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또 헛것이 보여?"
남자친구가 부드럽게 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저쪽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는 귀신을 불편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남자친구 목소리를 흉내내며 문 밖에서 쉴새없이 들려오는 고함 소리를 무시하려고 애썼다.
"오늘 밤은 되게 시끄럽다."
나는 훌쩍이며 말했다.
망상 때문에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걱정 마. 저건 진짜가 아냐. 아마도 약을 바꿔서 그럴거야."
귀신이 몸을 질질 끌어 앞쪽으로 오더니 다시 멈췄다.
침실 밖에서 들려오는 남자친구 목소리를 흉내낸 고함을 무시하려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환청 중에 니 목소리도 있어."
나는 남자친구의 목을 감쌌다.
"걱정 마. 저건 가짜야. 나는 여기 있잖아. 환청이든, 저쪽 구석에 있는 귀신이든 다 가짜야, 자기야."
나는 얼어붙었다.
"난 귀신이라고 말한 적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