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점
전혀 무섭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온 몸이 멍투성이여서
"반점"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여자애가 있었다.
"반점"의 아버지가 폭력적인 사람이었는지
반 친구들이 종종 "반점"과 반점의 어머니가 둘이서 우는 장면을 보았다고 한다.
몇 년 정도 지나 "반점"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애로부터
"반점"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걔나 걔 엄마는 좀 건강해지셨어?"라고 물었더니
"아직 3주 밖에 안 지났는데 "반점"은 멍도 없어지고
성격도 완전 밝아진데다 건강해졌어.
하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기운도 없으신 것 같고, 몸의 멍도 아직 안 사라진대"라고 했다.
뭐, 어머니는 여자 홀몸으로 애를 키워야 하니까 힘드시겠지...
그리고 나도 나이를 먹고 "반점"에 대해서 잊어가던 어느 날
길을 가다 그녀의 어머니와 딱 마주쳤다.
어머니 쪽이 날 기억하셨는지 "어머~ 너, ○○ 아니니?"하고 말을 걸어오셨다.
"반점" 네 어머니는 건강해지셔서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마른 나뭇가지처럼 부러질 것 같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을 정도로
활발한 분위기를 풍기고 계셨다.
일단 "반점"의 동창이니 "걔는 잘 지내나요"하고 여쭤봤더니
"반점"의 어머니는 '우리 딸은 얼마 전에 죽었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즉사했단다'라고 하셨다.
이것 저것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는데, 지금도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
어째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반점"의 멍은 금방 없어졌는데
어머니의 멍은 전혀 없어지지 않았던 걸까.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멍은 어째서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