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서태후의 음식 사치는 유명해서 수백명의 요리사를 두고 한끼에 보통 100가지의 음식을 먹는데
한끼 요리를 만드는 돈이 중국 일반인의 1년 수입과 비슷할 정도였다고 하고,
조금 맛이 없다고 느끼면 요리사들을 마구 죽이는 걸로 유명했지요.
헌데 의화단의 난이 일어나고 서방 열강 팔국연합군이 북경을 점령하여 서태후는 사람들과 함께 서쪽으로 피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망치는 며칠동안 가져간 음식은 이미 다 먹었고요.
서태후는 배가 고파서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할 수 없이 가마를 세우고 수하인들에게 먹을 것을 찾아오게 하였지요.
수하들은 마음 속으로 태후께서는 산해진미에 익숙한데 이러한 촌구석에서 음식을 가져다 바치면 맛이 없다면서 음식을 바친 사람을 죽일 것 같아서 아무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 때 서태후는 멀지 않은 곳에 난을 피해서 온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들이 마침 앉아서 뭔가를 먹고 있어서 수하들보고 그걸 가져오라고 했고 서태후는 받아서 먹어보니, 너무 맛있게 느껴졌고, 금방 다 먹어버렸습니다.
그게 와와두였죠.
한참이 지나서 서태후는 황제, 황후, 후궁들을 데리고 서안에서 북경으로 돌아왔고 오래지 않아 그녀는 피난할때 정말 맛있게 먹었던 와와두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명을 내려 와와두를 만들어오라고 하였고 와와두를 가져오자 그녀는 먹어봤는데,
영 맛이 아니어서 화가 나서 요리사 몇 명을 죽여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요리사들은 모두 겁에 질려서 궁리했어요.
“태후마마가 난을 피해서 갈 때는 배가 고프니까 와와두도 당연히 맛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와와두를 먹으면 어떻게 맛있게 먹겠느냐”
“맞다. 우리는 모양은 와와두로 하더라도, 향기도 나고 달게 만들어서 먹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
이때 한 나이든 요리사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밤가루에 설탕을 섞어서 작은 와와두를 만들어 태후께 드려보자"
모두 찬성하고 밤가루에 설탕을 섞어서 노란 색의 와와두를 만들어 서태후에게 드리자 서태후는 기뻐하면서,
"내가 결국 피난갈 때의 그 와와두를 다시 먹어보는 구나. 그래도 그때만큼 향기나 단맛은 못하군"
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 말이 전해지자 요리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쉬며 말하길,
"배고플 때 먹으면 볏껍질도 꿀과 같이 달고, 배가 부를 때 먹으면 꿀도 그다지 달지 않다는 이치가 맞구먼."
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서태후가 먹은 건 원래 와와두에다 설탕 범벅을 입혀 엄청나게 달게 만든 가짜 와와두였던 것이죠.
독일의 철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발터 벤야민이 자신의 책에서 이런 예화를 들었다고 해요.
옛날 옛적 어느 나라의 왕이 젊은 시절 전쟁 중 적에 쫓겨 산 속으로 들어갔을 때,
그곳의 한 할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을 기억하고는 궁중요리사를 불러 똑같은 음식을 만들어달라고 한다.
만약 똑같은 맛을 내지 못한다면 요리사에게 사형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한다.
왕의 이야기를 들은 요리사는 잠시 침묵하고 있다가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그 음식은 만들 수 없습니다.
그 음식과 같은 음식은 만들 수 있고 더 맛있는 음식도 만들 수 있지만, 왕께서 그 음식을 먹을 당시에 있었던 모든 것들,
그러니까 전쟁의 급박한 상황, 적에 쫓기는 두려운 감정, 밤의 산속 정경과 소리들, 음식을 만들어준 할머니의 존재 등
당시의 모든 상황은 만들어 드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태후도 어렸을때는 가난했었기 때문에 그것을 만회하고 싶은 욕망에서였는지 사치에 대한 욕심이 강렬해서 저렇게 호사스런 생활을 했다는데요,
그래도 적어도 자기도 어렸을 때 고생을 해본 이상, 자기가 굶주릴 때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보통때는 별거 아닐수 있다는것 정도는 알텐데 그 맛이 안 난다고 요리사들을 죽이는 짓까지 한 건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