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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작가가 되고싶은 고3이과생입니다. 피드백바랍니다.
게시물ID : readers_126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배는나주배
추천 : 0
조회수 : 993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4/04/13 20:39:08
제가 썼던 글입니다... 고민 게시판에 올렸더니 글의 묘사가 부족해서 글이 재미가 없었다는 분이 계셨는데 좋은 충고 감사합니다.
책 게시판에 올려보라는 분이 계셔서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장르는 게임 소설이고요 부족한 글 읽어보시구 피드백 바랍니다.
 
PS. 창피 무릅쓰고 올리는 겁니다. 그런만큼 장난식의 댓글보다는 고칠점을 자세히 알려주시는 댓글을 달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1장
주위는 적막하기만 하다. 이따금 들려오는 바람에 나무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적막함을 덜어주려는 듯 들려오지만 을씨년스럽기만 할 뿐이다. 분명히 지금시간이면 바로 앞 오솔길에 적의 모습이 보여야 했지만 주변은 너무나도 고요했다.
‘다리를 건너오려는 모양이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미련 없이 행동에 들어갔다. 애용하는 AW볼트액션 방식 저격소총의 거치대를 해체한 후 소리 없이 상체를 일으켰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다행히 수상한 동태는 없음. 게임 시작 전 미리 숙지해놓은 스테이지 맵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며 빠르게 다음 저격 장소로 이동한다.
 
2분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미리 정해놓은 저격위치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3미터정도의 언덕위에 위치한 덤불로써 주위에 나무들이 있는 덤불 안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최적의 저격 장소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대편 진영에서 이쪽 진영으로 넘어오기 위해 거쳐야 하는 두 개의 길목중 하나인 다리가 훤하게 보이는 지점이라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물론 강을 직접 건너는 방법도 있지만 수심이 5미터에 강폭이 10m에 이르기 때문에 무거운 장비를 들고 발각되지 않고 강을 건너는 방법은 없었다. 강기슭에 위치한 2인승 모터보트를 이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애초에 적을 기습하는 것이 목적인 1:1매치에서는 시끄러운 모터보트를 이용하는 멍청이는 한명도 없었다. 어쩌면 초보자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
 
티잉-
난데없이 들려오는 매서운 소리가 오른쪽 뺨을 스치고 지나쳤다. 금속성의 묵직한 무언가가 거침없이 날아가는 그 소리는 결코 유쾌하지 않은 소리였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사고가 정지되었고 몸은 반사적으로 튕겨져 나가 땅과 하나가 되듯 배를 땅에 밀착시켰다. 황급히 오른쪽 위의 상태 문구를 확인하였다.
<체력 97/100>
 
‘큰일 날 뻔했다. 만약 조금 더 오른쪽에서 달려오고 있었다면...’
그렇다면 게임오버겠지. 제법 머리 쓰는 놈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놈이 모르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 상대편은 잠자는 사자였다는 것 그리고 방금 자신이 한 행동은 그 사자의 코에 불붙은 라이터를 들이민 격이라는 것이다.
‘총알이 날아온 궤적을 보니 놈은 다리 쪽은 얼씬도 하지 않았어. 그 말은 다리와 조금 떨어진 시가지 쪽에서 쐈다는 뜻이지. 그 시가지에서 대략 400m정도 떨어진 이 언덕까지 거의 정확하게 저격할만한 장소는...’
 
침착하게 하지만 머뭇거림 없이 기어가기 시작한다. 목표지점은 총알이 날아온 곳에서부터 10m떨어진 다른 덤불이다. 놈은 자신이 쏜 총탄에 맞고 쓰러진 것까지 확인했기 때문에 분명히 현 위치 바로 위쪽을 조준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그러기에 놈의 허를 찌르는 것이 필요했다.
‘오...육...칠...’
 

속으로 조용히 초를 세며 기어간다. 허용된 시간은 최장30초. 만일 그 이상 꾸물거린다면 놈은 틀림없이 이상함을 느끼고 자리를 이동할 것이 뻔했다.
‘십이...십삼...’
AW저격소총을 등에서 조용히 꺼내들었다.
‘십오...십육...’
거치대를 장착한 후 풀숲위에 올려둔다. 그러면서도 덤불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한다. 야외저격의 기본중의 기본이다.
‘이십...이십일...’
조용히 탄창을 집어넣고 노리쇠를 잡아당긴다. 총탄이 탄창에서 총 안으로 밀려올라가는 느낌을 받으며 눈을 조준경 쪽으로 가져간다.
‘이십삼...이십사... 빙고’
역시 놈은 교회종탑에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쪽이 아닌 방금 엎드렸던 위치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외양을 보니 슈타이어 스카우트 저격소총 이었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동쪽으로 초속2m의 바람이라... 최적의 조건이로군.’
스코프에 표시된 풍향과 풍속 그리고 조준점 옆에 주황색 378.5m이라는 문자를 보며 총탄의 이동경로를 예측하였다. 그리고는 오른손 검지에 힘을 주었다.
 
퓻-
오른쪽 어깨에 묵직한 반동을 느끼며 조준경을 통해 7.62mm 나토탄환이 허공을 가르며 유유히 날아가는 것을 관찰했다. 탄환은 예상한 경로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이동하여 목표물에 도달하였다.
-적을 사살하셨습니다. 매치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무언가가 터지는 효과음이 들리며 오른쪽 위에 큼지막한 글자로 승리를 알리는 안내 멘트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밑으로 상대방이 홀로그램 키보드를 통해 전송한 귓속말도 같이 나타났다.
-Good Game, Twister :)
 
Twister는 나의 게임닉네임이다. 회오리바람을 뜻하는 말로 중학교3학년 때 처음 ‘슈터즈’를 접했을 때 지정한 닉네임이다. 당시에는 아무생각 없이 멋있어 보이는 영어단어로 설정한 것이지만, 현재는 슈터즈를 플레이하는 매니아층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단어이기도 하다.
-현재 32연승중입니다. 공식 순위가 5 올라갔습니다. 현재순위는 326위입니다.
게임이 끝나고 로비로 돌아오면 들려오는 이 안내 멘트는 매우 기분 좋은 보상이다. 이 안내 멘트를 듣는 것이 이 게임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이라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슈터즈의 전체 플레이어수는 총 650만 명. 그중 15만 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물론 계정만 만들어놓고 30일간 10시간이상 플레이를 하지 않는 유령회원을 제외한다면 실질적으로 100만 명, 한국유저는 2만 명에 불과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랭킹326위를 하는 것은 정말이지 대단한 일이었다. 게임 방법이 낯설고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고통을 제외하고) 신규유저들 중 95%는 중도에 포기한다는 매니아들만 한다는 게임들 중 하나가 바로 슈터즈였다.
 
그런 슈터즈에서 시작한지 1개월 만에 최고레벨인 30레벨을 가뿐히 찍고 게이머 랭킹에 기록되는 공식매치에서 승률7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기며 순식간에 순위표를 한 페이지 단위로 껑충껑충 뛰어넘는 플레이어인 Twister는 슈터즈 매니아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으며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현재 그의 순위는 326위. 한국 순위는 부동의 2위였다. 한국 랭킹1위인 ‘TheLeader' 의 세계랭킹이 19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 거침없는 ’회오리바람‘을 두고 사람들은 시간만 나면 삼삼오오 모여서 그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였다. 그렇지만 그의 계정정보에는 기본적인 이메일주소도 비공개설정이 어서 그저 근거 없는 헛소문들만 나돌 뿐이었다. 그 예에는 Twister는 슈터즈가 시들어가는 인기를 다시 끌어 모으기 위해 개발한 인공지능이라는 소문에서부터 한국의 특수부대에서 비밀리에 극한의 전투훈련을 받고 있는 비밀병기라는 소문까지. 그러나 그런 소문을 만들어내는 그 누구도 사실 그 Twister는 평범한 한국의 남자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
 
로비 스테이지에는 회전의자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동안 게임을 하면서 모아온 게임머니를 모조리 총기 개조에 쏟아 부은 결과였다. 사실 다른 사람에게 나의 로비 스테이지를 보여주고 싶지도 않고, 보여줄 일도 없기 때문에 꾸밀 필요성을 못 느낀 것도 있지만. 몇몇 갑부 게이머들은 자신의 로비를 수도 없이 개조해서 처음 주어진 크기의 수십 배 크기인 스테이지내부에 사격연습장을 설치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혹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그뿐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로비스테이지란 게임을 시작하거나 끝내고 난 후 쉬어가는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친구”
-현재 접속중인 친구는 0명입니다.
‘오늘도 안 오려나...’
그러다가 문득 시계를 보았다. 오후 9시40분. 곧 있으면 부모님이 퇴근할 시간이었다.
“로그아웃”
-5초후 로그아웃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
 
순식간에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면서 멋없는 푸른빛 로비스테이지가 불투명해지더니 곧이어 낯익은 내 방 천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에 쓴 헤드기어를 벗고 본체와 연결된 커넥터를 해제하며 한숨을 내쉰다. 밀린 숙제가 걱정이다.
가상현실 콘솔을 정리해서 옷장 안에 넣는 순간 주머니속의 휴대폰이 진동한다.
 

 
-지금 우리 집에 와봐 빨리!!
혜민이의 문자였다. 유치원 때부터 소꿉친구였던 그녀는 중학교 때 다른 학교로 배정받는 바람에 조금 서먹해졌지만 최근 같은 고등학교로 배정받은 것을 안 뒤로 다시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는 10년지기 친구이다. 그리고 슈터즈에서 나의 정체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밤중에 무슨 일 일까?
 
“여보세요”
밝고 명랑한 소리.
“...야 지금 몇신지는 아냐.”
“10시 10분전이잖아. 왜?”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반문한다.
“하아... 그게 왜라고 할 말이냐 내일 입학식이잖아!”
“아 그게 뭐 어때서 그래 암튼 너한테 꼭 보여줄게 있어서 그래 빨리 좀 와봐.”
“너 저번에도 엄청 급한 것처럼 말해놓고 막상 가봤더니 컴퓨터 청소 좀 해달라느니 하면서 하루 종일 부려먹었잖아 내가 무슨 가정부냐.”
“에휴, 무슨 놈의 남자가 이렇게 군말이 많아! 그냥 오라면 와!”
“너 그거 명백한 성차별발언인거 아냐? 어? 뭐야 끊었어?”
-뚜...뚜...뚜...
 
“젠장, 얘는 허구헌날 자기 멋대로야”
나는 한숨을 내쉬며 주섬주섬 외투를 챙겨 입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익숙해질 법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은근히 기분이 상하는 것은 어찌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방을 나서며 곧 있으면 돌아오실 부모님을 위해 방문 앞에 메모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혜민이집에 가요-
 
 
 
 
 
 
 
 
 
 
 
 
 
 
 
 
 

1.5장
PK에 대한 고찰
PK는 Player Kill의 앞 글자를 따온 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플레이어를 죽이는 행위가 PK이다. 최초의 RPG(Role Playing Game)온라인 게임이 등장한 이후부터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에서 PK행위는 금지되어왔다. 그러나 유저들의 욕망을 억제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 그래서 각 게임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유저들의 PK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해왔다. 그 장치들은 큰 틀에서 본다면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1:1 결투장 시스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전쟁시스템.
하지만 이러한 장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무장상태의 플레이어를 PK하는 악질플레이어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PK플레이어들을 제거하는 방법은 아마 한가지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온라인 서버를 폐쇄하는 것이다.
-클레어 레드폴트 ‘진화하는 게임’ 中
 
 
 
 
 
 
 
 
 
 
 
 
 
 
 
 
 
 
 
 
 
 
 
 
 
 
 
 
 
 

2장
-띵동
“누구세요?”
“...누구겠니”
“아 너였구나. 기다려 문 열어줄게.”
문이 열리자 혜민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는 오밤중에 예고도 없이 남을 호출한 것 치고는 너무도 태연한 표정이었다.
“뭐하고 있냐? 후딱 내방으로 와봐”
내가 억울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서 그녀를 쳐다보고만 있자 혜민은 냉큼 한마디 쏘아붙이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에휴 내 팔자야.’
 
그녀 방으로 들어서자 책상위에 가상현실 콘솔 두 대가 놓여있었다.
“뭐야 이건? 설마 오밤중에 게임하려고 부른 거야?”
“어...그러긴 너무 늦었고, 내일 하려고 미리 꺼내 놓은 거야.”
“나 간다.”
“자..잠깐! 얘기는 끝까지 들어보고 가야지!”
 
그녀의 말에 고개만 돌려서 그녀를 쳐다본다. 물론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뭔데?”
내 시선이 곱지 않음을 느꼈는지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사실 요즘 새로운 게임을 하려고 하는데... 니 도움이 필요해.”
쿵. 누군가가 커다란 망치로 때리는 듯 하는 충격을 받았다. 고작 대리 게임 부탁하려고 오밤중에 그것도 고등학교 입학식 전날 밤에 자기 집으로 호출 한 거였나?
 
“미안, 미안. 사실 내일 얘기해도 되겠지만 보나마나 너는 학교 마치자마자 쏜살같이 집에 갈게 뻔해서 굳이 이렇게 널 부른 거야.”
“하아... 내가 너 때문에 진짜 못살겠다. 일단 들어나 보자 무슨 게임인데?”
그럭저럭 호의적인 말투를 듣자 그녀가 안도하며 말을 이었다.
 
“혹시 프로핏 월드라고 들어봤어?”
“프로핏 월드?”
신용 나라? 뭐야 그건
“...설마 했더니 역시나 였군. 그러니까 슈터즈 말고 다른 게임들도 관심 좀 가져보라고!”
“됐고, 일단 그 프로핏 월드라는 게 뭔지 설명해봐.”
“3개월 전에 일본 켓타이사에서 정식 서비스 시작한 온라인 가상현실게임이야. 그런데 그게 정말로 엄청나! 일단 스케일 면에서 비교가 안 되고 거기에 말도 안 되는 세세한 디테일에 유저들이 직접 게임 환경을 바꿀 수 있어서 어마어마하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야.”
“호오... 그래서 그걸 하고 싶은데,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그래. 왜냐하면 그 배경이 미래 우주시대거든... 그런데 나보다 네가 총 쏘는 거는 훨씬 잘하잖아. 그래서 너랑 같이 게임을 하면서 레벨링 하는 게 어떨지...”
 

“그래. 내 대답을 말해볼게. 싫어.”
“화... 어떻게 1분도 고민안하고 말 하냐!”
“내가 총 쏘는 걸 잘하고, 좋아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총 게임을 시작하고 싶지는 않아. 이제 슈터즈 전체랭킹 326위라고. 조금만 있으면 200위에 들어서 공식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데 그런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게임을 파라고? 대답은 정해져있지. 절대 싫어.”
 
그러자 갑자기 혜민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내 쪽으로 다가온다.
“너... 대회 나가서 상금 따려고 하는 거지?”
“당연한 거 아냐? 그게 얼만데...”
“그렇다면 더더욱 너는 프로핏 월드를 해야 할 필요가 있어.”
“그게 무슨..?”
“프로핏 월드가 엄청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물론 그 컨텐츠가 매우 우수하다는 면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어.”
그렇게 말해놓고 혜민은 뜸을 들였다. 참다못한 내가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그 중요한 사실이 뭔데? 설마 거기도 대회가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 프로핏 월드에서 사용하는 게임 통화는 현실 돈으로 거래 가능하다는 사실이야.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물론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해야하지만, 게임에서 돈을 많이 벌면 곧 현실에서 높은 수익을 얻는다는 뜻이 된다고.”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조금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그게 가능해? 그러면 사람들이 돈 조금 벌자마자 바로 현금으로 환전해갈 것 아냐. 누가생각 한 건지는 몰라도 참 멍청한 시스템이네. 보나마나 몇 달 안가서 금방 망할걸?”
“아니? 결과는 정 반대의 경우가 나오고 있어. 너 게이머들의 욕망을 과소평가 한 거 아냐? 그건 마치 도박과도 같아. 처음에 게임머니를 획득한 사람은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더더욱 게임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돼.
하지만 생각해봐 현재 프로핏 월드를 이용하는 전체 이용자 수는 600만 명, 최대 동시접속자수는 150만을 돌파했어.
그리고 앞에 말한 사람들이 한두 명 뿐이겠어? 모르긴 해도 70~80%는 될 걸? 그런 사람들이 바글거리며 게임머니를 딸 수 있는 짓이라면 무슨 짓이든지 할 텐데, 과연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을까, 잃는 사람들이 많을까?
그리고 거기서 설사 돈을 얻는다고 해도, 과연 그 푼돈에 만족하고 안전하게 환전할까 아니면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게임에 계속 임할까?”
“...당연히... 두 번째겠지...”
“맞았어! 그러니까 그 게임이 무리한 환전 시스템을 채택해도 안 망하고 잘 돌아가는 거라고.”
 
제법 그럴 싸 했다.
“흐음... 하지만 내가 너랑 같이 한다고 해서 무슨 이득이 있을까? 나는 저격밖에는 못하는데.”
 

반쯤 넘어온 것을(이미 넘어온 것을 알아차렸지만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너무도 달콤한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알아차린 혜민이 차분히 설명했다.
 
“그런 만큼 차근차근 행동할 거야. 일단 각 분야별 인재들을 찾아서 길드를 만들 생각이야. 서두를 필요 없어. 우리가 당장 돈이 궁한 것도 아니고 차근차근 게임을 배워나가면서 조금씩 길드 규모를 늘리는 거야.”
“벌써 그런 장기적인 계획까지 다 짜 놓은 거냐...”
“당연 한 거 아냐? 네가 할 일은 그저 내 머리를 믿고 나를 보좌해주는 거지. 어때?”
 
나쁠 것은 없었다. 재정적인 부분은 그녀가 담당하고, 나는 길드의 저격수 포지션을 맡아서 길드를 키워나가는 것.
“좋아. 그럼 한번 해보지 뭐.”
“오케이. 그럼 내일 학교 마치자마자 우리 집으로 올 것!”
“알았어...”
말을 마치고 방문을 나서다가 고개를 돌려서 그녀에게 말한다.
“...그런데 이런 말은 전화로 말해도 되는 거 아냐?”
 
***
 
“젠장... 입학식부터 지각이라니.”
버스에 올라타면서 혼잣말을 내뱉었다. 집에 돌아간 뒤에 컴퓨터로 밤새 ‘프로핏 월드’에 대해 검색해 본 것이 화근이었다. 물론 검색결과는 혜민이 말해준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어라? 너 설마 입학식부터 지각하는 거야?”
순간 버스 안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역시 이혜민이었다.
“너도 나랑 같은 반이거든요?”
“늬예늬예~”
혜민이 입술을 비죽거리며 비아냥거렸다. 말을 말자. 입만 아프다.
 
“근데 우리 어디에서 내려야 되지?”
정말 대책 없는 아이다.
 
***
 
“오, 야 어떻게 해? 우리 엄청 늦었나봐 복도가 너무 조용한데? 설마 새 학기부터 찍히는 건 아니겠지?”
나는 그녀를 애써 무시하며 복도를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연신 호들갑을 떨어대며 내 뒤를 부지런히 쫓아왔다.
“야 너 근데 우리 교실 어딘지는 알아?”
“2층 화장실 옆이잖아.”
“올... 너 설마 입학식 하기도 전에 우리교실위치를 알아본 건 아니겠지?”
“그럼 안 알아보냐...”
 

말 끝에 ‘바보야’라고 덧붙이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며 나는 빠르게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눈앞에 1-8 이라는 교실 문패가 보였다.
 
드르륵-
문을 밀자(미닫이문이었다.) 교실의 60여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이쪽을 쏘아보았다. 그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죄...죄송합니다!”
“버..버스가 늦어서...”
각자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말이 튀어 나온다. 그러자 칠판 앞에 서 있던 사람이(아마 담임 선생님일)이쪽으로 걸어온다.
 
뚜벅 뚜벅-
 
“참... 교직생활15년간 입학식 날 20분이나 지각하는 사람은 정말이지 오랜만에 보는군. 거기다가 남녀가 같이 지각한 경우는 더더욱 오랜만이고. 둘이 사귀나?”
“저...절대 아닙니다!”
그러자 혜민이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대답했다. 그냥 아니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저렇게까지 싫은 기색을 하다니...
“아님 말구.”
담임 선생이 머쓱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각자 자리에 앉도록 하고. 내 이름은 심재철이다. 앞으로 여러분을 1년간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담임으로 교과는 국어를 맡고 있다. 에... 그리고 입학식 날 지각한 두 명은 그 벌로 교실 정리를 맡기겠다. 그럼 조용히 앉아 있도록. 입학식이 교내 방송을 통해 진행될 것이다.”
 
‘10806김현웅’이라고 적힌 스티커가 부착된 책상 앞에 앉자 주변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다들 첫날이라서 긴장한 모양이었다.
‘흐아아... 첫날부터 지각을 하다니...’
그러다 무의식적으로 혜민 쪽을 쳐다보자 그녀는 새침한 표정으로 “흥!”하며 고개를 돌렸다. 정말이지 이뻐 할래야 이뻐 할 수 없는 여자애였다.
 
***
 
“야 닌 왜 갑자기 삐져서 그래?”
학교를 마치고 혜민의 집에 돌아오자 그녀가 나에게 대뜸 물어보았다. 귀가길 내내 굳어있는 나의 표정을 눈치 챈 거였을까.
“누가 삐졌대? 그냥 귀찮아서 그러지”
“호호호 자존심은 있어갖고 삐졌다고는 말 안하네.”
“안 삐졌거든?”
“얼굴에 써 있거든? 아무튼 접속이나 빨리 하셔.”
 

“아 목말라 주스 좀 먹고 하자.”
“주방 냉장고 열면 오렌지 주스 있어. 올 때 내 것도!”
“...젠장”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녀를 위해 주스를 가져다주려는 나의 모습을 보자 문득 떠오르는 생각. 만약 내 여자 친구가 이혜민이라면?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차라리 정략결혼을 하고 말지.’
컵에 주스를 따르며 내가 왜 저 녀석한테 매여 사는지 생각해본다.
 
때는 유치원에 다닐 무렵 ‘나의 장래희망 말하기’ 시간이었다.
나의 차례가 되자 나는 씩씩하게 일어나서 발표하였다.
“선생님 저는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요.”
“호호호 우리 현웅이는 영화배우가 되고 싶구나. 얘들아 다들 박수!”
그렇게 발표를 마친 후 자리에 앉은 나의 귀에 누군가의 빈정거림이 들렸다.
 
“흥, 영화배우는 아무나 하는 줄 아나. 영화배우가 되려면 키 크고 얼굴도 훨씬 잘 생겨야할 텐데.”
“우씨, 나 잘생겼거든? 우리엄마가 내가 최고로 잘생겼다고 했어!”
“아니거든. 내가보기에 너 잘 생긴 거 아니거든.”
그때 나는 울먹거리며 엄마한테 이를 거라고 말했고, 결국 그날 저녁 그 애 부모와 우리 부모가 만나서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로 했었다. 눈치 챘겠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에게 폭언을 했던 그 아이가 바로 이혜민이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질긴 악연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컵을 들고 가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자 갑자기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젠장... 그러고 보니 저 녀석 나한테 도움 되는 게 하나도 없잖아.’
“뭐해? 주스를 만들어오니?”
“가고 있거든!”
 
***
 
익숙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으며 눈을 지긋이 감았다.
-망막정보 조회 중... 확인되셨습니다. 김현웅님 접속을 환영합니다. 현재 1건의 초대 요청이 도착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수락”
역시 수락하자마자 혜민의 계정 아바타가 눈앞에 나타났다.
 
“좋아 그럼 프로핏 월드에 접속해서 계정 등록을 해. 나는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어딘지 알지? 센트럴 시티 남쪽 구역 거대 분수 광장 쪽이야.”
“그러지.”
짤막하게 대꾸한 후 메뉴창을 열어 게임 센터 목록을 선택했다.
 

“프로핏 월드” 홀로그램 키보드가 나타났지만 무시하고 음성검색을 실행했다.
-프로핏 월드 검색결과 총 1개의 게임이 검색되었습니다. 지금 바로 접속실행하시겠습니까?
“그래.”
다시금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는 혼탁한 하늘의 미래 공업 도시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눈 앞에 큼지막한 홀로그램 글귀가 생겨났다.
'Welcome To Profit World!'
 
-처음 방문하시는군요. 지금 계정을 등록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이번에는 하늘색 불투명한 평면 창이 눈앞에 생겨났다. 여기서부터는 귀찮더라도 보안상의 문제 때문에 홀로그램 키보드를 이용해야한다.
 
‘계정명이라... Twister.’
-죄송합니다. 이미 사용 중인 계정명입니다.
‘얼레리? 벌써 누가 쓰고 있나보네. 그렇다면 Twister1.’
-죄송합니다. 이미 사용 중인 계정명입니다.
‘젠장 누가 이기나 보자. Twister2.’
-죄송합니다. 이미 사용 중인 계정명입니다.
‘Twister3.’
-죄송합...
‘Twister4.’
-죄송..
‘Twister63.’
-죄...
‘이런 제기랄! 할 수 없지. Hurricane.’
-사용하실 수 있는 계정명입니다.
‘이렇게 많은 놈들이 내 닉네임을 따라하다니...’
그 뒤로 간단한 신상정보를 기재한 후 등록 버튼을 눌렀다.
 
-회원님께서는 만 18세 미만인 관계로 보호자 인증이 없다면 현금 환전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무료 서비스기간인 30일 이후로는 보호자 인증이 없다면 서비스비용 결제가 불가능하니 이점 유의해 주십시오.
“알고 있다고.”
-아시아 서버에 접속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처음 시작할 지역을 선택해 주십시오.
“센트럴시티 남쪽 구역.”
-센트럴시티 남쪽 구역으로 이동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안내 멘트가 끝나자 순식간에 눈앞의 풍경이 달라졌다. 근처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나타난 것. 주위는 수천 명의 유저와 NPC들이 떠들어대는 소리로 떠나갈 듯 했다.
 
 

‘분수광장이라... 이게 그 분수인가?’
혜민이 말한 거대 분수광장으로 추정되는 곳은 이곳밖에 없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쟁기를 들고 밭을 가는 동상들과 그 위로 총을 받들고 한곳을 쳐다보며 경례를 하고 있는 군인들의 동상들이 한가운데에 솟아있는 분수대는 그 둘레의 길이가 족히 300m는 되 보였다. 열심히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혜민을 찾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등을 거세게 흔들었다.
“아 깜짝이야,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길드장이지.”
역시 혜민이었다.
 
“하아... 간 떨어질 뻔했잖아! 그건 그렇고 니가 왜 길드 장 인건데?”
“그럼 니가 할래? 니 길드 운영 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잘 모르나본데 너같이 무식한 애가 길드 운영을 했다간 한 달도 못 버티고 파산하고 만다고!”
“예..예.. 잘 알겠습니다.”
“후... 일단 기초 군사훈련이나 받자.”
“그런 걸 왜해? 튜토리얼이나 하면서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멍청아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냐? 여기는 군사훈련을 받으면 E급 용병 자격증과 함께 기본 무기를 지급해준다고. 설마 주먹으로 사냥할건 아니겠지?”
“아... 그런 시스템인가. 알았어. 훈련장이 어디야?”
“따라와.”
그래도 제법 기본지식은 알고 있는 것을 보니 믿을만한 것 같았다. 내심 녀석이 대견해서 머리를 쓰다듬고 싶었지만 그 순간 단념해야했다. 그 다음일이 안 봐도 뻔했으니까.
 
***
 
“무슨 용무입니까?”
큼지막한 건물 앞에 다다르자 그곳을 지키던 병사가 말을 걸었다. 머리위에 노란색으로 ‘위병’이라고 적힌 걸로 보아서 NPC가 분명했다.
“기초 군사훈련을 받으러 왔어요.”
혜민이 제법 공손하게 대답했다.
“저쪽 안에 들어가시면 기초 교관이 있을 겁니다. 그분에게 말을 거십시오.”
“감사해요.”
말을 마치고 그녀는 성큼성큼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건물 내부는 무척 넓었다. 한쪽 구석에는 수백 개의 총기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으며, 몇 명 유저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사격 연습을 하고 있었다.
“자네들은 누군가? 신입인가?”
들어서는 혜민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곰같은 체격을 가진 사람이 대뜸 고함을 쳤다. 그의 머리 위에는 ‘기초 교관’이라는 노란색 글자가 떠 있었다.
 
 
 

2.5장
프로핏 월드의 통화체계는 3개의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 브론즈, 실버, 골드이다.
1000브론즈는 1실버가 되며, 1000실버는 1골드가 된다. 1브론즈는 한화로 100원정도의 가치를 가진다. 각 플레이어는 처음 계정을 만들면 1실버가 주어지며, 1달 안에 어떻게든 1실버 이상의 돈을 벌어야 한다. 그 이유는 30일간의 무료체험기간 뒤에는 1달 이용료로 1실버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돈을 못 벌었을 경우, 현찰로 대신할 수 있다.
단, 그것은 1실버부터 지불가능하며, 수수료 명분으로 1실버인 10만원의 10%비용인 1만원을 추가로 지급해야한다. 이 수수료는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산 할 때도 똑같이 지불해야한다.
-김용택 ‘프로핏 월드 공략집’ 中
  
 
 
 
 
 
 
 
 
 
 
 
 
 
 
 
 
 
 
 
 
 
 
 
 
 
 
 
 
 
 
 

3장
우주 자치 연방 근거지인 나일로드 행성. 2150년 워프 엔진 개발 이후 대 우주 개발 시대가 열리게 된 이례로 지구로부터의 개척민들이 최초로 발견한 개척행성이었다. 지구 연합에서는 지구와 다를 바 없는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최적의 조건을 가진 이 행성을 발견 이후로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다.
 
지구 연합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원시 지구와 같은 밀림형 행성인 나일로드 행성은 서서히 인간이 살아가기에 알맞은 환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행성의 오존층을 강화하여 행성의 전체 온도를 감소시키는 등 갖은 노력의 결과였다. 그러나 그런 행성의 변화는 예상 외의 결과도 낳게 되었으니 바로 토착 생물체들의 인간들을 향한 공격이었다.
 
처음 개척민들이 도달했을 당시 토착 생물체들은 해당 영역을 침범하지만 않는다면 인간들에게 큰 위험이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행성의 평균 온도가 45도에서 20도까지 내려가면서  생물체들은 서서히 인간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고온의 행성온도에서는 체내 온도를 유지하기위해 서늘한 자신들의 보금자리에서만 활동하던 생물체들이 행성온도가 인간에 의해 활동하기에 알맞은 온도까지 내려가자 성향이 공격적으로 변한 것이다.
 
상황이 거기까지 이르자 개척민들은 지구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때는 지구 연합의 문어발식 행성 개척 사업으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시기. 최초의 개척지라고는 하지만 쓸 만한 자원이라고는 물이 전부인 행성을 지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 지원활동을 벌일 이유는 없었다. 그랬기에 달리 손 쓸 방도가 없던 나일로드 행성 자치정부가 선택한 대안은 바로 용병들로 하여금 토착 생물체 토벌 활동을 하도록 용병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것이었다. 현재 나일로드 행성정부의 수도인 센트럴시티에 위치한 기초 군사 훈련소 또한 용병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 중 하나였다.
 
센트럴시티 기초 군사 훈련소는 비록 초보 모험가들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나일로드 행성의 포악한 토착 생물체들의 침입을 막아낼  전사들을 육성하는 교육기관으로써 이곳의 기초 교관은 나름대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후 나일로드 행성정부로부터 그 공을 인정받아서 부임 된 만큼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로서는 방금 문을 열고 들어온 남녀 한 쌍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누더기에 가까운 옷차림에 제대로 싸워본 경험도 없는 것 같은 샌님들이 분명했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열정보다는 그저 후딱 시간만 채우고 E급 용병 자격증과 무기만 받고 갔으면 좋겠다는 귀찮아하는 기색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센트럴시티 기초 군사 훈련소의 교관으로써의 자부심을 갖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로써는 제일 싫어하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저런 한심한 것들한테는 초장부터 기선 제압할 필요가 있지.’
이런 생각으로 기초교관은 대뜸 고함을 친 것이다.
“자네들은 누군가? 신입인가?”
 
 

그러나 그들은 고함소리를 듣고도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태연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자 할 말을 잃은 것은 교관 쪽이었다.
 
“그쪽이 기초교관인가요?” 가까이 다가서며 말을 건네는 여성.
“그...그렇다.”
“후딱 E급 용병 자격증이나 주세요. 시간이 없어서.”
그 순간 교관은 무언가가 가슴속에서부터 차올라오는 것을 느꼈지만 가까스로 그 기세를 억지로 가라앉힐 수 있었다. 지구 연합 정부가 발표한 공식 서한 때문이었다.
-지구로부터 엄청난 숫자의 자유 용병들이 은하계를 유랑할 것이다. 이들이 다소 무례한 언행을 하더라도 그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해라.
 
‘끄응... 꼬라지를 보아하니 저 연놈들도 지구에서 온 놈들인 것 같군. 젠장. 어찌된 일이 지구 놈들은 제대로 된 놈들이 없단 말이야.’
당장 두 놈의 머리를 잡아채서 창문 밖으로 내동댕이 쳐버리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누그러뜨리며 교관은 차분한 어조로 익숙한 대사를 읊었다.
“일단은 특정 보직을 선택하여 그 분야의 기초무기 사용법을 숙지해야한다. E급 용병자격증을 얻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보직은 저격수, 소총병, 경기관총병, 중화기병 이 네 가지다. 물론 많은 전투 경험을 쌓아서 본인이 강해졌다면 특수전투병이나 전투장비 운용병 등 다양한 보직을 추가적으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그 대가가 있는 법. 충분한 전투경험을 쌓아서 마땅한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다면 상급 보직에 종사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점 유의하도록.”
 
“오호라. 제법 디테일한데?”
교관이 말을 마치자 여성의 뒤에 병풍처럼 서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얼핏 보면 순박한 청년의 눈빛이었지만 자세히 살펴본다면 그 속에 무언가 강렬한 기세가 감춰져 있음을 교관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청년이야.’
 
이런 교관의 속마음을 아는지 청년은 무심한 표정으로 여자와 눈짓을 주고받고 있었다.
“좋아요. 저부터 정하죠. 저는 저격수로 할게요.”
청년의 말에 교관은 아무 말 없이 옆의 벽면에 세워져 있던 총 한 자루를 잡아 청년에게로 던져줬다. 청년은 날아오는 총을 한 손으로 가볍게 잡아서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볼트액션 방식 단발소총이군. 역시 초보자는 이런 구닥다리로 시작하나보군.”
“볼트액션 방식이 처음이 아닌가보군. 잘됐군. 그럼 설명을 생략하고 바로 사격연습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저기 보이는 과녁을 사격해보도록.”
그러나 청년은 그저 총에 부착된 조준경을 살펴보기만 할 뿐이었다. 교관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물어보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신병?”
“네... 다름이 아니라 사격연습을 건너뛰고 바로 시험으로 들어갈 순 없나요? 제가 좀 바빠서.”
 
 

교관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머리를 간신히 식혔다. 오랜 전투를 통한 평정심이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좋다. 그대가 원한다면. 바로 시험으로 가도록 하지.”
교관은 말을 마치고는 탁자에 놓여있는 탄창더미에 손을 뻗어서 그 중 3개를 집어 들고는  청년에게 건네주었다.
 
“앞으로 움직이는 과녁들 17개가 나올 것이다. 현재 총에 장전돼 있는 총탄 한발과 탄창에 포함된 5발 그리고 추가로 지급한 여분의 탄창3개에 들어있는 15발의 총탄으로 시험에 임해야 한다. 자격 취득 조건은 과녁 11개 이상을 맞추는 것이다.
그 오만한 성격만큼 실력 또한 출중하기를 기대하겠다. 만약 통과하지 못한다면... 본 훈련소를 우습게 여긴 벌로써 사격연습을 내가 직접! 철저히 지도해주겠다.”
교관은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을 듯 무서운 표정으로 청년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뭐. 그러죠.”
청년은 상관 안한다는 말투였다.
“그럼 준비됐나?”
청년이 탄창을 허리의 가죽 파우치에 끼운 뒤 조준 자세를 취한 것을 확인하자 교관이 물어보았다. 그러자 청년이 고개를 까딱거렸다.
‘건방진 놈.’
 
***
 
오른손 검지를 딱딱한 방아쇠에 걸쳐놓았다. 시선은 전방을 주시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주위가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마치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순간 표적이 나타났다. 하얀색 원반에 붉은색동심원들이 그려진 움직이는 간단한
표적장치로 대략 200m정도 떨어진 위치였다.
 
-타앙
총탄이 하얀색 궤적을 남기며 표적을 향해 똑바로 날아갔다. 그리고 ‘퍽’하며 표적이 깨지는 소리.
교관의 눈썹이 이마위로 치켜 올라가는 것을 얼핏 보았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이미 오른손은 노리쇠를 당겨 탄창의 다음 탄환을 장전한 다음이었다.
두 번째 표적은 50미터정도의 바로 앞에서 나타났다. 그 정도는 한쪽 눈을 감고도 맞출 수 있었다.
 
-타앙
빠르게 방아쇠를 당기고 기계적으로 노리쇠를 당겼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다음 표적은 동시에 두 곳에서 나타났다. 각각 500m정도와 150m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500m떨어진 표적은 사격 연습 세트장의 2층 주택 발코니에 나타났다. 거리가 멀다보니 제법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반면 150m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나타난 표적은 건물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1층 건물 반대편 골목길에 도달하기까지 약 2초정도. 500m떨어진 표적이 도무지 사라질 기미가 안 보이는 것을 감안한다면 먼저 제거할 표적은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빠르게 방아쇠를 당긴다. 이제는 총탄이 발사되며 들리는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탄환이 공기를 가르며 생기는 미미한 진동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노리쇠를 당기며 총구를 2층의 발코니 쪽으로 돌렸다. 발사 성공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발사하는 순간 명중했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
 
눈을 조준경 쪽으로 가져가는 순간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발코니 한쪽 끝에서 다른 한 끝에까지 이동할 줄 알았던 표적이 갑자기 이동을 멈추고 건물 안으로 사라지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 순간 교관이 승리의 미소를 지었으리라.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처음 예상한 것에서 빗나갔지만, 이런 상황 또한 예상 못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총을 살짝 움직여 표적의 정 중앙의 살짝 아래를 겨누었다. 그리고 발사.
 
-타앙
이번에도 어김없이 총탄이 발사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표적 또한 2층 발코니 세트장치 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표적이 사라질 상황. 이제는 표적이 반쯤 시야에서 사라져서 원반이 아닌 반달모양이 되버렸다. 그러나 표적은 만족 못하고 계속 시야에서 벗어나려고 하였다. 교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순간이었다.
 
‘퍽’
절묘한 순간에 총탄이 표적 끄트머리와 부딪치며 표적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교관의 입  꼬리가 올라가다가 갑자기 일그러지는 소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직 표적은 많이 남았고, 나에게도 쏠 수 있는 총탄이 많이 남았다. 나는 빠르게 오른손을 움직여 노리쇠를 당기고 다음 표적이 나올 곳을 눈으로 찾아보았다.
 
***
 
교관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건방진 젊은이가 결코 시험을 통과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비록 눈에는 보이지 않는 투기가 서려 있었지만, 설마 사격 연습도 하지 않고 한 번에 시험을 통과할 리가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 ‘건방진 젊은이’는 시험을 통과했다. 그것도 17개의 표적을 17발로 맞추는 역대 최고신기록을 세우며 말이다. 믿기 힘들지만 사실은 사실. 그는 E급 용병 자격증을 넘겨주며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축하하네. 자네는 기초 전투훈련 과정 중 저격수 병과 시험을 통과했네. 이것은 용병 자격증이네. 나일로드 행성 정부가 자네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은하계 어디를 가더라도 인정받을 수 있을 걸세.”
 

그러자 청년은 그것을 받아들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교관은 청년에게서 눈을 떼고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여인은 방금 전까지 조그마한 시가지 모습을 하던 세트장이 다시 원상태의 텅 빈 공간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대도 E급 용병자격증을 딸 생각인가?”
그러자 여인이 교관을 바라보며 처음보다는 비교적 공손히 대답했다.
“네. 저는 경기관총 병과를 선택하겠어요.”
교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벼운 무기를 선호한다면 경기관총 병과가 제격이지. 일단 기본적인 총기 사용법부터 가르쳐 주겠다. 다소 지루하겠지만 본 교관은 검증된 전문가로써 나의 지시에 성심성의껏 따라오기를 바란다.”
여인은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마음을 놓은 교관은 설명을 시작했다.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간단하다. 탄창을 총기에 장착한 후, 노리쇠를 한번 당김으로써 총탄을 장전하고, 그 후에 방아쇠를 당기면 된다. 그 다음은 자동장전이 되니 탄창안의 총탄을 다 퍼붓기 전까지는 추가적으로 당길 필요가 없다. 일단 한번 총탄을 장전해보아라.”
 
***
 
혜민이 E급 용병 자격증을 취득하기 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총 쏘는 것에 워낙 소질이 없는 녀석이라 그 녀석은 총을 장전 하는 것부터 버거워 했다.
특히 탄창을 다 집어넣지 않은 상태에서 노리쇠를 억지로 당기려고 낑낑거릴 때의 교관의 표정은 단연 압권이었다.
기다리다 지쳐서 자격증을 취득하면 쪽지를 보내라고 말한 뒤에 기초 훈련소를 나왔다. 시간은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유저들이 분수대 광장 쪽에서 소환되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군가의 인기척이 났다.
 
“저...저기...”
“음?”
고개를 돌리니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Refreshman'이라는 흰색 글자와 함께 일본 국기모양이 떠 있었다.
“한국인... 이므니까..?”
“뭐?”
 
 
 
 
 
 
 
 
 
 

3.5장
사실 지금까지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 게임에서 NPC들의 인공지능은 형편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잘 만들어진 인공지능 프로그램조차도 관찰하는 플레이어가 쉽게 패턴을 알아차리지 못하게끔 수십 가지의 패턴을 불규칙적으로 조합하여 행동하도록 잘 짜여진 것에 불과합니다. 오늘까지는 말이죠.
다시 한 번 정리해보죠. 지금까지의 인공지능은 프로그래머가 짜놓은 패턴을 따라하는, 사람인척하는 기계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생각해봤습니다. 과연 스스로 사고가 가능 한 진정한 인공지능 개발은 정녕 불가능한 꿈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까지는 무려 12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에게 저희가 찾아낸 해답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여러분은 벌써 눈치 채셨을 겁니다. 소개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완벽한 게임. 프로핏 월드입니다!
-야마모토 켓타이 ‘제15회 국제 가상현실 박람회에서 켓타이사 신작 발표 연설’ 中
 
 
 
 
 
 
 
 
 
 
 
 
 
 
 
 
 
 
 
 
 
 
 
 
 
 
 
 
 
 

4장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 소년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장난치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무척이나 진지한 눈빛이어서 쳐다보는 내가 무안할 정도였다.
 
“그럼 당연하지. 위에 한국국기 보이잖아?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17년간 한 번도 이 나라를 벗어난 적 없는 토종 한국인이라고.”
그러자 그는 기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스무니까? 반갑스무니다. 저는 재작년에 한국으로 오게 된 기무라 라고 하무니다. 올해 나이는 17세 이므니다.”
받침발음이 상당히 어눌하다는 점만 뺀다면 훌륭한 자기소개였다.
 
“그래 나도 반가워 내 이름은 김현웅. 나도 올해 17세야. 그나저나 너 한국말 진짜 잘하는데, 혹시 재일교포야?”
그러자 기무라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예전부터 한국 많이 좋아했스무니다. 한국 드라마 좋아해서 한국어 열심히 배웠스무니다. 그러다 재작년 아버지가 직장일 때문에 한국에 가서 사신다는 말 듣고 저도 한국학교 다니기로 했스무니다.”
“그런데 보기보다 어려 보이는데? 돈도 없는데 벌써부터 외모를 변경한건 아닐테고...”
“하잇, 제가 좀 어려보이는 편이므니다. 김상도 보기보다 나이가 적은편이어서 놀랐스무니다. 김상, 대단한 노안이므니다.”
 
허를 찌르는 돌 직구에 나는 한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렇지만 악의 없는 말을 한 오늘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잘못을 지적해주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저 티없이 맑은 눈망울을 보라. 그 누가 저 소년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물론 그 순간 마귀와도 같은 소녀 한명이 스쳐지나가며 그녀라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였다.
 
“그건 그렇고, 나한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던 것 같았는데, 정말 내가 진짜 한국인인지 궁금한 게 다일 리는 없을 것이고.”
그러자 기무라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17살에 저런 순수한 얼굴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늦둥이 막내 동생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수준의 얼굴이었다.
“저어... 실은 김상에게 부탁이 있스무니다.”
“뭔데?”
 
***
 
혜민은 15분쯤 뒤에 진이 다 빠진 얼굴로 나왔다. 무척 초췌해 보이는 그녀를 보며 조금 불안해졌다.
‘큰일이군. 보아하니 고생을 엄청 하고 온 모양인데 애꿎은 애한테 화풀이할지 걱정이네...’
그런 속마음을 모르는지 혜민은 이쪽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혜민은 기무라를 보고도 골탕 먹이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어정쩡하게 서 있는 기무라를 힐끔 보더니 무슨 일이냐는 눈빛으로 내 쪽을 쳐다보았다.
 

 
쿡-
팔꿈치로 기무라의 옆구리를 찌르니 그가 ‘윽’하고 움찔하더니 혜민에게 쭈뼛거리며 다가섰다.
 
“처...처음 보겠스므니다. 기무라라고 하므니다.”
어색한 정적.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 살짝 질린 듯한 기무라가 ‘꿀꺽’하고 소리 내며 침을 삼키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머릿속이 새 하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이 설득시켜야 하는 여성이 그의 인사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거기에 한 손에는 스탠 기관단총을 쥐고 있었다. 차라리 학교 교장선생님 앞이 더 편할 것이다.
 
“저...그러니까 제가 혜미상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혜민”
“...에?”
“혜민이라고. 혜미가 아니라 이혜민.”
“아..! 죄, 죄송하므니다. 아직 한국어 발음이 어색해서 실수했스므니다.”
그러자 또다시 침묵.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는 나까지 어색해서 어쩔 줄 모를 지경이었다.
 
“...혜민상, 단도직입적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를 용병단에 넣어 주세요!”
정공법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질질 끄느니 차라리 선공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게다가 방금의 대사는 받침발음까지 완벽하게 구사한 현지인수준의 대사였다. 나름대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기무라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사실 저는 아까 훈련소에 있었스무니다. 용병 자격증은 있지만, 이대로 나가면 길을 헤맬 것 같기도 해서 같이 다닐 친구를 구하고 있었스무니다. 그러다 김상과 혜민상을 본 것이므니다! 저 멀리 떨어진 과녁들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쏘는 그 모습! 그 거침없는 모습에 남자지만 저는 반해버렸스므니다. 그래서 김상이 훈련소를 나가자마자 후닥닥 뛰쳐나가서 김상에게 말을 건 것이므니다. 김상이 혜민상과 용병단을 꾸릴 것이라는 말을 듣고 저는 망설임없이 결정했스므니다. 김상과 혜민상의 용병단에 가입하기로 말입니다!”
말을 하다가 감정이 벅차올랐는지 기무라는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열변을 토해냈다. 그 순간 나는 박수를 쳐주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었다.
 
“넌 뭐 할 수 있는데?”
그녀의 갑작스런 질문에 기무라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저, 저 말이므니까?”
“그래 너 말이야. 병과가 어디냐고.”
그러자 알아들었다는 듯이 기무라가 대답했다.
“중화기 병과 이무니다. 무기로는 이거를 받았스무니다.”
그러면서 기무라는 자랑스럽게 인벤토리 창을 띄워서 보여주었다. 화염병과 연막탄이었다.
 

“흐음... 중화기 병과는 처음에 주어지는 무기는 이게 다인가 보지?”
“그렇스무니다. 저기 안에 험상궂은 사람이 중화기 병과는 처음 고비만 넘긴다면 나중에는 다른 병과보다 더 강려크해 질 것이라고 알려주었스무니다.”
 
그러자 혜민이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처음부터 바주카 같은걸 줘버리면 그야말로 밸런스 붕괴니깐. 뭐 어쩔 수 없네. 기무라까지 포함해서 길드를 만들자.”
“정말로?”
갑자기 너무나도 합리적이면서 무언가 대충대충 처리하는 듯 한 그녀의 태도에 나는 이상함을 느끼며 물어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나를 쳐다보더니 하는 말.
“배고프다.”
 
***
 
-후루룩 후루룩 쩝쩝쩝
혜민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기무라에게 양해를 구한 후에 잠시 접속을 종료하고 자장면 곱빼기 두 그릇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도착한지 3분 만에 혜민의 자장면 그릇은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아... 살 것 같네. 야 너 다 먹었냐? 다 먹었으면 나 좀 주라.”
그녀는 그렇게 먹어놓고 배를 두드리며 내 몫의 자장면까지 탐내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내 몫의 자장면의 일부를 그녀에게 반 강제로 헌납해야 했다.
“후루루룩 쩝쩝쩝... 네가 이렇게 음식을 남기니까 말라깽이가 되는 거야. 쩝쩝.”
‘그래그래 너나 많이 먹어라.’
그녀가 무슨 말을 하건 한 귀로 흘리며 먼 산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뭐를?” 자장면 1.5그릇을 순식간에 비운 혜민이 볼록 튀어나온 자신의 배가 신기한지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대꾸했다.
“이제 용병 자격증도 땄겠다. 그 다음 일정이 있을 거 아냐.”
“아~ 그거? 음... 글쎄? 딱히 없는데?”
이런 우라질.
“그럼 이제 어떻게 할꺼야. 기무라는 또 어쩌고.”
“뭘 어떻게 해 그냥 노가다 돌리는 거지. 너는 내가 무슨 숨겨진 버그라도 발견해서 땅에서 돈이 펑펑 나오게 만들기를 바라는 거니? 이런 종류의 게임일수록 오히려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구. 일단 던전을 돌아다니면서 게임머니도 벌고 또 경험치도 쌓고 하는 거지. 괜히 어쭙잖게 선행학습하려고 지름길 돌아다니다가는 돈도 못 벌고 캐릭터 능력치도 이상하게 만들어서 울면서 계정 삭제하는 꼴 나기 뻔해.”
 
듣고 보니 옳은 말이었다. 역시 돈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럼 점심도 먹었겠다. 다시 한 번 접속해 볼까?”
 
***
 
재접속하자마자 친구목록을 열어서 기무라의 위치검색을 하였다. 역시 기무라는 약속했던 용병길드 건물 앞에 있었다.
“서둘러!” 우물쭈물 하는 혜민의 손을 잡아끌고 용병길드 쪽으로 달렸다. 기초 수련관을 지나쳐서 대로변을 두 블록 정도 달리자 용병길드 건물이 보였다. 그리고 계단에 꼼짝 않고 앉아있는 기무라의 모습. 그 모습을 보자 조금 미안했는지 혜민이 기무라에게 말했다.
 
“미안, 많이 기다렸지?”
그러자 기무라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괜찮스무니다. 저도 그동안 간식 좀 챙겨 먹었스무니다.”
“그럼 이제 슬슬 들어가 볼까.” 내 말에 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길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용병길드 내부는 무척이나 혼잡했다. 어림잡아도 족히 500명 정도는 될 만큼 많은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다. 거기에 각 유저들이 내뱉는 시끄러운 외침들 때문에 귀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기무라와 내가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릴 동안 혜민은 메뉴 창을 만지작거리더니 우리를 손가락으로 콕콕 찌른다. 그녀를 쳐다보자 혜민은 손으로 조그마한 네모를 그리고는 입을 벙긋거렸다. 입모양을 읽으니 ‘수락해’ 라고 말 하는 것 같았다. 무슨 소리지 하며 의아해하다 비로소 허리부분에 반투명의 안내 창이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L.H.M 님으로부터 파티 대화 초대가 와 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 버튼을 누르자 주위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주변의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다닥다닥 붙어 선 채로 연신 고함을 쳐 대는 것 같았지만, 그들이 내는 소리는 단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진지한 얼굴로 입만 벙긋거리는 그 모습을 보자니 조금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후아, 살 것 같네. 아니 저 인간들은 이런 편한 기능이 있는데도 굳이 저렇게 소리를 질러  대는거야.”
“아무래도 이런 기능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사람들 같은데.”
혜민의 머리 위 닉네임 오른쪽에 생긴 조그만 확성기 모양을 쳐다보며 대꾸했다.
“...이래서는 우리 차례 기다리다가 날 밤새겠어. 혜민. 용병길드는 여기 한 곳 뿐이야?”
그러자 혜민이 미리 암기한 듯 차분하게 대답했다.
 
“센트럴 시티에는 6개의 용병길드 지부가 있다고 들었어. 이곳 남부 지부, 그리고 동 서 북쪽에 각각 1개 지부, 북부 지부에서 조금 더 동북쪽의 외곽에 위치한 지부 한 곳과 행성정부의 승인을 받은 특별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내성에 위치한 용병길드 본부 한 개가 바로 그것이야.”
“그럼 다른 지부로 가면 되지 않을까?”
 

나의 질문에 혜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리야. 여기서 가장 가까운 1지부인 서부 지부만 해도 5km는 족히 떨어져 있어. 그리고 설사 우리가 그곳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학교가 입학식인 오늘 과연 사람이 없을까? 어쩌면 여기보다 더 미어터질지도 몰라.”
“저... 그럼 이왕 오래 걸릴 거 사냥부터 하면 어떻겠습니까?”
 
잠자코 혜민과 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기무라가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다. 혜민과 내가 기무라를 쳐다보자 무언가 말을 이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기무라는 차분히 말을 계속하였다.
 
“저도 오늘 처음 하는 게임이지만 접속 전에 여러 가지 조사를 해봤으므니다. 그 중에 한 공략 사이트에서는 용병 길드를 만들어도 그 회원들의 전체적인 레벨이랄까나 실력이 낮다면 의뢰를 받는 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으무니다.”
“좋은 지적이야. 사실 내가 하려고 했던 말이기도 해. 기무라의 말처럼 용병길드를 창립했다고 해도 이곳의 NPC들은 그렇게 쉽사리 퀘스트를 맡기려고 하지 않아. 그들이 퀘스트를 맡기는 기준은 바로 해당 길드의 신뢰도. 그 신뢰도는 명확하게 알려진 기준은 없지만 유저들 및 게임 분석가들에 의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길드의 평균적인 레벨, 길드 원 숫자, 퀘스트 성공률 및 길드가 보유한 총 자금 등 여러 분야의 측정기준을 정하고 그에 의한 평균적인 수치를 산출해내는 것이 해당 길드의 신뢰도가 될 것이라고 해.”
혜민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기무라의 말을 동의해주었다.
“좋아. 그럼 각자 탄약이랑 회복제 같은거 넉넉하게 챙겨서 센트럴시티 남쪽 경계초소 앞에서 보자구.”
 
***
 
센트럴시티 남부 경계소
6미터 높이의 견고한 장벽이 도시의 경계면을 빙 둘러싸서 도시와 미개척지의 경계면 역할을 하여 장벽을 넘는 순간 안전하지 않은 미개척지로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 명의 유저들이 들뜬 표정으로 장벽위의 각종 기관포와 대공방어장비, 그리고 한눈에 보아도 값나가 보이는 묵직한 개인화기를 장비를 수비병들의 경례를 받으며 폭 5미터 높이 3미터의 남문을 나서고 있었고, 또 수십 명의 다소 지쳐 보이지만 얼굴에는 희미한 자부심이 서려있는 유저들이 도시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무척 견고해 보이는 검붉은 색상의 장벽을 바라보며 ‘저걸 무너뜨리려면 얼마나 많은 화력이 필요할까’ 하고 속으로 이리저리 계산할 무렵이었다.
 
“김상!”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낯익은 목소리에 누굴까 하고 궁금해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아, 이제야 와준 거냐.”
제법 딱딱한 나의 말에 기무라의 얼굴이 살짝 굳어진다.
“어휴 쫌팽이 같기는. 겨우 20분 늦은 것 가지고 그렇게 쫀쫀하게 구는 거 아니다.”
“그럴 땐 20분이나 라고 하는 거다.”
 

“너무 그렇게 심하게 말하지 마세요, 혜미상. 어찌됐건 늦은 건 사실이니까요. 그건 그렇고 김상에게 알려드릴 사실이 있습니다.”
혜민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뭐라고 말하려는 듯 입을 열자 황급히 내 쪽을 보며 말하는 기무라였다.
“알려드릴 사실?”
“예 그렇스무니다. 혜미상과 제가 장비를 구입 한 후 서둘러서 이쪽으로 오기 위해 달려갈 무렵이었습니다. 도시 내 대중교통시설을 이용한다면 빨리 왔겠지만 아시다시피 재정적인 측면에서 그것은 무리다. 라고 생각한 저는 그저 두 발로 열심히 달려오려고 했스무니다. 그런데 갑자기 잡화점 입구 옆에 앉아있던 늙은 노인NPC가 저희를 유심히 보더니 저희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스무니다. 그러더니 퀘스트 제안을 나타내는 창이 갑자기 나왔기에 저와 혜미상은 황급히 수락하였스무니다.”
 
그것이 사실이냐는 얼굴로 혜민을 쳐다보자 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야. 솔직히 퀘스트 욕심은 전혀 없었지만, 이왕 퀘스트 제안이 왔다면 수락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니겠어? 그리고 퀘스트 내용을 보니 이 앞쪽의 던전을 돌파하기만 하면 되는 퀘스트더라고. 그래서 두말 안하고 수락했지. 그런데 기무라, 내 이름이 혜미가 아니라 혜민이라고 분명히 말했던 거 같은데?”
“죄..죄송하므니다! 아직 한국 발음이 어색하므니다...”
“하아... 빨리 좀 고쳤으면 좋겠다.”
“노, 노력해보겠습니다만.”
“저기... 그런데 나도 할 말이 있어.”
“예...?”
“그 이름 끝에 무슨무슨 상 하고 붙이는 거 말야. 좀 안하면 안 되겠냐? 아니 아니, 내 말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나는 그저 앞으로 같은 용병단에 들어 올 동갑내기 친구한테 김상 혜민상 하는 소리를 듣기가 조금 거북하거든. 일본에서는 이름 뒤에 상을 붙이는 게 정중한 표현이겠지만, 같은 나이끼리 김씨, 혜민씨 하는건 듣는 사람도 거북하다고.”
 
그러자 혜민도 손뼉까지 치며 맞장구 쳐 주었다.
“맞아 맞아. 아까 장비물품 사러 가는 길이 같은 방면이라 같이 돌아다녔는데 혜미상 혜미상 할 때마다 듣기가 좀 많이 거북하더라.”
그러자 기무라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죄..죄송하므니다. 전 여러분이 그렇게 거북하게 여기는 줄 모르고...”
“괜찮아. 네가 못나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전혀 아니니까. 아 그래. 그럼 지금 말해 봐봐. 현웅아 라고 해봐.”
“혀...현웅아.”
 
그 순간 양쪽 팔에 돋아나는 소름을 느끼는 것은 착각일까?
 
“...... 더 어색하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그럼 현웅군 이라고 해봐.”
“현웅군.”
“좋아. 차라리 그렇게 불러라. 그리고 혜민이 한테는...”
“난 그냥 혜민 이라고만 불러줘.”
 

“아.. 알겠스무니다. 혜..혜미..?”
“저게 정말, 혜미가 아니라 혜민이라고!”
“혜..혜미...”
“하아... 정말 구제불능이네.”
“죄, 죄송합니다.”
“자자, 말장난은 이쯤 해 두고, 나한테 퀘스트 공유나 해줘.”
“알았어.”
혜민이 잠시 메뉴창을 조작하더니 곧이어 익숙한 효과음과 함께 예의 반투명한 정보창이 눈 앞에 나타났다.
 
-퀘스트 정보
마파 할아범의 부탁
자신을 마파라고 소개한 정체불명의 할아버지가 센트럴시티 남쪽 황무지에 위치한 ‘케이바른 동굴’안을 소탕해 줄 것을 부탁했다. 자신이 단순하게 케이바른 동굴을 청소하고 싶었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서 요청한 부탁이다.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난이도 : ???
보상 : 마파 할아범과의 친밀도, ???
보너스 보상 : ???
 
 
“정말 수상해 보이는 퀘스트네.”
“그치? 이런게 노다지 퀘스트라니깐.”
“...장난하냐! 딱 봐도 엄청나게 고생해서 던전을 탐사하면 그 이상한 할배가 와서 보상같지도 않은 보상을 던져주고는 말겠지.”
“뭐 어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잖아?”
“하여간 팔자도 좋으십니다 그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혜민에게 핀잔을 주었지만 그 녀석은 그다지 신경 쓰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각자 처음의 1실버에서 얼마정도 남은 거야? 나는 탄창 60개에 싸구려 체력  회복제 5개, 급속 체력 회복제 5개로 현재 580브론즈 정도 남았는데.”
“나는 싸구려 체력 회복제 20개랑 탄창 15개로 총 205브론즈였으니까 지금 795브론즈 남았네.”
“저는 490브론즈 남았스무니다.”
“그러고 보니 기무라는 수류탄 같은 1회성무기밖에는 못 쓰던데 괜찮은거야? 보조용 핸드건 이라도 사야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그렇스무니다. 그래서 이 150브론즈나 하는 핸드건을 질러버렸스무니다.”
기무라는 허리춤의 가죽으로 된 권총집을 손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그런거였냐 뭐 다들 지출이 장난 아니었네. 그래도 탄창을 충전하는데는 1브론즈 밖에 안 드니까 힘내서 열심히 해 보자고.”
 

“그래.”
“화이팅이무니다.”
“그럼 우리도 도시 밖으로 전진!”
“......”
“......”
갑자기 튀어나온 나의 힘찬 외침에 일동은 애써 외면하며 차가운 침묵을 지켰다.
 
***
 
장벽을 나서자 우리를 반기는 것은 황량한 황무지였다. 붉은 빛이 감도는 대지가 지평선 너머까지 매우 드넓게 이어져 있었으며 군데군데에 유저들과 몬스터들로 보이는 점들이 둔덕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정말 허허벌판이네.”
“이 풍경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인데? 아마 그랜드캐년 이었나.”
“동감이므니다.”
제법 여유롭게 두런두런 말을 나누었다. 누가 본다면 그저 관광하러 접속한 사람들로 생각했을 것이다.
 
“크로키다! 모두 전투 준비해!”
갑작스런 외침에 뒤를 돌아보니 제법 덩치가 있는 낯선 사내가 낸 소리였다. 그의 뒤로는 5명으로 구성된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제각기 무기를 장전하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을 때 방금 소리쳤던 사내가 등에 매고 있던 MP40경기관총을 꺼내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혹시 사냥하실 건가요?”
상대의 눈동자 색을 알아볼 만큼(갈색이었다.) 가까이 오자 사내가 이쪽을 쳐다보며 정중하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에는 경계의 눈빛이 서려 있음을 쉽게 확인 할 수 있었다.
“저기 앞에 있는 크리키 2마리는 저희 파티가 먼저 점찍어둔 거여서요. 다른 쪽으로 가셨으면 하는데...”
그저 눈만 끔뻑이며 바라보고만 있자 사내가 손으로 앞쪽을 가리키며 다시 정중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듣는 우리로써는 조금 불쾌한, 다분히 도전적인 것이었다.
 
“그냥 구경만 하는 것도 안 되나요?”
“......예?”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세 명 모두 오늘 처음 시작한 초보자들이여서요. 사냥에 방해 안 되도록 멀찍이 떨어져 있을 테니 구경만 하게 해 주세요.”
잠자코 지켜보던 혜민이었다. 그러자 사내가 이쪽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겠습니다. 그런 사정이시라면 저희도 신경 안 쓰겠습니다. 다만 크로키들이 그쪽으로 덤비지 않도록 멀리 떨어지셔서 구경하셔야 합니다. 크로키라는 몬스터는 워낙 민첩하고 힘이 세서 초보자들에게는 저승사자라고 불리거든요.”
“네. 조심히 구경할게요.”
사내가 혜민의 대답에 희미한 미소로 답하며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러는 동안 저쪽도 준비를 마쳤는지 각자 산개해서 꼼짝 않고 대기하고 있었다.
 
1분정도 짧은 시간이 흐른 뒤, 드르르륵- 하며 MP40의 총구가 불을 뿜으며 탄환을 내뱉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내가 자신의 파티 쪽으로 빙 돌아서 두 마리의 몬스터를 유인해갔다.
크로키라고 불리는 듯한 그 몬스터는 전체적인 외형이 멧돼지의 그것과 유사했다. 차이가 있다면 저 몬스터는 크기가 소형 승용차만큼 컸고 성인 남성의 팔뚝만한 송곳니가 입 밖으로 빠져나와 위쪽으로 치켜 올라가 있다는 것이다.
 
사내와 몬스터의 거리는 불과 100여미터. 그리고 그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사내의 파티 쪽에 있던 저격수가 사격한 것은.
타앙-
PSG-1 반자동 저격소총이 불을 뿜으며 탄환을 크로키의 얼굴로 곧장 쏘아 보냈다.
“키이이!”
한 방 제대로 먹었는지 크로키 한 마리가 비명을 지르며 주춤했다. 하지만 속도만 줄었을 뿐 계속해서 사내를 쫓아가고 있었다.
어느덧 그들의 격차는 10여 미터로 줄어들어 있었다.
“위... 위험한거 아냐?”
보고 있던 혜민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소리였다. 그때 가만히 앉아있던 세 명이 일제히 일어서서는 각자의 개인화기를 조준했다.
“사격!”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두 개의 소총이 불을 뿜으며 주황색의 탄환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죽어라고 눈앞의 사내만을 쫓던 크로키들에게는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낑낑거리며 옆구리등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총탄을 맞으며 고통스러워했다.
 
이윽고 탄창을 비웠는지 사격이 멎자 크로키들이 이번에는 사내가 아닌 파티를 향해 똑바로 돌진해왔다. 그 속도는 무척 매서워서 멀리 떨어져 있던 그들이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드르르륵-
그러자 가만히 있었던 사내가 침착하게 들고 있던 M-14 자동소총을 발사하였다. 하지만 노란색의 탄환들이 크로키들에게 퍼부어졌지만 크로키들은 조금 주춤거릴 뿐 매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 이번에는 진짜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타앙-
 

그 순간 PSG-1이 다시 한 번 불을 뿜었고 아까 초탄을 얻어맞고 조금 느리게 달려오던 크로키 한 마리가 털썩 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크로키의 사체는 부자연스럽게 경직되더니 투명하게 희석되었고, 어느 순간에는 시야에서 완전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빛나는 아이템 몇 개만이 번쩍이면서 남아있었다.
 
하지만 아직 처리 못한 크로키는 동료의 죽음에도 아랑곳 않고 달려오고 있었다. 아니, 동료의 죽음에 격분하여 더더욱 힘을 내서 달려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현재 그것과 파티의 거리는 50미터, 아니 40미터인가?
 
그때 맨 뒤에 있던 사내가 일어서더니 무언가 동그란 공 같은 것을 꺼내서 그것의 마개를 따더니 냅다 앞으로 던졌다. 저런 행위를 어디서 본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곰곰이 생각하는 동안 그 공은 포물선을 그리더니 달려오는 크로키의 바로 앞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퍼엉-
크로키의 발 아래 지면이 폭발하며 엄청난 폭발음을 내뿜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후두두두- 하며 파편들이 분산되며 지면에 떨어지는 소리도 났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역동적으로 달려오던 크로키는 벌써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움푹 패인 지면위에 빛나는 아이템만 있을 뿐이었다.
 
 
“호오... 저것이 파티 플레이라는 건가. 제법 팀워크가 좋아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해?”
처음의 미끼역할을 맡은 사내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크로키들이 떨어뜨린 아이템들을 회수하는 것을 지켜보며 혜민에게 물어보았다.
 
“파티원 개개인의 능력도 발군이었지만 그것을 제외 하더라도 팀워크가 착착 맞아떨어졌어. 아무래도 제법 노련한 플레이어들인 것 같아.”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했었군. 기무라 네 생각은?”
그러자 멍하니 저쪽을 바라보던 기무라가 앗- 하며 대답했다.
“파티원 전체가 골고루 경험치를 얻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것 같았스무니다. 특히 마지막 한 방은 중화기 병과인 플레이어가 가져가도록 일부러 양보하는 기분이 들었스무니다.”
 
의외로 제법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지켜 본 듯한 기무라였다.
그 눈썰미가 제법이어서 대단하다고 추켜세우려는 순간,
“저, 그런데 저쪽 분이 아직 우리에게 볼일이 남아있는 모양입니다만...”
과연 기무라의 말 대로 처음의 사내가 파티원들을 이끌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설마 관람비를 내라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그들이 이쪽으로 점점 가까워 지자 혜민이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설마... 그런 짓 까지는 안 하겠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이봐요! 거기 저희가 사냥 하는 거 구경하신 분들!”
 

갑자기 일행 중 한 명이 이쪽을 향해 소리쳤다. 아까 PSG-1을 쏘던 저격수였다.
“괜찮으시다면 저희랑 같이 다니면서 사냥해요. 보아하니 생 초보 같은데 초보들끼리 다니다가는 죽기 십상이니깐.”
다행히도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 청년의 말에 우리는 안도하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만나서 반가워요. 우리는 황금화살 길드원이에요. 저는 페이머라고 하고 병과는 경기관총병, 레벨은 22에요.”
예의 크로키들을 유인했던 사내가 우리에게 자기소개를 했을 때 우리 세 명이 무척이나 놀란 얼굴이 되었다. 현재 이 남쪽 황무지의 적정레벨이 1에서 10까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높은 레벨을 가진 것이다.
 
“하하, 역시 다들 놀라시네요. 사실 저는 레벨을 올린다기 보다는 길드의 저레벨 유저들의 파티리더를 맡아서 이들이 쉽고 빠르게 레벨을 올리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죠.”
“그렇군요.”
혜민이 납득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는 혜민이라고 불러 주세요. 병과는 경기관총병 이고 레벨은 1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혜민이 내 쪽을 바라보자 ‘아차’하며 말하였다.
“저는 뭐 보시다시피 허리케인 이고요. 병과는 저격병, 레벨은 얘랑 같은 1이에요.”
“저는 일본에서 온 유학생인 기무라라고 하므니다. 아이디는 리프래시맨 이지만 여러분이 편하신 대로 불러주시면 됩니다. 병과는 중화기병이고 레벨은 역시 1 이므니다.”
“호오 일본인! 근데 제법 한국말 잘 하시네요. 부모님이 한국분이신가?”
분명 마지막에 수류탄으로 크로키에게 마무리 한 방을 먹였었던 사내가 눈을 반짝이며 기무라에게 물어보았다.
“아니므니다. 저는 예전부터 한국이 좋아서 한국어를 틈틈이 배워 둔 것 뿐이므니다.”
“그렇구나...”
사내가 고개를 부지런히 끄덕거리며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 눈앞의 일본인 청년이 몹시 기특해 보일 것이었다.
 
“저희도 소개를 해야겠네요. 저는 태일 이라고 불러주세요. 병과는 역시 중화기병. 레벨은 이제 4에요.”
“저는 준 이라고 불러주세요. 레벨은 8 이에요.”
PSG-1을 사용하던 사내가 말했다.
“저희 셋은 전부 소총병이에요. 이쪽부터 차례로 세란, 에리엘, 피온 이고 레벨은 각각 3,4,4에요.”
“자, 그럼 모두 자기소개가 끝난 것 같으니 어서 이쪽으로 이동하시죠. 시간은 한정돼 있으니까요.”
모두가 소개를 마치자 페이머라고 소개한 사내가 손을 비비며 재촉하였다. 그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황무지 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
 

그렇게 몇 분 정도 걸었을 때 갑자기 혜민으로부터 귓속말이 들렸다.
 
“모두 그냥 듣기만 해. 아무래도 좀 이상해서 그래.”
혜민의 말에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며 귀를 기울였다. 상황을 보니 기무라에게도 귓속말을 보낸 것 같았다.
 
“내가 알기로는 길드에서 저렇게 쉽게 낯선 이들의 사냥을 도와 줄 리는 없어. 무언가 꿍꿍이속이 있지 않는 한.”
그 말을 듣자 나는 조용히 메뉴창을 열어서 귓속말보내기를 선택하고 혜민과 기무라에게 전송했다. 도중에 앞서가던 준 이라는 사내가 쳐다보았지만 장비물품 등을 확인하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우리한테 뭘 바라는 걸까? 우리가 뭐 값나가는 아이템을 가진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내 생각에는 자기네 길드에 가입시키려는 생각인거 같아. 빤하지 뭐. 신생길드 같은 데서는 무엇보다도 회원들 수를 높이는 것이 길드의 힘을 높이는 것이지. 저렇게 사냥 좀 도와주는 척 하다가 은근슬쩍 길드 가입 권유를 할 걸?”
“그러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니야? 저렇게 길드에서 고렙 유저가 나서서 초보자들 레벨업을 도와주는데 그런 길드에 가입시켜주겠다면 당연히 수락해야지.”
“글세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혜민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힐끗 앞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황금화살 길드원들은 묵묵히 앞을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일단 길드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이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엄청난 양의 시간과 돈을 들여서 저렙 유저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리가 없어. 분명히 일정량 이상 성장하고 나면 길드에서는 그들로 하여금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게 할 것이 틀림없어.”
“금액을 회수한다는 말은...”
“뭐, 던전 탐사를 무리하게 시킨다던가, 길드의 분쟁 등에 총알받이로 쓴다던가 하는 등 이용 할 수 있으면 모조리 이용하겠지. 기무라는 모르겠고, 현웅 너는 RPG게임을 잘 안 해 봐서 모를 수도 있겠지만, 원래 길드에 일개 회원 자격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실력이 뛰어나건 아니건 둘 다 엄청 피곤해져. 실력이 별달리 출중하지 않은 회원의 경우는 그저 길드의 총알받이 등으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게 되고, 실력이 뛰어난 회원이라고 하더라도 일개 회원일 경우에는 길드 내에서 큰 입지를 차지하지 못 할 가능성이 크고, 심할 경우 길드의 간부들에게 질투를 받아서 자기 자신의 가치도 모른 채로 길드의 자잘한 업무나 처리하면서 이리저리 치일 가능성이 커.”
“... 네 말을 들으니 왠지 길드에 가입하기가 싫어지는걸?”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체적으로 80%의 길드가 그럴 거야. 그래서 우리가 직접 길드를 만들어서 운영해야 한다는 거고.”
 
혜민이 거기까지 얘기했을 때 황금화살 길드원들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우리도 서둘러서 귓속말 기능을 해제하고 자리에 쭈그리고 앉았다.
 

“제법 큰 먹잇감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커다란 바위로 모두가 몸을 숨긴 다음 페이머라고 했던 사내가 말하였다.
“전방에 리자드맨 정찰병 2마리와 리자드맨 전사 4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저들을 처치해서 아이템과 경험치를 얻도록 하죠.”
“네 그럼 저희가 뭘 하면 되죠?”
혜민의 물음에 페이머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먼저 그쪽의 중화기병을 맡은 분이 화염병을 던져서 선공을 해 주시고, 그 다음에 저희가 일제히 돌격할 테니 남은 두 분이 숨어서 놈들을 저격해 주세요. 가능하면 체력이 적은 놈들을 노려서 조준사격해주세요. 그래야 마지막 한 방을 먹였다고 인정되서 경험치를 많이 얻을 수 있거든요. 저들의 레벨은 평균 4정도로 잘만 하면 여기서 레벨을 2개정도 올릴 수 있겠네요. 아참, 혹시 연막탄 가지고 계십니까?”
“예 연막탄 가지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폭발형 무기를 투척한 다음 곧바로 연막탄을 투척해주세요. 연막탄을 던진 구역에 자신의 파티 플레이어가 돌입해서 적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어시스트 판정을 받게 되어서 추가 경험치를 얻을 수 있거든요.”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 되면 투척해주십시오. 연막탄이 터진 후에 바로 돌입하겠습니다.”
듬직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를 보며 가슴 한 쪽에 미안함이 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저들은 새로운 길드 회원을 영입하게 됐다고 좋아하고 있을 것이었다.
 
혜민이 장비한 스탠 경기관총으로는 원거리 저격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그녀를 기무라의 옆에 있게 하고 뒤쪽의 둔덕 위로 올라갔다. 그다지 높지는 않았지만 60cm정도의 바위가 있어서 몸을 숨기고 저격하기 적당한 위치였다.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을 확인한 기무라가 품에서 화염병을 꺼내서 바위 너머로 힘껏 던졌다.
 
화르르-
“키아아악!”
방심하고 있다가 난데없이 뜨거운 열기에 놀란 리자드맨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그러면서 놈들은 적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아보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탐색하기 시작했다. 기무라의 연막탄이 날아간 것은 바로 그 때였다.
 
푸쉬이이-
연막탄이 뿌려지자 바위 뒤에서 대기하던 황금화살 길드원들은 준을 제외하고는 연막탄이 뿌려진 곳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놈들은 지금 시야가 차단되어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마음껏 놈들을 향해 발파한다!”
페이머가 고함을 치며 용감하게 돌입했다. 그 뒤를 따라서 차례로 돌입하는 황금화살 길드원들. 바위 옆 틈새에서는 기무라가 혜민과 함께 열심히 권총으로 지원사격을 하고 있었다.
 
“젠장, 이렇게 하면 제대로 맞추기가 힘들잖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는 불행히도 연막탄 때문에 리자드맨들이 보이지가 않았다. 가끔 난전 중에 리자드맨 몇 명이 연막탄이 뿌려진 곳 사이로 빠져나올 뿐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그거라도 잡기 위해 열심히 조준경을 들어다보았다.
 
탕-
노리쇠를 당길 때 들리는 철컥- 하는 소리를 들으며 그래도 몇 마리에게 치명상을 입힌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
그렇게 신나게 사격한 후 탄창을 교체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미미한 진동이 계속되는 것을 느낀 나는 2차 세계대전에나 썼을 법한 나무로 된 구식 볼트액션 저격소총에 장착된 조준경을 들여다보며 주위를 둘러본다. 리자드맨들을 모두 해치웠는지 연막탄이 뿌려진 곳에는 더 이상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진동이 생기는 걸까 하는 의아함을 느끼며 조준경을 계속 움직이며 살펴보고 있을 무렵이었다.
“저게 뭐지...?”
무언가가 엄청난 먼지폭풍을 일으키며 빠르게 혜민과 기무라가 있던 바위 뒤쪽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나는 확인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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