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엄마의 울음소리를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아빠는 엄마 얼굴이랑 몸에다 주먹질을 퍼부었다.
엄마는 무자비한 폭력을 피하려고 애를 썼지만 소용 없었다.
아빠는 엄마를 구석까지 몰아갔다.
미친놈처럼 소리를 지르면서 맥주병을 들고 휘청거렸다.
실수로 병을 깨뜨려서 살을 깊게 베였다.
피가 콸콸 흐르는 걸 보더니 아빠는 완전 정신이 나가버렸다.
병조각을 들고 엄마의 배를 찔렀다.
엄마도 비명을 지르고 나도 비명을 질렀다.
옆으로 쓰러진 엄마는 미동도 없다.
본능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엄마를 구하고 싶어졌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엄마를 되살려내봤자 폭력적인 남편과 쓸모없는 딸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엄마가 아니라 아빠다.
다시 눈을 감고 뜨자마자 아직 미혼인 16년 전의 아빠가 보인다. 잠을 자고 있다.
조심스럽게 아빠의 얼굴 위로 베개를 갖다 댔다.
정말 세게 눌렀다.
아빠도 나름대로 애를 썼지만 나의 의지가 더 강했다.
천천히 망각속으로 아빠가 사라져갔다..
그리고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