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rsterday... All my troubles seemed so far away~"
"뭐야. 이 구닥다리 노래는?"
허락도 없이 내 방에 들어와 퉁명스럽게 딴지를 거는 그. 토니 스타크를 보자 내 감정은 한순간에 잔뜩 구겨졌다.
"내가 좋아서 듣는다는데 무슨 상관이지. 스타크?"
"캡. 그동안 밀린 진도를 따라잡느라 고생이 많다는 건 알지만, 이건 너무 후졌잖아? 요즘 음악이란 건 말이야... 이런 거라고. 자비스. 일렉트로닉 리믹스!"
내가 미처 말릴 새도 없이 토니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자비스('인공지능 집사'라고 하던데, 난 아직도 그게 뭔지 잘 이해가 안간다)를 통해 음악을, 정확히 말하자면 음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틀었다. 날카롭고, 불쾌한 소음의 연속을! 젠장! 또 이러는 거냐?!
"스타크. 당장 끄지 않으면 창밖으로 던져버리겠어. 슈트도 없으니 살아남기는 힘들겠지?"
하지만 슈트도 없는 주제에 무슨 자존심인지 녀석은 오히려 나에게 이죽댔다.
"워워워. 진정해. 처음엔 기분 나쁘겠지만 익숙해지면 기분 좋아질거야."
"그런 말은 클럽에 가서나 해!"
"와. 자네가 클럽이란 걸 알아? 70먹은 노인네가 의욕은 대단한데?"
"얼른 그 전기라는 거나 꺼!"
....
내가 반쯤 토니를 날려버리려던 찰나, 포츠 양이 와서 녀석의 뒷통수를 쥐어박고는 정중한 사과와 함께 녀석을 끌고가며 사라졌다. 거참, 저렇게 기품있는 여성이 왜 토니같은 망나니를 선택한 걸까, 정말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이제 토니도 사라졌으니, 아까 듣던 노래나 마저 들어볼까.... 응? 이건 뭐지?"
책상에 다시 앉자, 그 위에는 처음 보는 물건이 놓여져 있었다. 손바닥보다 살짝 넓은 정사각형의 얇은 판. 그 위에는 '포스트잇'이라는 노란 종이가 붙어 있었다. 몇 자 끼적여진 종이를 떼어 읽어보았으나, 첫 문장부터 나는 표정이 이그러졌다. 이걸 놔두고 간 건 다름이 아니라 방금 전 난장판을 만든 어느 돈 많은 망나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내용이었으므로.
'캡. 자넬 놀려먹느라 원 목적을 잠시 잊어버려서 여기 놓고 가지. 닉에게 듣기를 자네가 요즘 현대 문화의 즐거움에 푹 빠졌다고 들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하나 추천을 해주지. 아마 누구에게도 이런 건 못 들어봤을걸? 궁금하면, 한번 해보기를. 뭐, 내가 주는 거면 뭐든지 의심할테니 그럴리는 없겠지만. 스타크.'
수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걸 열면 안될 것 같다는 의혹이 물씬댄다. 하지만 그걸 예상하기라도 한 듯 녀석은 '하기싫으면 말던가 겁쟁이야. 큭큭큭' 라는 어조를 잔뜩 풍기고 있다. 젠장. 어떻게 해야....
설마 죽기야 하겠어. 그런 심정으로 나는 조심스레 판틈에 손톱을 끼워 힘을 주었다.
'딸깍'
걱정과는 달리 아무런 함정도 없었고, 그제서야 나는 안의 내용물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레코드, 아니 CD인가.... 무슨 놈인지 모르니 일단 컴퓨터에 넣어 확인해보는 수밖에, 그런데 이게 제목이... civil... 뭐라고??"
.....
몇 달 뒤.
'쾅!'
"로저스! 여기 있나?"
닉 퓨리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캡의 방문을 열어 젖혔다.
"출동 명령도 무시하고! 전화도 안받고! 대체 뭘 하길래 방 안에만 처박혀...?!"
닉은 순간 자신이 방을 잘못 찾아왔나 싶었다. 왜냐하면, 여기는 아무리 봐도 스티븐 로저스의 방이라고 하기엔 거리가 멀었으니까. 방 구석에 잔뜩 쌓인 컵라면 그릇과 프라이드 치킨 뼈다귀. 청소는 한참을 안한듯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바퀴벌레와 사방에 풍기는 구정물 냄새. 여기가 절대 캡의 방일리가 없었다. 하지만 다시 나가 위치를 확인하니 분명 이곳은 캡의 방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그때. 닉에게 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닉? 무슨... 무슨 일이죠?"
캡의 목소리를 듣고 그를 확인한 닉. 그러나 그의 몰골은 처참했다. 비록 슈퍼 솔저 프로젝트의 영향으로 건장한 육체는 여전했지만, 아무리 그런 그라 한들 뼛속깊이 세겨진 다크 서클만은 숨길 수가 없었다. 그 꼴에 기가 막한 닉은 평소 유지하던 냉정함마저 흐트러진채 캡에게 질문했다.
"그건... 그건 내가 묻고싶은 말이야! 대체 무슨 일이길래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던 건가?"
그러나 그 다음 캡의 대답에 닉은 더욱 더 황당해졌다.
"오랫동안이라고요? 오늘이 몇 일이죠? 분명 제가 이걸 시작했을 때는 3월 1일이었는데... 한 하루 정도 지나지 않았나요?"
"세상에나 이 친구. 얼음 속에 갖혀있었더니 시간 관념도 없어진 모양이로군. 오늘이 몇일인지 아나? 3월 20일이야! 벌써 한달이 흘렀다고! 대체 그동안 뭘 하고 있었던건가?"
"저는, 저는 그냥 스타크가 준 CD를 켰을 뿐인데.."
"CD? 무슨 CD?"
황급히 스티브가 들고 있던 CD를 낚아챈 닉 퓨리는 할말을 잃었다. 그가 지금까지 혼을 빼앗긴 그 CD에는 다음과 같은 단어가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civiliztion5'
"......스타크!!!!!!"
닉에게는 어디선가 스타크가 낄낄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
<캡틴 아메리카의 최근 동향에 대한 보고서>
작성자: 닉 퓨리
(중략)
결론: 캡틴과 스타크의 접촉을 최소화해야한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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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 내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보았습니다. 스포는 아마... 없지 않나요?? 시점이 일단 영화 전 인지라. 어쨌든 재밌게 봐주세요.
[외전]
"레코드, 아니 CD인가.... 무슨 놈인지 모르니 일단 컴퓨터에 넣어 확인해보는 수밖에, 그런데 이게 제목이... dark... dark 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