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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시베리아에서 따뜻한 어느 날
게시물ID : panic_780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13
조회수 : 423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3/06 04:41:11
A Warm Day in Siberia
 
 
 
 
나의 임무는 일급 기밀이었다.
비밀리에 폭탄을 설치하는 일에 배치를 받았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레이더나 적외선 탐지기에도 잡히지 않는다.
임무 수행 고도는 너무 높아서 맨 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장 극악무도한 적에게는 속수무책이었다. 갈매기.
 
엔진에 무언가 걸리는 바람에 원을 그리며 가파르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비상 탈출을 시도했지만 낙하산이 엉키는 바람에 소용돌이를 치며 땅에 처박혔다.
무기도 분실하고, 무전기도 잃어버렸다.
나는 호수 한가운데에 있는 아파트 보다도 작은 크기의 섬에 착륙했다.
 
운이 없었다. 나는 추락사하지 않았다. 다리만 부러졌다.
부러진 뼈의 파편이 내 종아리를 뚫어버려서 바람을 타고 피비린내가 퍼져나갔다.
 
곧 숲 저편에서 나에게 접근할 방법을 모색하면서 호수 주위를 어슬렁어슬렁 도는 무리들이 보였다.
분명히 육로로는 올 수 있는 길이 없다.
시베리아 날씨 치고는 따뜻했지만 수영을 하기엔 너무 추운 날씨였다.
밤이면 더 추워진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지금 저기 호숫가에 늑대 무리가 앉아 있다.
아래턱을 혀로 핥으며 황금빛이 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이미 두시간 전에 외투와 바지는 벗어버렸다.
 
 
제발 호수 보다 내가 먼저 얼어 붙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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