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이고, 나이는 많이 먹었지만 철이 덜들어서 서로 결혼전에 돈관리를 드럽게 못했었더랍니다.
더구나 저는 시골에서 어렵게 자랐고, 와이프는 서울에서 넉넉하게 자라서 돈을 쓰는 일에 대한 눈높이도 상당히 달랐구요...
저는 급여는 평범하지만 그나마 안정적인 직장이고, 와이프는 페이는 쎄지만 불안정한 직장이라
3년정도 와이프에게 온전히 월급을 맡기고, 용돈을 받아서 썼습니다. 한달에 20만원정도...
둘이 버는 돈이 그렇게 적지 않았기에, 생각보다 씀씀이가 크다 싶었어도 맞벌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실상을 알고보니, 친정에서 돈도 빌려쓰고, 결국 나중에 카드값이 300정도 밀려서 그제서야 얘기를 하더군요...
전세금 올리는 것도 빠듯했는데, 저축은 언감생심이었죠...
둘이 함께하는 삶인데, 너무 무심했던 것도 미안하고, 처가댁에 너무 미안하고, 나한테 얘기 못했던 것도 내탓인것 같아 미안하고...
와이프와 상의한 끝에 돈관리를 내가 하기로 하고, 1명 월급으로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와이프 수입은 모두 저축하는 걸로 합의보고, 하루1만원 식비로 고정시켰습니다.
외식이 줄고, 대부분은 집에서 해먹게 되더라구요...(덕분에 요리실력이 늘어났습니다.)
3년간 돈 펑펑 써댔던 시간과 돈은 아깝지만, 그냥 추억이 많아졌다고 생각하고 말려구요.
근데 3개월 정도 돈관리를 하다보니 참 어렵습니다. 혼자 살땐 적지 않은 월급이라고 생각했던 제 월급도
둘이 살다보니 그렇게 많지도 않고, 물가도 올랐고, 결혼생활인데, 자취생활처럼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더라구요...
울 와이프 명품 밝히지도 않고, 화장품 비싼거 쓰지도 않습니다. 겨울에 보드타는 거 제외하면 둘다 돈많이 드는 취미도 없습니다.
그래도 돈 관리가 참 어렵습니다... 가끔 와이프가 핸드폰으로 이삼만원짜리 가디건을 보면서 살까말까 망설이는걸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모두의 결혼생활에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은 없는거죠. 제가 돈관리를 하다보니 와이프를 이해할 수가 있더라구요.
별거 산것도 없고 많이 쓴것도 없는데, 돈이 모자라면 그냥 내가 다 문제인것 같고... 내가 사치스러운것 같고
근데 또 그런 사소한 죄책감은 아내가, 남편이 "여보 잘하고 있어. 걱정하지마. 같이하면 되는거지." 라는 한마디에 모두 사라질 수 있더라구요.
각자 살아온 서로의 삶이 하나가 되려면 그 살아온 시간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경제생활이라는 것 또한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합리적이라는 명분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면 안되는 거 같아요.
우리는 사실 어느 누구도 매사에 그렇게 합리적으로 살지 않거든요.
저도 이제 몇개월 돈관리를 하면서 와이프가 했던 일을 새롭게 보게 되는 것처럼, 부부는 아직도 서로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게 되면서 조금씩 신뢰라는 것이 쌓여간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아내를 인정하고, 남편을 존중하세요.
나와 인생을 함께 살아주는 배우자에게 고마워하며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