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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게시물ID : sisa_7789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면암
추천 : 30
조회수 : 1527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11/04 18:16:51
어제 밤 11시 즈음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밤늦은 연락인지라 무슨 일인가 싶어 재빨리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자마자 아버지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오더군요.

"00아 어찌 그럴 수 있냐.  내가 지금 열 받아서 주말에 광화문 가려한다.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저는 당황스러운 마음 반,  기쁜 마음 반으로 

"아버지.  저도 가겠습니다.  그날 같이 서울 올라가요."

그렇게 전화로 의기투합했습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어찌보면 새누리의 지지자가 되실 가능성이 높은 분이셨습니다.
학생 시절 세뇌교육의 여파 탓인지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516은 혁명일 수도 쿠데타일 수도 있다는 입장이셨구요.
박정희가 아니였다면 대한민국은 이렇게 발전할 수 없다는 입장이시기도 했어요.
86년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던 그때 서울에서 전경으로써 시위진압을 하시다 지울 수 없을 상처까지 입으신 분입지요.
그래서일까요?
시위를,  특히 조금의 폭력 조짐이 보이는 시위를 굉장히 싫어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절대로 귀는 닫지 않으셨습니다.
저와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  시위의 목적과 과정, 과격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 등에 대해서 끊임없이 대화를 하셨어요.
그 과정에서 저도 전경들의 고충과 괴로움,  부모 조부모세대의 독재정권을 바라보는 양면적 시각 등을 깨달을 수 있었구요.
아버지께서도 한국의 근현대사를 경험이 아닌 역사로 판단하시고,  지금 정부의 정책에 관해서도 여느 청년 못지 않은 비판적 사고를 지니시게 되었습니다.  이따금 제 예상보다 더 강도 높은 발언이 나올 때면 흠칫 놀랄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처음 시위를 직접 나서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당신의 정강이에 깊게 패인 흉터를 남겼던 그곳으로 말이지요.

언제나 참아라.  다음을 기다리라고 말씀하신 아버지께서,
군입대에서 제대까지 진압의 대상이였던 
어쩌면 당신께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시위를 직접 참여하신답니다.

뿌듯하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하고,  박근혜 정부에 화가나기도 합니다.

마무리를 어찌 지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 말로 끝맺음할까 합니다.

박근혜 씨.
불과 1달 전까지 당신은 인내의 대상이였습니다.
국가전반에 무지해도 
국정운영에 무능해도
국민모두를 무시해도
많은 이들은 다음 총선,  다음 대선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지금 당신의 물러나야할 존재입니다.
국민 모두가 외치고 있습니다.
당신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우리가 빌려준 권한들을 회수하겠노라 외치고 있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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