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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에 아빠(나)가 쓴 출산 일기
게시물ID : baby_7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래디컬
추천 : 12
조회수 : 941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4/04/10 11:23:37

* 먼저, 육아 게시판 탄생에 축하를 드립니다!


* 제가 첫 딸에 대해 임신 일기와 육아일기를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작성했었습니다.

  임신 부터 약 4살까지 작성하다가 그만 뒀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 양이 방대하네요^^

  거의 매일 매일 작성했네요.

  저와 아내가 이렇게 지극 정성으로 우리 딸을 키운걸 과연 언제나 알아줄까요 ^^


* 그 블로그 글 중에서 "신비와 감동의 출산" 이란 제목으로 올렸던 출산 일기를 공개합니다.


--------------------------------------------*


[2004/3/7]

 

[37일 오전 10]


미나 : 오빠... 배가 좀 아픈거 같다.
: ? 정말?? 어떻게 아픈데...?
라고 시작한 것 같다.

라마즈교실에서 배운건 10분마다약 30초간의 진통...
그러나, 미나는불규칙했다. 5분마다 한번, 3분마다... 또 어떨 때는 10...
이게 과연 진통일까?
진통이 정확히 어떤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뭔가 아랫배 속 깊이 어딘가에서 싸~한 느낌이 평소에 아픈배와는 다르다.
계속 시계만 바라보면서 진통주기를 체크했다.
그러나, 기다리는 10분 주기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 병원 가볼까?
미나 : 끄덕끄덕

미나 챙겨둔 출산준비물과 카메라, 캠코더 등을 가지고 미나를 조심스럽게 차에 태우고
병원에 갔다.
주일날이라 담당의사는 분명 없을 테고, 당직의사가 있을테지...
주차를 시키고 짐은 차에 놔두고 미나만 데리고 나갔다.
어쩌면 이건 진짜 진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짐을 그대로놔둔 것 이다.

[3 7일 오전 11:30]
휴일이나 밤중에 진통이 있으면 3층 분만실로 바로 오라고 그랬었지...
3층으로 바로 올라갔다.
분만실 안내로 가서 ...저어... 진통이 온듯해서요....
그럼... 보호자분은 밖에서 대기하세요.. 자궁수축 검사를 해야거든요.

밖에서 기다리는 순간은 정말 초조했다.
더욱 초조하게 만든 것은 그 분만대기실 안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기때문이다.
으아~~~~~...
진통을 겪는 산모들 소리는 정말 나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그 안에서 검사를 받고 있을 미나를 생각하니 더욱더 겁이났다.
근데, 그 검사라는것은 빨리 끝나지 않았다
들어오지 말라고 해서 바깥의 문틈으로 분만대기실 안을 살폈지만, 미나는 나오지 않았다.

+
김미나 보호자분 들어오세요~~~

근데, 미나는분만 대기실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뭐래 미나야?
... 진통맞대... 아직 초기지만 여기서 있어야 한대.
여러 침대 사이사이에 커튼이 쳐있고, 각 침대에서는 분만을 기다리는 산모들이 있었다.
여기저기서 괴성을 지르고 난리다.
이 사이에 우리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냥 진통 아닌 줄 알았는데...
근데, 미나도점점 아픔이 커지는 거 같다.
오빠... 아까랑달라... 좀 더 아퍼...

가만가만... 근데, 우리는 자유자재 가족분만실을 예약했는데...
간호사에게 가서...
저어... 김미나산모는 가족분만인데요...
, 지금 자유자재방은 분만 중이어서 기다리셔야 해요. 근데, 이제 막 들어갔거든요.
.. 허탈.... 겨우 예약했는데 방을 못쓰다니..

다시 미나에게로 갔다.
미나야... 일단은여기 있고, 좀따 방 나오면 우리 들어간대.. 그러니까 불편해도참아~
여기저기서 더욱더 심한 괴성이 들리고, 미나는 점점 겁먹은 얼굴이 된다.
3분마다 5분마다.. 진통은 계속된다.
제발 지금은 아니기를....
좀더 편해 보이는 가족분만실에 가서 낳고 싶다.
가족분만실이 좋은게... 진통을거기서 하고 그곳에서 바로 분만을 한다.
그렇지만 일반분만은 분만대기실에서 충분히 진통을 하고.. 애기가 나오려고 하면
휠체어에 태워서 일반분만실에 가서 분만을 한다.

다시 간호사에게 갔다.
저어... 그럼, 이 옆의 가족분만실이 비면 우리가 들어가면 안될까요?
(자유자재 방과 일반 가족분만실은 따로 예약하는 곳이다)
그래요... 방이비면 먼저 넣어드릴테니 기다리세요.
미나야.... 저방이 먼저 빠지면 거기도 해준대.... ^^

분만대기실에서만 한 다섯시간 있었나보다.
난 그 동안 수 차례 더 간호사들에게 가서 언제 들어갈 수있느냐고 물었다.
... 극성스런보호자다.
드디어, 미나가들어간다.
간호사가 장난스럽게 말을 건넨다. - 그토록 기다리시던 자유자재 방이네요... ^^ 씨익 웃는다.

들어가자 마자 삼각대 펼쳐 캠코더 설치하고, 내가 미나를 위해 준비한 CDplay시켰다.
짐도 정리하고... 옷도개켜두고...
이제 한결 편해진 듯 하다.
마음이 편해지자 양가 어머니들에게 전화로 병원에 왔다는 사실을알리고, 다시 미나의 진통을
옆에서 도와줬다.
나도 침대로 올라가 오른 무릎을 세워 미나를 기대게 하고계속 같이 호흡을 해주었다.
미나도 이제 점점 고통이 밀려오나보다.
눈물도 흘린다.
그 와중에서도 나보고 배고프겠다며 밥먹고 오란다.
난 차마 나갈 수 없었다.
미나가 나중에 한말이지만 내가 잠시라도 밖에 나간다는것은상상도 할 수 없는일이라고 했다.
미나는 나만 옆에 있으면 뭐든지 잘한다.^^

미나가 말한다... 오빠.... 무통분만 할 수 없을까? 물어봐...
간호사실로 갔다.
저어기... 무통분만안될까요? 산모가 넘 힘들어해요.
지금 마취과장이 안나오셔서 그건 안됩니다. 그리구요... 그거 하면 나중에 힘주기가 잘 안돼요.

미나야.. 무통분만안된대. 마취과장 안나왔대.
우리 그냥 잘 해보자.. 알았지?

다시 한번 미나 뒤에 앉아 열심히 호흡을 도와줬다.
간호부장이 간간히 들어와서 미나 상태를 살핀다.
(첨엔 이분이 의사인줄 알았다)
미나 고통이 많이 진행되었을 무렵... 간호부장이 내진을 했다.
... 3cm 열렸는데요..
(참고로 10cm정도 열려야 아기가 나올수 있다)
그리고, 이 카메라는뭔가요?
찍을려구요.
이거 찍어봤자 남는 거 없습니다. 이런 무서운 장면을 찍어도 다시 볼일도 없고,
여기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분만준비하는데, 걸리적거려서 안 좋습니다.
난 이내 삼각대를 접었다.

3cm라니...
실망이다.
지금까지 진통한건 다 뭔데..아직까지 3cm라니...
처형이 4cm에서더 진행안되고 수술을 한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한참 뒤에 다시 내진했는데..역시 3cm...........
미나 눈에는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
계속 미나를 다독였고, 미나의지 또한 강했다.
열심히 배운대로 호흡을 했고, 진통을 이겨나갔다.

전주에서 부모님이 오셨다.
아버지는 조금 후에 집에 들어가시고, 어머니와 내가 미나 곁을 지켰다.
또 한번의 내진...
5cm..
또 한번의 내진...
7cm..
.... 진행이되고 있다.
간호부장 말로는 애기머리가 만져진다고 했다.
미나는 공포와 아픔으로 정신 없어 했고, 미나를 바라보는 나도 정말 정신이 없었다.
옆에서 어머니도 계속 손을 쓰다듬어주며 격려했다.

간호부장은 계속 미나를 도와주며 힘을 줘보라고 했다.
미나는 힘주기를 계속했고,힘주느라 새빨개진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것만 같았다.
이러다 실신하는거 아닌가..
미나야.. 정신똑바로 차려...
지금 희원이도 힘들어...계속 산소를 공급해줘야해.
너가 만약 정신 놓으면 희원이도 위험해... 우리 잘해보자~

+
처음으로 아기 머리를 얼핏 봤다.
미나야... 머리봤어.
이제 나오려나봐
조금만 더 노력하자.

보호자분들 나가계세요.
밖으로 나왔다.
열린 문틈으로 보니 침대 발쪽 부분을 떼낸다.
이제 본격적인 분만 준비를 하나보다.
간호사들도 속속들이 모여든다.
밖에서 지켜보니.. 미나는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분만의 직전에 있는 미나의 모습이 한없이 불쌍하고 안타까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분만실 앞을 막 서성댔다.
내 눈물을 보자.. 어머니도같이 우신다.
아빠 되는게 쉬운게 아냐...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난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고,어찌할 바를 몰랐다.

보호자분 들어오세요
얼른 눈물을 닦아냈다.
간호부장이 미나에게 묻는다.
남편과 같이 있을거에요? 어머니랑같이 있을거에요?
... 남편이요...
그럼 어머니는 좀 나가계세요.
의사가 도착했다.
간호사는 의사 양손에 장갑을 끼워주고
회음부 절개를 할 가위를 쥐어준다.
난 미나 손을 꼭 잡고...같이 힘을 줬다.
나도 아기 낳는 기분으로 힘을 줬다.
한번 힘을 주고 멈추는 게 아니다... 계속 힘을 지속적으로 줘야 아기가 나온다.
난 이미 숨이 차서 못하는데.. 미나는 계속해서 힘을 준다.

간호부장이 외친다..
더더더더....
밀어.밀어...밀어...
간호부장이 미나 침대 옆으로 올라서더니.. 미나의 배를 힘껏 위에서 아래로 누른다.
아래를 보니 아기 머리가 벌써 나온다.

더더더더...
밀어..밀어..
멈추지 말고.. 계속... 더더더..

머리가 나온다.
의사는 머리를 잡고 돌리면서 쑥 빼낸다.
간호사는 집게로 탯줄 양쪽을 잡고 나에게 가위를 건낸다.
난 조금의 주저함 없이 탯줄을 잘랐다.
아기는 그 옆으로 옮겨져서 간호사가 입안의 이물질을 빼내고있다.
조금후.... 딱네 번의 울음을 울었다.... 응애~~~ x 4
그리고 이내 조용해진다...
... 계속울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그냥 울기만 하면돼요.................그렇구나..

미나야.... 희원이나왔어.
너 정말 대단해.
소리 한번 크게 안지르고.....정말 대단해.
네가 이렇게 잘 할줄 몰랐어... 정말 대견스럽다.

난 잠시 밖에 나가있었고,난 모든 게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나올 아기를 기다렸다.
아기를 무균실에서 가볍게 씻고 다시 포에 싸서 미나에게 먼저보여주었다.
다시 데리고 나오면서 나에게 보여줬다.
~~ 너무너무이쁘다.
담배 피우세요? 아뇨....
그럼, 아기 볼에뽀뽀해보세요.
.. 뽀뽀해도 돼요?
마치 손대면 으스러질거 같지만... 아주아주 가볍게... 내가 이때까지 했던 뽀뽀 중 가장 가볍게...
살짝 볼에 뽀뽀를 했다.

미나는 이후 여러 가지 처치를 받았고, 한참 후에 병실로 갔다.
이렇게 미나의 분만은 해피엔딩을 했다.
무서워서 안에 같이 있지도 못하거나, 아기가 나오는 장면을 볼 수 없다는 아빠들도 많은데...
난 눈 똑바로 뜨고 모든 것을 똑똑히 봤다.
12시간 진통후 분만하는 모든 장면은 내 머리속에 그대로 들어있다.
평생동안 잊지 못할 기억이다.

이제는 퇴원해서 집에 왔고...
희원이에게는 모유수유를 시도하며 기저귀도 갈아주고 살짝 토닥거리기도한다.
이제 정말 아빠가 된 것이다.
아까는 분유를 먹이고나서 가슴에 앉고 트림을 시도했다.
내가봐도 이 장면은 정말 사랑스런 장면이다.

미나야... 너무너무수고했다.
넌 가장 훌륭한 분만을 해냈어.
너가 이렇게 용기 있게 모든 것을 해낼줄 몰랐는데..... 알고 보니 너 정말 대단하구나
우리 앞으로 이 아이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게 키워보자~~~
사랑해 미나야~~~~~~~~~~~~~그리고 희원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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