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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큰아버지가 나왔던 어렸을 때 꿈 이야기 (장문 주의)
게시물ID : panic_774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잉여인간1호
추천 : 13
조회수 : 298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2/15 19:47:36

정확하게 몇살까지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말 그대로 어렷을 적,

맞벌이였던 부모님 대신에 큰아버지 손을 잡고 이곳저곳을 졸졸 따라뎌녔던 기억이 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만,

종종 내복만 입고 슈퍼에 갔던 기억이나 개천에서 올챙이를 잡던 기억까진 나던 시기라

지금도 가끔이면 그 커다랗고 거뭇거뭇했던 큰아버지의 손이 어렴풋이 떠오르죠.


본업은 공무원 이셨지만 본래 소설가를 희망하셨던 큰아버지는, 저를 돌봐주시며 틈틈히 글을 쓰실때가 많았고 

가끔 글이 잘 안써지실 때면

이따금씩 절 데리고 나와 항상 맛동x 한봉지와 빙그x바나나우유를 하나씩 쥐어주시곤 친구들과 만나러 다니곤 하셨습니다.



그러던 추운 겨울 어느 날,

절 보조석에 남겨두고 우연히 만난 친구분과 인도에서 잠깐 대화를 나누던 큰아버지는,

인도를 향해 돌진해오는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휩쓸렸고,

전 두 번 다시 그 커다랗던 손을 잡을수 없게 됐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전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됐고 4~5학년이 됐을 무렵 때의 일 입니다.


당시 아버지는 시골에서 제법 큰 탁구장을 운영중이셨는데,

그 쯔음에 지역 청소년 탁구 대표의 코치 역할 & 관련 일로 다른 지방으로 가셨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쪽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시기로 한 날,

그날은 제가 아침에 잠을 깸과 동시에 울음을 터뜨리며 시작했습니다.


이유인즉슨 간밤에 꾼 꿈이 어렸던 저에겐 너무도 소름끼치고, 너무도 무서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는 세세한 부분까지 떠올리기 힘든, 너무 예전의 꿈이지만

아직도 또렷히 기억나는 부분을 추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너무나도 예쁘고 푸른 잔디가 깔린 언덕에서 한참을 뛰어놀던 제가,

마침 옆에 있던 커다란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그 언덕 밑으로는 예쁜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문득, 강 건너편에서 아득하게 딸각 딸각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죠.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저의 시선이 자연스레 따라간 곳에는,

안개 한점 없는 맑고 따뜻한 햇살 아래 도포자락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작은 뗏목배를 조용히 끌고오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뭍에 도착한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을 향해 배에 올라타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죠.

배에 타려던 사람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전 그때 그 사람이 아버지라는 걸 확신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 배에 올라타려고 하셨고요.


그런데 그 떄,

어디선가 시커먼 털을 가진 거대한 검은 개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다짜고짜 도포를 입은 사람의 팔뚝을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뗏목의 주인은 화들짝 놀라 서둘러 노를 저어 다시 강의 건너편으로 배를 몰고 가버렸고, 당연히 아버지는 뗏목배에 오르시지 못하셨죠.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언덕 위에서 지켜보던 저는,

고개를 돌리는 개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그만 그 자리에서 자지러지며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개를 돌린 개의 얼굴이,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시던 저의 큰아버지 였기 때문이었죠. 


개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지닌 형상..

꿈에서 깨자마자 어머니에게 달려가 큰아버지가 귀신으로 왔다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는 미신같은 걸 믿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는데,

마침 

아버지의 탁구장 옆 볼링장에 화재가 나는 바람에 아버지의 탁구장도 홀랑 타버렸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돌아오신 아버지의 이야기는 제 꿈보다도 조금 더 신비한 이야기 였습니다.


아이들 시합을 마치고 체육관을 나가던 중,

큰아버지의 절친이시라고 하는 분이 아버지가 왔다는 소식에 찾아왔다고 하시더니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하셨답니다.


친구를 잃은 친구분의 푸념도 들어주고, 형에 대한 추억도 떠올릴 겸

간단히 몇잔만 드시고 새벽 버스에 몸을 실으려 하셨던 아버지는,


한 잔 두 잔 술잔이 기울수록 묘한 느낌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큰아버지 친구분이 말하는 어투, 술을 마시는 습관, 취했을 때 하는 행동, 좋아하는 안주 등, 

술자리에서 하는 행동거취들이 모두 큰아버지와 닮아,

아련한 추억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술을 드시다 아침이 되서야 내려오셨다고...


물론 그날 아침 아버지가 탁구장 문을 일찍 여셨을지, 아니면 쉬다가 오후 늦게서야 문을 여셨을지 모르지만

이 이야기를 친구들한테 해줄때면 와~ 소름 끼친다. 진짜야? 하는 반응을 듣기도 하고 저또한 정말 신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작 저희 가족들은 우연의 일치였을 뿐 대수롭지 않다는 판단이고요ㅎㅎ

그래도 사는게 원만치 않아 조부모님이 돌아가신 직후 이혼을 하신 지금도, 어머니가 조부모님과 더불어 큰아버지 제사날은 빠지지 않고 챙기시는 걸 보면 전혀 믿지 않으시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아깐 잠깐 짬내서 쓰다보니 너무 두서없이 쓴거 같아 수정을 좀 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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