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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bestofbest_7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젤리★
추천 : 110
조회수 : 2470회
댓글수 : 17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4/02/27 19:32:32
원본글 작성시간 : 2004/02/27 19:32:32
퇴근 시간 즈음
일기예보에도 없었던
비가 쏟아졌습니다.
나는 갑작스럽 비를 피하기 위해
어느 건물의 좁은 처마 밑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곳에는 이미 나와 같은
처지의 청년이 서 있었습니다.
빗방울이 더 굵어지기 시작하자,
할아버지 한 분이 가세하셨고 그런 다음 중년 아저씨 한 분,
마지막으로 아주머니 한 분이 비좁은 틈으로 끼어들었습니다.
출근시간의 만원버스처럼
작은 처마 밑은 낯선 사람들로
금세 꽉 찼습니다.
사람들은 이 비좁은 틈에 서서
멀뚱멀뚱 빗줄기만 쳐다보고 있었지만
비는 금방 그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뚱뚱한 아줌마 한 분이
이쪽으로 뛰어왔습니다.
아주머니가 그 큼직한 엉덩이로 우리 대열에 끼여들자
그 바람에 맨 먼저 와있던 청년이
얼떨결에 튕겨나갔습니다.
청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쭉 훑어 보았지요.
모두들 딴 곳을 바라보며 모른 척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셨습니다.
"젊은이 세상이란게 다 그런 거라네..."
그 청년은 물끄러미 할아버지를 쳐다보더니
길 저쪽으로 뛰어갔습니다.
한 사오분 지났을까?
아까 그청년이 비에 흠뻑 젖은 채로
비닐우산 다섯 개를 옆구리에 끼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하나씩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세상은 절대 그런게 아닙니다..!"
청년은 다시 비를 맞으며 저쪽으로 사라졌고,
사람들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청년이 쥐어준 우산을 들고 총총히 제 갈길을 갔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다 그런 거라던 할아버지
는 차마 우산을 들고 갈 수 없었습니다.
'내가 청년보다 나은건 나이밖에 없네그랴...'
그리고 우산을 바닥에 놓고 장대비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마직막 우산은 청년의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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