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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베와 쇼미더머니 문제는 뿌리가 같다고 여겨집니다
게시물ID : tvent_77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키티화이트
추천 : 4
조회수 : 61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8/06 14:01:00
바로 우리 사회가 가치전도현상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죠.

제대로 된 사회라면, 다음의 두 가지를 분명히 갖추고 있습니다. 정언명령처럼 말이죠.

1. (2를 전제로 한) 거의 무제한의 표현의 자유
2. 약자, 혹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의 금기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제 목소리를 내고, 여러 문제들에 대해 건전한 토의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반드시 위의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Political correctness가 전제되는 한, 어떤 개인도 자유로이 발언하고 어떤 권력에 의해서도
그것은 제한되면 안됩니다. 단, 그것이 PC를 침해하였을 때 그 책임은 져야 하죠.
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시다시피 지금 그 두 개가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사회가 급격히 착취구조로 변해가면서, 상대적 약자들은 절대적 약자가 되어 가고 구조가 고착화되었죠.
절대적 약자가 된 계층은, 역사가 그러하듯 상대적 약자를 찾아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차별하고, 조롱하며,
심지어는 혐오하게 되죠. 착취의 주체인 강자들에 대항하는 어렵고 고된 싸움 대신, 훨씬 쉽고 즐거운 프레임을 짜는 겁니다.
이러한 구분짓기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지위에 정신승리적 안정성을 부여하게 되며,그 과정에서 객관적
계급 구조를 희석하기 위해 여러 전략을 사용하는데 '비속어'로 대표되는 '탈권위 코스프레'가 가장 대표적인 것입니다.
즉 그들은 약자 지위를 피하려고 새로운 약자를 만들어 공격하나. 그것을 탈권위로 포장하려고 발언과 행동들이
더욱 과격해지고 순간적인 카타르시스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입니다.
일베가 대표적이죠. 계급 이동과 언로 모두 상방경직성을 겪고있으므로, (그들이 생성한)밑을 향해 파괴적으로 발현됩니다.
위의 1과 2가 모두 막힌 사회에서 벌어지는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네오 나치와도 같은 맥락이고요.

그런데 쇼미더머니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힙합 문화 자체는 사실 태동과 발현 모두, 일베의 발현구조와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한국 힙합은 사실 본토 힙합문화와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봐도 되니까 우리나라 기준에서만 이야기할게요.
시작은 미국의 팝 문화를 좀 더 가까이서 체득할 수 있었던 교포나 부유층 출신이었지요.
그리고 그것이 하위문화에서 대중문화로 가까이 올라온 데는 긴 벌스에 메시지를 담을 줄 아는 여러 특별한 뮤지션들이 도움을 줬고요.
어느 힙합 아티스트도 스웨깅을 했지만, 그리고 디스를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곁다리였죠.
지금 들으면 어색한 구석도 많지만, 당시의 힙합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심상을 표현하는 방법에 중심을 뒀습니다.
싸워도 방법론으로 싸우던 때였으니까요. VJ 피타입, UMC는 서로 양 극단의 방법론을 가졌지만 어떤 쪽이든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도 힙합은 지금과 같은 위상은 아니었죠.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주변을 보면 의외로 없는. 그런 문화.

근데 스윙스라는 친구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힙합판은 나쁜 의미로 좀 많이 바뀌었습니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스웩, 조롱을 극대화시킨 형태의 펀치라인, 소재의 사용에 있어 거리낄 것이 없는 디스
물론 스윙스는 시작부터 쇼미더머니 시점까지는 아는 사람만 아는 마이너였지만, 그가 씬의 전면에 등장한 2012년부터 어린 리스너들이
폭발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일리네어로 대표되는 트랩이 대 열풍을 불어오며 이제 힙합은 그런 것이 됐습니다.
컨트롤 디스전의 흥행과 작년 쇼미더머니 3의 성공은 그 방향성의 정점이라 할 만했고요.
스윙스의 JM은 마침내 씬의 중심이 됐습니다. 힙합은 더욱 과격해졌고, 과격해질수록 인기가 있어졌고...
그 부작용이 지금 쇼미더머니 4에 이르러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상 대화도 욕으로 점철되는 것이 당연하고, 상대방을 깔아뭉개는 것이 당연하고, 승리를 위해 재미있는 펀치라인을 쓴답시고
경악스러운 소재를 갖다 쓰는 것이 당연하고.........어린 대중들은 더 열광하고.

지금 유입된 리스너는 힙합이 메시지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이것은 배설의 수단이죠.
그 수많은 리리씨스트들이 트랩과 디스,스웨깅 열풍 속에 소리없이 묻혔습니다. 꽤 많은 수작들이 나왔는데 다 묻혔어요.
희망이 없는 사회, 아무리 자신들이 몸부림친다고 희망없는 착취구조가 바뀔 수 없다는 본능적 깨달음이 힙합을 통해 공격적으로 발현됩니다.
그렇기에 실력의 우위에 따라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에게 인격모독을 해도 신나고, 벌스 속에 온갖 차별적인 소재와 약자에 대한 공격,
마이너리티에 대한 혐오를 담아도 신나고, 그것을 우려해 비판하면 ㅆ선비라고 일축해 버립니다.
블랙넛은 그 정점이고요. higher than e-sens가 정말 대히트를 쳤는데,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죠.
pre-블랙넛 시절의 음악들 역시, 예전같으면 밖에서 그런 음악을 듣는다고 말하지도 못할 무시무시한 벌스를 담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그런 공격적인 음악들은 있었어요. 향유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다만, 마이너 중의 마이너였을 뿐입니다.
하드코어 씬의 삼청교육대라든지...조PD도 욕으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그의 가사엔 분명하고 확실한 메시지가 있었죠.
저항문화로서의 탈권위였고, 그나마 그 탈권위의 수단으로서 표현이 적나라하면 적나라할 수록 더 마이너로 침잠했죠.
그러나 지금은 공격수단으로서의 탈권위, 탈권위라고 표현하기도 민망한 파괴적 형태의 표현들이 오버그라운드에 즐비합니다.
이는 일베가 인터넷 커뮤니티 중 사용자 수에서 탑을 찍은 것과 일맥상통하는, 우리사회의 가치전도가 가져온 비극이죠.




저는 표현의 자유는, PC가 전제되는 한 거의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실체적 범죄행위로 실질적 피해를 사회에 입히는 방식이 아닌 한 예술가를 가로막는 속박은 없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그런 견지에서 저는 블랙넛이 씬에서 축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댓글을 통해 여러 번 말해왔던 바이고요.
(그래서 그와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를 말했던 분들을 옹호했던 것이고,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가 이전에 썼던 것과 같은 벌스를 오버그라운드에서 용인하면 용인할 수록, 우리가 우려하는 가치전도현상은 가속화될 것입니다.
그게 우리가 블랙넛을,그리고 쇼미더머니를 제대로 비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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