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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써 보는 무력시위 경험담 (매뉴얼?)
게시물ID : sisa_7832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월차원
추천 : 6
조회수 : 39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11/10 20:30:35

1987년에는 시위의 양상이 지금하고 많이 달랐습니다. 경찰의 진압수단의 1차는 SY44 총류탄 발사 최루탄이었고, 체포조가 들고 다니는 수류탄형 최루탄, 일명 사과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진압대의 후방에는 공용화기 성격의 다련발 최루탄 발사차인 페퍼포그가 있습니다.

SY44 총류탄은 법적으로 총을 수평으로 조준하면 발사가 되지 않아야 했지만 많은 경찰들이 발사기를 임의로 개조해서 직사가 가능했습니다. 연세대에서 이한열 열사가 이처럼 직사로 발사된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습니다. 저희가 시위에 나갈 때는 이를 막기 위해 강의실에서 칠판을 떼어 나가서 직사탄을 막기도 했습니다.

서울대에서는 페퍼포그 다련발 최루탄 발사차가 폭발해서 진압 경찰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결국 지금과 비교하면 시위대에게 근거리에서 발사하는 물대포가 아니라 원거리에서 발사하는 최루탄으로 해산을 유도하고, 선두에 서 있는 주동자들을 사과탄을 든 체포조 일명 백골단들이 돌진하여 여럿이 달려들어 끌고 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시위의 선두에 서면 하늘을 새까맣게 덮고 날아오는 SY44를 볼 때도 있었습니다.

시위가 시작되면 시위대가 스크럼을 짜고 행진을 시작합니다. 진압대는 방패와 방석복으로 무장하고 방패를 땅에 두드리며 전진합니다. 이 시위대와 진압대가 맞부딪히면 진압대는 모서리를 갈아낸 방패로 시위대를 찍습니다. 전열이 무너지면 시위대가 흩어져서 도주합니다. 그때 사수대가 나섭니다.

이에 대항하는 시위대는 맨 앞에 각목과 쇠파이프로 무장한 사수대가 섭니다. 사수대 사이에는 화염병을 든 투척조가 섞여 있습니다. 거리를 가지고 뒤쪽에 서 있는 시위대는 사방에서 보도블럭을 깨서 날라주면 자기 힘껏 던집니다. 이게 사수대의 뒤통수를 후려패는 경우도 가끔...

화염병은 체포조가 돌입하기 시작하면 그 앞을 막기 위해 길에 던집니다. 시위가 격렬해지면 방패부대를 향해 던지기도 하지만 서로 맞으면, 맞히면 안된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어서 사람을 향해 직접 던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체포조는 수십개의 화염병이 날아가서 사람 키보다 높게 솟아오른 화염을 뚫고 허공답보로 날아오기도 합니다. 예전 사진에 보면 가끔 나오죠.

그때 시위대가 돌을 든 이유는 매우 단순했습니다. 체포조에게 잡히면 말 그대로 끌려가서 개처럼 맞습니다. 실제로 저희 때 교양강의를 하던 젊은 강사가 지나가다가 끌려가서 이가 다 부러질 정도로 맞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 글을 쓴 이유는 그때 시위의 형태가 지금하고 조금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진압대가 말 그대로 최루탄을 직사로 쏘는 엽총을 들고 시위대를 조준사격했습니다. 사수대는 이 직사 최루탄을 뛰어난 동체시력(?)으로 피하면서 달려오는 체포조와 일기토를 벌이는 역할입니다. 지금은 시위대도 진압대도 이때 수준의 무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시위가 격렬해지고 부상자 또는 사망자가 생기기 시작하면 이런 형태로 시위가 발전하겠지요. 그러나 아직은 이런 수준의 공권력 진압이 시작되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시민들이 돌을 들 때가 아니라는 말을 이렇게 길게 했네요.

우리가 외치는 것 만으로도 저들은 불안에 떱니다. 우리의 힘은 날아가는 돌이 아니라 우리의 머리통 갯수입니다. 10만을 우습게 생각하면 50만이 외치고 100만이 외치면 됩니다. 그것으로 우리는 이길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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