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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병장의 하루.txt
게시물ID : military_409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onte
추천 : 8
조회수 : 2815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04/07 02:20:47
0630 동계일과 기상
0635 목이 마른데 아무도 물떠오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터벅터벅 정수기에서 물을 떠온다
          막내급 후임 몇명이 그걸 보더니 어쩔줄 몰라한다
          후임 분대장 표정이 안좋다 오늘도 시끄럽겠군
0655 담배한대피고 점호집합에 나갔는데 생활관에서 내가 맨처음으로 나왔다
          당직사령이 문앞에서 얼쩡얼쩡 보이고 나서야 헐레벌떡 뛰어나오는 애들
          내가 일찍나와서 얄짤없이 맨 앞자리다 젠장
0730 혼자 아침 먹으러 갔더니 당직사관인 초임소대장이 분대원들 어디갔냐 묻는다
          능글거리며 먼저 들어간거 아니냐고 하고 있는 찰나 뒤에서 분대원들이 온다 쒵
          소대장이 왜 니넨 따로 오냐고 물으니 아들군번후임이 청소하고 오느라 그랬단다
          아침부터 상큼하게 엎드려 뻗쳤다 이제 짬좀 찼냐며 임관한지 두달된 소대장이 빈정댄다
0900 조금 늦게 아침 출근을 했더니 간부들이 난리가 났다
          얼마전 통신반장이 쥐도새도 모르게 전출을 가버려서 간부가 없다
          맞후임이 14달 차이라 아직 일에대해 아는게 없다 많이 가르치곤 있지만 배움이 느리다
          할수없이 한숨 푹쉬면서 일하러 니퍼랑 절연장갑을 챙긴다
          14달 맞후임은 따라와서 일배울 생각은 없는지 멍하니 바라만 본다
          하... 그냥 혼자 일하는게 편하다
1030 미친듯 선을 파내다가 잠시 담배라도 피러 흡연장에 내려갔는데
          4달후임인 분대장이 벤치에 앉아서 빵뜯으며 신병이랑 노가리중이다
          날 보곤 "윤병장 뭘 그리 열심히 일한대ㅋㅋ 통신애들 피엑스에 있던데"
          처음엔 빡쳤지만 이제 딱히 그렇지도 않다 간부가 없는게 죄려니 싶다
1150 일 마치고 생활관에서 낮잠이라도 좀 잘까 하고 전투화를 벗어놓고 눕는데
          눕자마자 생활관 막내가 어쩔줄 모르는 얼굴로 생활관에 온다
          당직사관이 식사집합 안나온다고 날 불러오랬단다
          작업하고 있었다고 말하지 그랬냐니까 그냥 무조건 죄송하댄다
          한숨 푹쉬며 다시 전투화를 신는다
1230 당직에 털리고 밥먹고 오니까 행정관이 생활관에 온다
          나랑 진지에 작업가잔다 왜 굳이 나랑 가냐니까 내후임들은 
           어리버리해서 못할 거란다 애들은 벌써 점심따숩게 먹고 꿈나라다
           누구하나 깨어있질 않아서 걍 내가 간다 졸려 죽겠다
1500 진지에 작업 다녀오니 애들은 음료수 마시며 삼삼오오 모여있다
          일은 다 해놨냐고 물으며 컴퓨터를 켜는데 오늘 해야되는
          비문수령을 안했다 왜 안했냐니까 까먹었다며 다 죄송하다고 시무룩한 표정들을 짓는다
          열받지만 말년에 무슨 힘이 있을까 조용히 교지관에게 욕먹으러 간다
1600 체력단련 시간이다 소대장이 나와서 축구를 하잔다
          말년이라 이정도는 빼주겠지 하면서 소대장한테 아파서 빠지겠다 했더니
          중대장이랑 당직계통에 허락 맡고 오면 빼주겠단다
          어휴 그냥 활동복바지를 둘둘 걷어올리고 축구할 준비를 한다
          뒤에서 소대장이 꾀병이었다면서 이제 많이 까졌다고 또 개드립이다
1900 저녁먹고 생활관에서 좀 쉬려는데 교지관이 생활관에 들어온다
          내 맞후임한테 일을 시켰는데 다 말아먹었다고 내가 오란다
          한숨 푹쉬며 맞후임을 보는데 또 죄송하다고 할 뿐이다
          한달내내 가르친건데...
2000 겨우겨우 일끝내고 샤워를 한뒤 친구들과 휴가 맞추려고 공중전화를 찾는데
          만석이다 쓰는것도 다 일이병들이다 이제 말년이라 힘이 없구나 생각하며
           걍 다음에 하기로 한다
2200 티비연등이 있는 날이라 마녀사냥 재방송을 보려는데 애들이 본거란다
           유일하게 생활관에서 말튼 후임분대장이 집에가서 보라며 장난친다
          그냥 자기로 하는데 애들이 계속 떠든다 가만히있는데 갑자기 생활관 불이켜진다
           당직사관이 와서 왜 떠드냐고 자기 싫은거 같으니 다 나오란다
           아침과 더불어 잘 때도 엎드려 뻗쳐를 하고야만다
          그제야 애들도 조용히 잔다 나도 내일 일과 뭐해야겠다 생각하며 잠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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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월 1일 쓴일기를 (2월 28일 제대 했습니다ㅋ)
각색해서 써봅니다ㅋㅋ
말년병장 말년병장 하는데 ... 저는 보직후임을 14개월만에 처음 받아서..
늘상 일을 제가 다했습니다ㅜㅜ 처부간부도 없어서 일할 사람이 없어서..
전역하기 일주일전까지 혹한기 뛰다가(물론 포상은 챙겨 줬지만)
선로구축같은거 다했습니다 행군까지!!ㅜㅜ
당직도 삼일전 까지 섰습니다
진짜 전역하루전 빼고는 계속 일을 할수밖에없었습니다 개인정비 때 논날도 손에 꼽을듯ㅋㅋ
게다가 저희가 지원중대라 생활관에 보직이 여러개였는데
생활관 다른처부후임들은 꿀빠는데 저만 늘 일했죠...ㅋ
저에게는 통신병도 말년병장도 꿀이 아니었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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