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
내가 초등학생 일 때 일이다.
그때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었는데,
우리 집 바로 아랫층에 동갑내기 친구(A라고 하자)가 이사 왔다.
사이가 유별나게 좋은 건 아니었지만,
아랫집 윗집 사이에다 학교도 같아서 그럭저럭 사이좋게 지냈다.
어느 날 A가, "우리 집에 신이 살아"라고 했다.
대충 듣고 흘렸는데, 그 날 밤 저녁 식사 때 아무 생각 없이 부모님께 들은 말을 했다.
그랬더니 엄마가 A 집 가족은 이상한 종교 단체에 빠졌다고 하셨다.
A네 어머니는 두문불출 하시는데, 그 종교 단체의 모임이 있을 때만 나간다 하시고
시간을 불문하고 아랫층에서 이상한 기도 소리가 들려서 기분 나쁘다고 하셨다.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난 저녁 무렵에, 하교하고 집에 왔는데 아무도 없길래 혼자 만화책을 읽었다.
그랬더니 아랫층에서 엄청난 기세로 기도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날은 평소보다 심한 게.. 기도라기보다는 거의 신음 소리에 가까웠다.
전혀 그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점점 심해지길래 걱정이 되어 A 네 집에 가보았다.
그날까지 A 집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좀 그랬지만 일단 초인종을 눌렀다.
곧장 A가 나왔다.
문이 열리자마자 뭐라 표현 못 할 신음소리가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A는 날 보자마자 필사적인 표정으로 "신이 날뛰고 있어! 제발 살려줘!"라고 했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커튼을 다 닫아서 그런지 집 안은 깜깜했다.
A가 데려가는 대로 가장 안쪽 깊숙한 곳의 방으로 갔다.
그 방에는 호화로운 제단이 있었고, A의 엄마가 무언가를 마구 달래고 있었다.
그게 신이었다. 신음소리의 주인공은 그 신이었다.
제단에 신을 모시고 있었다.
손발을 의자에 묶고, 머리카락은 잘려져 있었다.
엄청 쇄약한 모습이었고 신음소리도 쉰 목소리였지만 희미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신...."
이라고 말했다.
후일담이다.
A 네 부모님은 딸이 태어났을 때, 교주로부터 "그 아이는 신이 육신으로 재림하신 것이다"라고 들었다고 한다.
그 후 그들은 딸을 신의 재림이라고 믿고, 제단에 모셨다.
우리 집에서 신고하여 신변을 보호 받을 때까지 그 딸은 5년 씩이나 손발을 의자에 묶은 채였다.
그래서인지 손발이 심하게 비틀려 있었다.
딸이 태어난 후 집 안에서 거의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매일 "신"에게 공물로서 음식을 조금씩 먹였다.
딸은 말을 못 했는데, 매일 부모로부터 들었던 말인 "신"이라는 말만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