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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을 보고 야당이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게시물ID : sisa_7824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unzehn
추천 : 1
조회수 : 39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11/09 18:53:23

손혜원 의원이 이미 SNS로 지적했더군요. '샤이 트럼프'.

트럼프를 뽑겠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으나 마음 속으로 지지를 이어왔고, 그 마음으로 투표장에 선 지지자들.

물론 이들을 그저 백인우월주의에 찌든 저학력 마초 쓰레기들이라 폄하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의 이해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야당의 정권창출은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입니다.


주류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 않았지만 사실 이 '샤이 트럼프' 현상은 최근에 발견된 기현상이 아닙니다.

아직 경선이 진행중이던 2015년에도 트럼프 지지자, 특히 민주당의 세가 강한 도심권 지지자들은 호소했습니다.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트럼프 지지를 표명했다가는 바로 인종주의자, 성차별론자의 낙인이 찍힌다'

이러한 증언들로부터 민주당과 그 지지세력이 패퇴한 첫 번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대 후보와 그 지지자들을 '대화'의 대상이 아닌 '단죄'의 대상으로 간주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트럼프는 선거판의 '괴인'이라 칭해질 정도로 과격했고 문제적인 발언 역시 많았습니다.

멕시코 장벽 '공약'이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죠.

허나 모든 트럼프 지지자들이 멕시코 국경에 벽을 세우고 싶어서 그를 지지했던 것은 아닙니다.

보호무역 정책이 마음에 든(혹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미국이 안게 된 부담을 피부로 체감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유주의(liberal)'를 자칭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들의 선택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트럼프 지지자들을 인종주의와 성별주의의 프레임에 일괄적으로 밀어넣고 '계몽' 혹은 '단죄'하려 했습니다.

리버럴한 가치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오히려 리버럴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시켜버린 것이죠.

그러나 그들이 행사했던 유무언의 압박은 투표소 내에까지 미치지 못했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간 받았던 멸시에 대한 울분을 담아 자신들의 표를 행사했습니다.


소위 진보, 리버럴을 표방하는 자들이 오히려 폭력을 휘두른 사례는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멀게는 운동권 프락치 사건 등을 들 수 있고, 가깝게는 진보 언론이 죄 한통속이 됐던 메갈리아 사태가 있었지요.

허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유권자는, 국민은 계도와 징벌의 대상이 아닌 대화의 대상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자들을 욕하고 윽박지르기 시작하면 절대 그들의 마음에 닿을 수 없어요.

특히나 진보는 그 특성상 머릿수에 비해 목소리가 강한 편입니다마는

목소리 크기로 적을 압도했다, 헤게모니를 손에 넣었다는 오만에 빠져 상대를 힘으로 억누르려 하면

결국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정 자신과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올바르다 믿는다면 단죄와 멸시가 아닌 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제아무리 윽박질러봐야 투표장에 손잡고 들어갈 수 있는 거 아닙니다. 이건 민주주의의 숭고한 부분이기도 하죠.

때문에 상호 우호적인 대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대화를 통해 내가 믿는 가치와 그것을 이끌어낼 후보의 역량을 인식시키는 것이야말로 변화를 이끌어낼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렇게 해도 먹히지 않는다? 그럼 내버려 두세요. 자신의 주관에 따라 표를 행사하는건 그 사람의 고유한 권리이니까요.

누구에게나 양보할 수 없는 가치와 신념이 있고, 그것을 억지로 꺾으려 드는 것은 진보도 뭣도 아닙니다.

설령 10명중 1명만 얘기를 들어준다 해도, 매도하고 윽박질러 10명 그 이상을 적으로 돌리는것보다는 훨씬 낫기도 하구요.


지금 정부와 대통령이 워낙에 어마어마한 사고를 쳐놔서 좌우 할것없이 대통령을 규탄하고 있습니다마는

어떤 형태로든 이 국면이 지나가고 나면 다들 각자의 사상과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달리 할 것입니다.

이 때 지금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하듯 유권자들을 규탄하려 한다면 대권은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유권자는 범죄자도, 괴물도 아닌 나라의 주인이니까요.

최순실의 만행이 박근혜와, 박근혜의 만행이 여당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여당이 아닌 야당이 실현시킬 수 있음을 '대화'를 통해 설득시켜야 오늘의 재현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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