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대통령, 자국민 납치되자 필리핀인 이라크파견 중지 현재 4천1백명 미군부대서 재직, 철수시 미군 큰 타격
2004-07-08 오전 10:40:59
이라크 저항세력이 필리핀인 한 명을 납치해 “72시간내에 필리핀군을 이라크에서 철군하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서자,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8일 즉각 이라크 주둔미군 부대로의 필리핀인의 추가 파견 중지 명령을 내렸다.
현재 이라크 주둔미군기지에는 영어에 능통하다는 이유에서 4천1백여명의 필리핀인들이 요리사, 기술자 등으로 일하고 있어, 필리핀의 조치가 추가파견 금지에 이어 이미 파견된 필리핀인들의 철수로까지 이어질 경우 이라크 주둔미군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아로요 대통령 "필리핀인, 이라크 추가파견 즉각 중지"
8일 AP 통신에 따르면, 아로요 대통령은 "이라크 근로자 파견작업을 완전히 중단하라"고 노동부에 명령했다고 대변인 이그나시오 분예가 DZBB 라디오에 말했다. 대변인은 그러나 무장단체의 요구사항인 필리핀군의 이라크 철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필리핀 정부는 또 이날 오후 바로 내각을 소집해 필리핀인 납치관련 긴급회의를 열 예정이다.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는 7일(현지시간) 이라크 저항세력이 필리핀인 한 사람을 인질로 붙잡았다는 내용의 비디오 화면을 방영했었다.
비디오에는 복면을 한 저항세력 3명이 나와 “필리핀 정부가 앞으로 72시간 내에 이라크 주둔 필리핀군을 철수시키지 않으면 이 인질을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들 저항세력 가운데 한 명은 성명을 읽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방송에서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들 저항세력은 “이 필리핀인과 동행하고 있던 이라크 보안 경비대원 한 명을 이미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필리핀인 이름과 살해된 이라크 경비대원의 이름 등은 나오지 않았으나 ‘알-가디르 보안회사’라는 경비대원의 회사 신분증으로 보이는 카드가 비쳐졌고 이밖에 무기소지허가증도 보여졌다. 이 카드에는 살해된 이라크인 이름으로 보이는 ‘하피드 아메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들 저항세력은 납치된 필리핀인 뒤에 서 있었으며 벽에는 아직까지 알려져 있지 않던 ‘할레드 빈 알-왈리드 군’이라는 이름의 깃발이 걸려 있었다. 방송에 따르면 이 단체 이름은 이슬람 선지자인 무하마드가 이끄는 군대의 장군 가운데 한명의 이름으로 무하마드는 이 장군에게 ‘이슬람의 칼’이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필리핀인 4천1백명, 미군납품업체에서 일해
AP,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후 알자지라 방송측은 “이 필리핀 사람은 미군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회사 직원”이라고 밝혔다. 이 필리핀인은 또 고 김선일씨나 미국인 닉 버그처럼 밝은 오렌지색깔의 옷을 입고 있었다.
알자지라측은 이 테이프를 7일 건네받았으며 테이프에는 저항세력이 인질을 어떻게 납치했는지, 인질의 직업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다.
한편 필리핀은 이라크 다국적군에 51명의 병력과 경찰, 의료 인력을 파견한 상태로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서도 약 4천1백명의 필리핀인이 요리사, 기술자 등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