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처럼 나는 행정보급관을 울게 만들었다.
나는 행보관을 3분 모셨는데,
이병부터 일병 중간까지 한분,
일병 중간부터 병장3호봉때가지 한분
병장 4호봉 부터 전역까지 한분.
이렇게 세분을 모셨는데, 내가 울게 만든 사람은 2번째 행보관이었다.
시작은 상큼했다.
중대행정계원으로서 워낙에 관심병사들만 꾸역꾸역 들어오다보니, 분대에 인원은 넘쳐나는데, 계원은 오직 3명 밖에 없었다.
상병 인사선임 한명, 보급 2달 후임 한명, 그 외 교육과 병기등 업무는 내가 모조리 맡아서 하는 상황이었다.
위로 선임 한명이 있을때에는 선임이 행보관으로 부터 우리를 보호해주었으나, 그것도 잠시 선임이 전역을 하게 되면서
내가 행정반 분대장을 맡게 되었다, 밑에 후임 2명을 데리고 다니면서 상급부대의 많은 검열을 감당해야 했는데,
이 행보관이라는 작자가 좀 까탈스러운건지, 정신이 이상한건지 계원을 괴롭히는걸 굉장히 좋아했다.
특히, 내 맞후 보급병은 똘똘해서 내가 아끼던 후임 중 하나였는데, 그 덥던 여름 행보관이 파리가 행정반에 넘치는 것은
보급계원이 부족해서라며 무려 30분동안 갈궜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 후임은 살짝 눈물을 보였고, 그 여름 내내
행정반에서 파리채를 들고 파리만 신나게 잡았던 것 같았다.
보급후임의 파리잡기 임무로, 보급임무는 내가 전담을 하게 되었고, 인사업무는 나보다 나이 많은 후임이 일을 그럭저럭 해나갔다.
이 행보관은 약간 이상한게, 상급부대에서 검열이 나오면, 지적사항이 발생한다던가, 말문이 막히면 옆에서 도와줘야 하는데,
검열관과 우리들을 신나게 함께 까곤 했다 ;;
하루는 인사후임마져 휴가를 가서 내가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
마침 그때 연대에서 인사관련 검열이 나왔다.
그때 부대일지(부대에서 있었던 내용을 시간대 별로 기록하여, 일기형태로 저장하는 것, 매일매일 작성해서 행보관, 중대장이 결제하는 것이 원칙)
검열이 나왔는데, 내 후임이 부대일지를 대략 5일정도 결제하지 않고, 휴가를 나간 것이다.
ㅈ 댔다 싶은 마음으로 아침부터 부랴부랴 가라로 부대일지를 작성했지만, 검열관에게 신나게 털렸다.
원래 부대일지도 행보관이 하고 있나, 않하고 있나 확인을 해야하는데 행보관도 그걸 확인하지 않았고, 나 조차도 확인을 못했던 터라
행보관도 무척이나 당황했다. 특히, 그 검열관이 중사로서 행보관의 후임이어서 인지 행보관은 얼굴이 빨개졌고,
검열이 끝난후에 난 대략 1시간 동안 욕을 먹었던 것 같다.
중대장도 나에게 힘내라며 어깨를 다독여줬을 정도였는데, 나는 무척상심했고, 그간 충성을 다해서 일을 다한 결과가 이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행보관에 대한 분노가 이어졌다. 이후 그날부터 난 데스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 행보관은 참 더러운짓을 많이 했는데, 보급나온 건빵을 챙겨서 집에가져간다거나, 전역한 중대장이 선물로 준 사과상자 5개를
자기 집으로 가져간다거나, 유류고에 가서 몰래 기름을 가져오기, 영수증 가라로 때려서 자기 먹고 싶은거 사먹기 등...
그가 한 미친짓거리는 손에 꼽을 수 없을정도로 많았는데, 문제는 주로 내가 행정반의 분대장으로서 행보관의 손발이 되어서
모든 행위를 내가 했다는데에 있다. 변명일 수 있지만, 하라면 해야했다. 즉, 나는 그의 모든 치부를 알고 있었고...
그날 부터 그가 한 잘못된 모든 행위를 컴퓨터에 몇월 몇일 몇시에 무엇을 했는지 소상히 적어서 기록해 두기 시작했다 ㅋㅋㅋ
두달 후 행보관은 바뀌었고, 바뀌고 나서도 나를 무척이나 괴롭혔다. 나는 이 데스노트만을 바라보며 전역을 기다렸고,
전역전날 대대장이 주관하는 간담회에세 대대장에게 데스노트를 제출하였고, 전역을 했다 ㅋㅋ
간담회시, 대대장도 행보관의 모든 행적을 알고 있었으나, 증거가 없어서 답답해 하던차에 나의 데스노트에 크게 감사했다.
본디, 전역시에는 모든게 아름답게 보이기 마련이나, 그 행보관만은 용서가 되지 않아 데스노트를 제출했고,
전역하는 길에 연대와 사단에 들려 제출하려고 했으나, 대대장의 만류로 대대장에게만 제출하면서, 확실한 후속 조치가 없다면,
연대와 사단에 후일 제보 할지도 모르겠다는 뜻을 비춤으로서 확실한 후속조치를 약속 받았다 ㅋㅋ
이후 난 전역을 했고, 친했던 간부와의 통화에서 대대장에게 그 행보관은 공개적으로 상당한 비난을 들었고, 원사 진급은 끝났다는
통보를 받음과 동시에 행보관이 술자리에서 크게 울었다는 소식이 나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ㅋㅋ
훗날 부사관 중,하사가 나에게 정말 고맙다고, 이제 그 행보관은 더 이상 주말에 자신들의 숙소로 쳐들어오지 않는다고
덕분에 요즘 발뻗고 잔다고 감사의 말을 들었다.
혹자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건 그래도 너무 했다. 비겁하다.
하지만 잘못 된건 잘못된거고, 이런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친구들은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 고자질 쟁이라던지 꼬질놈이라고 부르는데,
난 전혀 후회가 없다. 이런 놈들은 한번 맛을 봐야 한다 ㅋㅋㅋㅋㅋㅋ
이상 행보관 울린 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