로는 절대 낼 수 없는 그 소리를…
나는 분명히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분명 따라해보는 사람 있다)
 
그러나 잠시 후…
S군은 운전 중에 두 엉덩이를 시트에서 띄우고(!)
기마자세로 운전대를 잡고서
궁극의 비기
‘소리없는 습격’을 감행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이 녀석… 10년 동안 연습하고 있었어…’

그것은...
고등학생 시절 가볍게 한쪽 엉덩이만 들던 자세에서
엉덩이를 두 쪽 다 공중에 띄워버리는
한 층 진보된 자세와,
이를 지탱하는 탄탄한 허벅지,
그리고 그렇게 온 몸에 힘이 들어간 상황에서도
소리없는 습격을 이뤄내는
고도로 정제된 괄약근의 움직임이 대변해주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본 순간
녀석의 엉덩이에서 뭔가 연상되었다.
핵폭발과 함께 나타나는 버섯구름…
S군의 엉덩이 밑으로 그 버섯구름이 퍼져나가는 모습이…
방귀는 본질적으로 ‘무색’이지만,
그 특유의 고온다습한 냄새,
그리고 ‘수압’과 연관되어 있는 듯한 공포의 소리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실제 보이는 것처럼 만들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위력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녀석은 나를 죽일 수도 있었다”
고 밖에…
S군이 만약 윈도우락을 걸어 두었다면…
나는 정말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문막 휴게소에서 그의 방귀가 이뤄 낸
또 하나의 기적을 보게 되는데,
그것은 엉덩이 부분만 벗겨진
그 녀석의 천연가죽 시트였다.

소싯적 방귀 좀 뀌어 본 사람이라면
유독 팬티 한 가운데만 빵꾸가 났던 경험이 있을 터,
그런데 그의 방귀는 가죽까지 벗겨내는
가공할 위력으로까지 발전 되었던 것이었다.

비록 이번 대결 역시
스스로 창문을 열어버린 나의 패배였지만…
역시나 졌어도 후회는 없는 대단한 승부였다.
 
이 글을 냄새의 극한을 경험하게 해준 S군과
아직도 냄새가 빠지지 않는 휘닉스파크 14번 곤돌라,
그리고 죽어서 가죽까지 능멸당한; 검은 소에게 바친다.
 
- JohnBir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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