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들이 불만족스런 삶을 사는 이유
국회는 지난 5월 근로기준법 개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고 2016년부터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부 입장에선 최장시간 근로국가로서의 한국 이미지는 이만저만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OECD 회원국의 연간 근로시간 평균은 1776시간. 반면 한국은 2092시간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한 민족으로 꼽히는 '한국인'은 6.25사변으로 폐허가 되버린 이 땅에서 부지런한 근면성만으로 나라를 다시 일으켜세웠고 가난의 굴레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에서 한국인의 부지런함은 더 이상 미덕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우리들의 발목을 잡기시작했다. 너무나 긴 근로시간으로인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포기해야했고 자신의 건강을 돌볼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생을 모조리 일에다 소모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근로소득 수준은 어떻게 될까? 아니, 눈을 돌려 OECD 회원국들의 최저임금부터 살펴보자. 노르웨이 \22,000, 뉴질랜드 \12,600, 독일 \12,250, 영국 \10,500, 캐나다 \10,081, 일본 \8,179, 미국 \7,975. 각 나라들마다 기준연도가 1~3년 정도 차이가 나지만 보통 한화 \10,000에서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특별히 눈에 띄는 노르웨이의 경우는 사회의 평균적인 최저임금을 어림잡아 계산한 것이고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국가들에선 사실 법정 최저임금 제도가 없다. (그네들 나라에서는 일반적인 최저임금이 너무 높아서 굳이 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5,210으로 OECD 회원국들 최저임금의 절반에서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는 학기 중의 대학생이 주말 알바를 한다고 칠 때 주 16시간, 월 64시간을 최저임금으로 환산하여 한달에 벌수 있는 돈은 고작 40만원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한달 밥값 정도만 버는 수준) 만일 대한민국의 대학생이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고 대학생활을 하기 위해선 휴학을해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방학 동안 개인 활동을 모두 반납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한다. 이는 물가가 비싸도 최저임금이 높아 아르바이트만으로도 생활비를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 선진국들과 크게 비교된다.
▲ 2012년 기준,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에도 10시간 일해서 벌 수있는 돈은 5만원에서 고작 2천원 늘어난 정도이다.
결국 OECD 선진국들과 대한민국의 차이는 인건비에서 결정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과 비교만 하더라도 일본과 우리나라는 노동에 매기는 값 자체 부터가 다르다. 그렇다고해서 일본 물가가 우리나라에 비해 비싼고하니 그것도 아니다. 혹자들은 일본으로 여행갔다온 것을 경험삼아 일본의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가격 안에 포함된 서비스료와 원가의 구분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원가>인건비(서비스료)인 반면 일본의 경우는 원가<인건비(서비스료)이다. 이는 일본의 경우 공산품, 생필품과 같은 물건의 가격은 저렴한 반면 레스토랑과 같은 식당에서의 식사는 서비스로인해 가격이 비싸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여행객이나 관광객의 경우 물가를 비싸게 느끼는 이유중 하나인데, 보통 많은 여행객들이 관광을 가선 식당을 이용하지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다가 요리해먹진 않기 때문이다. 고로 현지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관광객보다 현저히 적기 때문에 체감 물가가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또는 그보다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인건비가 높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건비의 상승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 일을 하더라도 손에 쥐게 되는 소득이 많아지니 노동으로 먹고 살기를 꺼려하지 않게 되면서 이는 자연스레 직업의 우열을 가리지 않게되어 노동자들도 존중받는 사회가 이뤄진다. 모든 국민들이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목숨거는 일은 없으며 대기업으로의 인력 쏠림이 나타나지 않으니 자연스레 중소 기업들도 성장하게되고 이는 나라의 경제를 더 튼튼하고 다양성있게 만드는 건강한 기반이 된다.
그렇다면 지금 바로 최저임금을 다른 OECD 회원국들 수준처럼 올리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냐고? 어림없는 소리. 7~80년대, 선성장 후분배 원칙에 따른 급속도의 경제발전이 이뤄지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호아래 호의호식하며 자라난 대기업들은 저임금 노동자 착취와 정경유착을 통해 자신들의 몸집을 불릴대로 불림으로써 한국 경제를 비정상적으로 거대하게 받치는 형태가 이루어졌다. 지금 당장 최저임금이 오른다고해도 경제적으로 너무나 비대해진 대기업들에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오히려 영세한 중소기업들만 죽어나갈뿐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너무 멀리 와버렸다. 발전할 때 발전하고 나눌때 나눠야함을 알지 못하고 파이만 불리는 것에 열중하다보니 맛있게 커진 파이는 대부분 대기업이 거의 독식해버리는 결과를 낳게되었다. 이미 부의 재분배를 이야기하기엔 때가 늦어버린 것이다.
▲ 2012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3천달러에 달했지만
정작 절반이 넘는 근로자들의 소득수준이 100만원대 이하에 머물렀다.
많이 일해도 실상 손에 쥐는 돈은 얼마 안되는 현실 속에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불행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물가는 비싸기까지 하다.) 작년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6천달러에 달했고, 올해는 환율 변동에 따라 3만달러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럼 뭐하나? 그게 대한민국 국민들의 소득으로 이어지지가 않는데..
솔직히 대한민국이 이 모양 이 꼴이 된건 어쩔수 없는 결과이기도했다. 한반도에서, 그것도 분단된 반쪽짜리 석유 한 방울도 안나오는 이 한반도에서, 팔아먹을 자원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관광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결국 대한민국이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는 자원은 '인적자원'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 인적자원은 무엇인가? 바로 우리가 하는 '일'이 그 인적자원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6.25 이후 산업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서양에서 수백년에 걸쳐 이뤄진 과정을 불과 몇십년만으로 단축해놓았다. 그 과정에서 산업화와 세계화, 개인주의, 민주주의 등 다양한 체제와 문화들의 충격과 함께 사회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러한 과도기적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발생한 부작용들은 우리 사회의 크나큰 문제들을 야기했고 이는 지금 우리가 사회에 불만을 제기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서구 선진국들의 부유한 삶을 흉내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오직 '일'에 매달려야했고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당연히 서구에비해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긴 근로시간에 불평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그 긴 근로시간에 맞는 합당한 대우를 노동자에게 해줘야함을 기득권층에게 주장해야하는 데 있다. 부의 재분배가 심각하게 이뤄지지 않는 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의 재분배를 위해 갖은 노력을 해야한다. 이대로의 대한민국에선 더 이상 열심히 해도 성공할 수 없다.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바뀌어야한다.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보호하자. 사회의 불합리함에 과감하게 문제를 제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