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층적으로 겹겹이 뜯어서 볼 수 있는
이 놀라운 작품은 올해 가장 독창적이고,
지적이며 예술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일 것입니다.
시공간적 배경과 문제들이 여러가지 섞여 있는
이 작품에서 단순히 설정만 특이하다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겁니다.
밑바탕에 깔려있는 문제의식과
겉으로 드러나는 인물들 간의 상황,
그리고 깊숙이 들여다 보면 예술이라는 세계의
역할과 내용에 대해서 다양하게 지론을 펼칠 수 있는 훌륭한 영화입니다.
얼핏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단순해 보이며
이해가지 않는 행동들의 연속처럼도 보이는
'트랜짓'에서는 저에게 모든 것이 정교하게 짜여진
하나의 창작론 혹은 예술론처럼도 보입니다.
(저는 겉으로 드러나는 내용보다
후자가 더 인상적이고 깊게 다가옵니다.)
참으로 독창적인 세계를 펼치는 패촐트 감독과
그 세계에서 어떻게 해야할 지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 없는,
인물들의 모순과 아이러니를 프란츠 로고스키, 폴라 비어가 인상적으로 연기하네요.
문학적으로도 보일 수 있는 이 작품은
굉장히 영화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인물들이 모두 퇴장하고 혼자 남은 주인공은
이제 예술의 세계에서 문을 열고 종소리를 울리며
들어오는 누군가를 뒤돌아 보겠지요.
(마치 그 세계에 혼자 갇혀 영원히 배회하는 것 처럼 보이죠.)
오랜만에 이런 영화를 보니 참 흥분되는 영화적 경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