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헌이 속구에 등을 맞고 너무 고통스러워 숨을 쉴 수가 없었다”며 “그때까지 찬헌이 손에서 공이 빠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근우는 1루로 걸어나가며 정찬헌을 바라봤다고 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지만, 6회 때 사구는 찬헌이 손에서 공이 빠졌다고 생각한다. 보통 허리 윗부분에 공을 맞혔을 경우 투수들이 타자들에게 ‘고의가 아니었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굳이 선수협(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합의 차원이 아니더라도 선수들 간에 그런 암묵적인 합의가 있어왔다. 지금껏 많은 사구를 맞았지만, 상대 투수가 그런 제스처를 취하면 내가 미안해서라도 조용히 1루로 뛰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날 찬헌이가 그런 제스처를 취하는 걸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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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한 고참 선수는 “처음엔 병살을 막으려던 정근우의 슬라이딩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린 오지환이 실책을 범한 지 알았다”고 말문을 열고서 “그러나 슬라이딩에 오지환의 송구가 방해를 받았다는 점,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오지환의 스타킹이 찢어지고,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피가 나는 걸 보고 동료들이 격앙된 게 사실”이라며 “우리 선수단 입장에선 정근우가 사구를 맞고서 슬라이딩 플레이를 통해 보복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만 했다”고 밝혔다.
정근우는 “슬라이딩 보복은 있을 수 없다”며 “병살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슬라이딩을 시도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한 야구해설가는 "각종 국제대회 때 정근우의 적극적인 슬라이딩으로 한국 대표팀이 많은 위기에서 벗어났다"며 "슬라이딩 자체만 놓고 보면 문제가 없듯 오지환이 다치자 LG 선수들이 발끈한 것도 동료들로선 당연한 반응이 아니었겠는가 싶다"고 평했다.
정근우는 “더그아웃으로 오면서 (오)지환이의 스타킹이 찢어진 걸 보고 LG 김민호 코치님께 ‘지환이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주십시오’라고 사과를 뜻을 전했다”며 “8회 초 지환이가 볼넷으로 1루로 출루했을 때 지환이 쪽으로 다가가 ‘지환아, 미안하다’는 사과의 뜻을 직접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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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는 “강속구가 머리 쪽으로 날아와 맞았다. 그것도 한 경기에 같은 투수에게 두 번이나 맞았다. 첫 번째 사구는 손에서 공이 빠졌다고 치자. 그러면 ‘두 번째 사구는 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소한 찬헌이가 이때라도 사과 제스처를 취해줬다면 ‘고의사구가 아니었구나’하고 이해하고 넘어갔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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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는 “난 몸이 아프지만, 찬헌이는 마음이 아플 것”이라며 이번 벤치클리어링으로 혹여나 정찬헌이 상처를 받을까 걱정했다.
“난 베테랑이라, 이런 경험이 많아 시간이 지나면 잊을 수 있다. 그러나 찬헌이는 젊은 투수인데다 제대하고 맞는 본격적인 풀타임 시즌이라, 이번 일 때문에 자칫 다음 투구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논란이 빨리 끝나서 ‘정찬헌’이라는 좋은 투수가 다음 투구에 지장을 받지 않고, 씩씩하게 던졌으면 좋겠다.”
정근우는 그런 의미에서 “찬헌이의 두 번째 사구도 손에서 공이 빠진 것이라 믿고 싶다”며 “벤치클리어링 중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도 서로 자기 팀 선수를 보호하려고 했던 행동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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