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의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청와대 민정수석직을 지켜오다가 '최순실 게이트'의 대폭발로 결국 직을 내려놓고 황령·직권남용 혐의로 지난 6일 검찰 조사를 받은 우병우 전 수석.
가족회사 자금 유용 의혹에 대한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박 대통령 못지 않은 레이저를 발사하는 모습이나 팔짱을 낀 채 웃음을 띤 얼굴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모두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검찰 조사를 받는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대체 우병우란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정국의 핵심 이슈메이커였던 우 전 수석이지만 정작 그는 언론에 입을 연 적이 거의 없다.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이 된 지 3개월 후인 작년 4월 일부 기자들과 사석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한 '신동아' 9월호 기사를 다시 읽어보자.
그는 기본적으로 언론을 무척 싫어했다:
"기본적으로 저는 언론에 노출되면 싫죠. 제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게 싫어요. 언론에 너무 시달렸어요... (저에 대해) 좋은 기사를 거의 안 쓴다. 한겨레, 경향 이런 데는 나쁘게 쓴다. 아~. 이런저런 기삿거리 줘도 만날 나쁘게만 쓸 텐데…. 그래서 아예 노출되고 싶지 않다...” (신동아 9월호)
우 전 수석은 2010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을 역임했다. 검찰에서 언론대응도 담당하는 보직이다. 이때의 경험 때문인지 우 전 수석의 언론 혐오는 매우 뿌리가 깊은 듯하다:
“기자가 너무 많아요. 7진, 8진까지 있으니. 기자 제일 많은 데가 여의도(국회), 두 번째가 서초동(검찰·법원) 아닙니까. 이들은 뭐라도 써요. 정작 조사하는 사람이 읽어보면 맞는 게 거의 없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 것에 대해 신문이 쓰면 ‘오보’라고 하는데, 남의 것에 대해 써놓으면 ‘맞다’고 하잖아요.” (신동아 9월호)
특수검사의 자신감 또한 대단한 듯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몰아넣은 박연차 게이트 등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일반인들과는 다를 것 같다는 질문에 그렇게 답한다:
“저는 세상에 도(道) 통한 사람이라고 할까요. 잘되는 사건은 자료나 수사나 다 딱딱 맞아요. 안되는 사건은 안됩니다. 팔자죠. 감방 갈 사람은 가는 겁니다. 저는 뭐, 마지막에 밀어 넣어주는 거지. 도망가는 놈, 자살하는 놈…이렇게 되면 수사 하다가 안 되는 거죠. 팔자죠.” (신동아 9월호)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찰을 꽉 쥐고 있고 검찰 내부에 '우병우 사단'이 있다는 말에 대해서도 우 전 수석은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검찰에) 20년 넘게 근무했는데 없으면 그게…. 허, 참. 제가 후배들하고 밥도 안 먹고 그러진 않으니깐."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는 자리에서도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의자에 앉은 채 검찰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는 '여유'는 바로 여기에서 연원하는 듯하다. [관련기사] 우병우 전 수석이 15시간 동안 '황제 조사'를 받았다
최근 회자되는 글은 사실 '직접 인용'이 아니라서 그런 의미의 말이라도 실제로는 어떻게 표현했는지 그걸 모를 일입니다만......
스스로 한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 수사 때 어떤 태도였을 지 짐작이 가게 해주네요.
'자살하는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