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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참수 지장보살
게시물ID : panic_775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42
조회수 : 6929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02/16 15:37:24
출처 - http://occugaku.com/

참수 지장보살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엄마가 날 맡아 키우기로 해서 외갓집으로 이사했다.
외갓집은 동북 지방에 있는 마을인데 꽤나 외진 곳에 있다.
집도 띄엄띄엄있고, 마을에 있는 가게라곤 작은 수퍼 하나에 편의점도 하나 뿐이었다.
그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전교생이 약 20명이고, 같은 학년은 날 포함해서 4명 뿐이었다.

이사하고 1년 반 정도 지났을 때, 한 학년 위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이유도 기억 나지 않는다. 분명 별 것 아니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 아이가 너무 싫어서, 없어졌으면 했다.
그 때 참수 지장보살이 떠올랐다.
이사 왔을 때 할아버지가 참수 지장보살 이야기를 해주셨다.
작은 공원 안쪽의 수풀 속에 있는 목이 없는 지장보살 셋.
"절대로 공물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이유는 안 가르쳐주셨지만, 이사오고 얼마 되지 않아서 반 친구에게 들었다.
그 지장보살에게 공물을 바치고, "○○를 죽여주세요"라고 빌면 그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한다.

참수 지장보살에게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도시락 싸오는 날. 주먹밥 두 개를 안 먹고 하교길에 참수 지장보살에게 공물로 바치고 소원을 빌었다.

그 날 저녁, 자고 있는데 발 소리가 들렸다.
덜그럭 덜그럭하는 갑옷을 입고 걷는 듯한 소리였다.
"부족해"
그런 소리가 들렸다. 아.. 그랬구나. 지장보살은 셋있었다. 주먹밥이 하나 부족했나보다.

다음 날 주먹밥 하나를 가지고 등교했다.
등교하던 중에 참수 지장보살에게 갔더니 주먹밥 두 개가 그대로 있었다.
가지고 온 주먹밥을 공물로 바치려고 했더니
"떼끼 이 나쁜 녀석아! 이게 뭐하는 짓이야"하고 소리치는 게 들렸다.
처음 보는 아저씨가 뒷쪽에서 달려와서는 날 때렸다.

끌려가다시피 해서 집으로 갔는데,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소리를 치더니 돌아갔다.
저녁이 되자 마을 어른들이 집으로 몰려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계속 사과하셨다.
동북 사투리를 쓰셔서 무슨 일인지 잘은 몰랐지만 나도 같이 사과했다.
뭔가 마을이 발칵 뒤집어진 것 같았다.

며칠 그러다가 우리 집은 완전 마을에서 따돌림을 받았다.
옛부터 참수 지장보살에게 공물을 바친 집은 마을에서 따돌림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마을에서 따돌림 받는 게 어떤 건지 모르지만, 그 이상이었을 것 같다.
우리 집 사람과는 말도 못 하게 해서, 수퍼나 편의점에서 물건도 못 샀고
엄마는 마을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는데 해고 당한데다 나는 학교도 못 다니게 되었다.
엄마와 같이 주민센터에 항의도 하러 가봤지만 상대도 해주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여기선 도무지 살 수 없었다.

도쿄로 이사하자고 말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 동네를 나가기 싫다고 하셨다.
태어나고부터 쭉 이 마을에서 살았으니 죽을 때도 여기서 죽고 싶다고 하셨다.
두 분은 자기들은 괜찮으니 엄마랑 나랑 둘만 도쿄에 나가서 살라고 하셨다.
엄마는 꽤나 걱정했지만, 여기서는 내가 학교도 못 다니고 엄마도 일을 할 수 없었다.
생활 자체가 불가능했다.
엄마와 나만 도쿄로 이사가기로 했다.

외갓집에는 종종 전화를 걸어 필요한 음식이나 여러 가질 보냈지만
조금 지나자 전화선을 끊었는지 연락이 되질 않았다.
마을에 쇼핑하러 나갔을 때 공중전화로 전화를 거시는 것 외에는 편지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찾아뵈었을 때 전화선을 고치자고 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괜찮다고 하셨다.
아마 그것 말고도 뭔가 당하신 것 같앗지만, 모든 걸 포기했달까, 받아들였달까 뭐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수 년이 지나, 고등학생이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고서도 그 마을 일은 기억하고 있었다.
참 나쁜 짓을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스럽다 그런 게 아니라
그 후에도 그 발소리와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기 때문이었다.
딱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그냥 들릴 뿐이다.
암만 그래도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어느 날, 택배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외갓집에 배달하러 갔지만 몇 번을 가 봣지만 집에 사람이 없다고 한다.
나쁜 예감이 들었다. 아니, 반쯤은 그럴 거라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었으면 전화를 할 텐데.
바로 외갓집에 가기로 했다.

밤 늦게서야 외갓집에 도착했는데 불이 꺼져 있었다.
문을 두드렸지만 반응도 없었다.
현관 문은 미닫이라 쉽게 떼낼 수 있었다. 문을 떼내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확신했다.
엄청난 썩은 냄새가 났다. 엄마를 보니 오열하며 떨었다.

안에 들어가서 불을 켰다. 어디지.. 안방인가? 현관을 들어가 오른쪽으로 쭉 걸어가면 안방이다.
안방으로 가는 도중의 왼쪽 방 장지문이 열려 있었다. 불단이 있는 방이다.
흘끔 봤더니 할머니가 공중에 떠 있었다. 목을 매셨다.
할아버지는 같은 방에서 이불 안에서 돌아가셨다.
엄마는 아이처럼 울었다.

일단 밖으로 나가자고 했지만 움직이질 않았다.
경찰을 부를까 했지만 휴대전화가 막 보급되던 때라 그 시골은 통화권 이탈 지역이었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파출소로 걸어갔다.
할아버지는 병사하셨고, 할머니는 자살이라고 들었다.
할아버지를 뒤쫓듯 할머니가 자살했다. 그런 것 같았다.
장례식은 올리지 않기로 했고, 스님도 영안실로 불러서 불경을 외우게 하고 화장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날 사진을 가지고 가고 싶어서 외갓집에 일단 들리기로 했다.
재산은 집 말고 없으니까 상속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마을에 오는 건 이게 마지막이었다.
엄마가 이것저것 하는 동안, 나는 옛 추억이 떠오르는 길을 걸었다. 학교로 등산하는 길.

공원에서 그네를 타면서 생각했다.
어떻게 할까. 이제 이 마을과는 연관되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돌아가는 게 좋을까? 하지만 그 발소리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렇게 하는 게 이 마을과의 관계를 끊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참수 지장보살에게 가지고 온 주먹밥을 하나 공물로 바쳤다.
뭘 기원하지? 누구를? 바로 생각나는 이름이 없었다. 나는 누굴 죽이고 싶을까...
이 마을 사람 모두 죽여주세요. 그렇게 소원을 빌었다.

공원을 돌아보니 대여섯명이 날 보고 있었다.
아는 얼굴도 보였다. 저쪽도 내가 누군지 알았을 것이다.
내가 다가가니 눈길을 피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아무 말 없이 스쳐지나갔다. 

그 후 발소리와 목소리는 안 들렸다.
그 마을 사람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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