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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참 추억도 없다.
게시물ID : gomin_7789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멍청이
추천 : 1
조회수 : 35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7/24 02:29:45
우린 참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것 같다.

너한테서 연락오고 한달만에 사귀기로 했지.

근데 어느순간 니가 전 애인 이야기를 많이 꺼내더라.

전애인과 찍은 스티커 사진을 
'여기에 나도 나와있잖아. 이것도 나의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이라서 버릴수 없다'
라며 버려달라는 나의 부탁을 그냥 넘어갔지.

일주일에 6일을 일하는 너.
난 일요일만 기다렸지.

근데 난 너하고 데이트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데이트 전날이면 갑자기 급한일이 생겼다고 못만날것 같다는 너.
그래도 난 참았다.

그래도 하루만 참으면 니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일 도와주면서 너를 볼 수 있으니.

그게 우리 데이트의 전부였지.

과외 끝나면 너희 가게로 가서 남방을 벗고 고무장갑도 끼지 않은 채 쌓여있는 설거지를 했지.
그러고 마감까지 도와 너와 같이 술먹는게 데이트였지.

하지만 그것도 우리 둘만의 데이트도 아니였어.
알바생하고 같이 술먹고,
아는 친구하고 술먹고...

그래도 난 좋았다.
니 주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언젠가.
너에게 물었지.
'내일은 뭐해요?'
'할머니께서 많이 아프셔서 간호해야할 것 같아'

난 그걸 믿었다.
하지만 알바생에게 들은 말은 
'아 실장님 해운대 라운지 바에가서 놀았다는데요?'

그래도 모른척 할 수 밖에 없더라.
니가 달아날까봐.
넌 부담스러운 사람을 싫어하니깐.
이런 내 행동마저 부담스럽게 여길까봐...

그러고 또 난 니가 다른 술집에 놀러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니가 먼저 나에게 말해주었지.
'아... 나 전 애인이 몸 함부로 굴린다길래...'

'전애인 이야기 안하면 안돼요?'

'부담스럽게 왜이래...'
알바생이 차를 가지고 오고 우리 둘은 차를 얻어타서 집에갔지.
우리집 근처에서 내리고 집에 들어오자 카톡이 하나 와있더라.

'우리 그만 연락했으면 좋겠어'

난 잡아보려고도 해봤지만 또 부담스럽게 여길까봐
'...부담줘서 미안해요. 생각 더 해보고 가라앉으면 연락주세요'

결국 넌 연락이 없더라.
그래서 내가 먼저 너희 가게앞으로 갔지.

의외로 넌 담담하게, 날 받아주더라.
그러고 한 일주일 잘 연락했지.
일주일 후 나는 대회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3박 4일 합숙을 떠났고,
너하고는 하루에 서너통 카톡하는게 다였어.
전화를 해도 넌 받지않고.

그리고 난 본가로 내려갔고,
너에게서 온 카톡은 나를 또 미치게 만들었어.

'그만 연락 했음 좋겠어'

이번에는 나 자신도 이것을 가볍게 여겼나봐.
또 널 찾아가면 넌 날 받아줄것이라 생각했지.
그러고 2주일이 지나고 난 널 찾아갔지.

오후 8시에 도착해서 너한테 카톡을 보냈지.
넌 읽고도 대답이 없더라.
난 계속 기다렸어.

니가 좋아하는 닭강정 옆에 들고.

그렇게 새벽 4시가 됐고
넌 밖에 나왔어.

'언제부터 와있었냐.'
'카톡 봤잖아요'
'여기 계속 있다고 말을 하지... 아님 들어오기라도 하던가. 날 왜 나쁜사람으로 만드냐'
'미안해요'

미안하다고 할 수 밖에 없었지.
널 곤란하게 만들고 널 자책하게 만들었으니.
그러고 난 택시를 타고 집에 왔지.

그러고 이틀 후.
일을 하고 있는데 카톡이 오더라.

"나 애인생겼어..^^ 전에 만났던 친군데 서로잊지못하고 있었나봐"

그제서야 난 널 붙잡게 되드라...

그런데 너한테선 여전히 답장이 없다.


시간상으로 오늘.
너는 나에게 제주도로 3박4일 여행가자고 했지.
친구가 펜션하는데 싸게 갈 수 있다고.
난 좋다고 말했지.

오늘 휴대전화가 울리더라.
알람 설정 해놓은게 징징 거리면서 울더라.
삭제하는 것을 까먹었나보다.

넌 지금의 애인과 제주도를 다녀오겠지.
잘 다녀와라.

그리고 너에겐 행복하라 말했지만
나 솔직히 너에게 행복을 빌 만큼 그리 대인배는 아니다.
너희 둘.
1년전과 똑같은 원인으로 헤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내게 연락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때에는 나도 성장하고, 내 옆에는 너보다 잘난 사람이 같이 있겠지.

9월 개강하면서 너희 가게에 찾아갈 생각이다.
더 남자다워진 모습으로 너희 가게에 들어가서 아무렇지 않은 척 술 마실거다.



가끔 나는 생각한다.
쌓여있는 설거지를 보면서,
내가 준 휴대전화 충전기와 휴대전화 케이스를 보면서,
내가 직접 만들어준 세상에서 하나 뿐인 너의 명함을 보면서,
내가 찍어준 너의 사진들을 보면서...
날 가끔 기억하기를.....


이제 이 글을 마지막으로 너를 추억하는 일은 없을거다.
나도 이제 다른 사람만나고
내 공부 열심히 해서 더 잘 살거다.

그러니 넌,
제발 잘살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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