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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휘발유 먹은 숨결, 너를 앓고 싶어 환장한 몸.txt 有
게시물ID : lovestory_77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봇
추천 : 12
조회수 : 1077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2/14 20:06:12


고춘식 / 봄, 교실에서



얘들아 저 봄 봐라
창문을 열었지요

그런데 아이들은
힐끔보곤 끝입니다

지들이 그냥 봄인데
보일 리가 있나요.













서덕준 / 바늘



나의 인연은 너로 꿰매어진다
꿰어지는 실은 통증이며 바늘은 곧 당신이다.

그때는 왜 알지 못했는가

실이 꿰매어진 뒤엔
항상 바늘이 떠난다는 것을.













원태연 / 상처



먹지도 않은 생선가시가
목에 걸려있는 것 같다
그것도
늘.













황경신 / 달리다



너를 만난 이후로
나의 인생은 세 가지로 축약되었다

너를 향해 달려가거나
너를 스쳐 지나가기 위해 달려가거나
너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달려간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내 눈을 감기세요



내 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잡을 것입니다
손으로 잡듯이 심장으로 잡을 겁니다

심장을 멎게 하세요, 그럼 뇌가 고동칠 것입니다

마침내 당신이 나의 뇌에 불을 지르면
그 때는 내 피가 흘러 당신을 실어 나르렵니다.













김종삼 / 묵화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정병근 / 옻나무



여차하면 가리라
옷깃만 스쳐도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너에게 확 옮겨 붙으리라
옮겨 붙어서 한 열흘쯤
두들두들 앓으리라

살이 뒤집어지고
진물이 뚝뚝 흐르도록 앓다가
씻은 듯이 나으리라

네 몸 속의 피톨이란 피톨은
모조리 불러내리라
불러내어 추궁하리라

나는 지금 휘발유 먹은 숨결,
너를 앓고 싶어 환장한 몸.













서덕준 / 손



당신과 불현듯 스친 손가락이
불에라도 빠진 듯 헐떡입니다.

잠깐 스친 것 뿐인데도 이리 두근거리니
작정하고 당신과 손을 맞잡는다면
손등에선 한 떨기 꽃이라도 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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