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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착한사람이 없는지 왜 자꾸 착한사람들을 데려가나 나는 모르겠구나
게시물ID : sewol_36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부귀모란
추천 : 0
조회수 : 18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4/18 22:25:42

  나는 궁금했다. 어둡고 탁한 그 바다에서 이미 하늘이 데려 간 너희들이 왜 2시간, 3시간 동안 신원 미상으로 있었는지. 그 이유가 너희들이 주민등록증도 가지고 있지 않은, 너희의 맑은 웃음소리가 넓게 퍼졌을 이 대한민국에 지문도 등록하지 않은 아직은 어린 꽃봉오리였다는 사실이 지금까지 나를 줄 곧 슬프게 만들고 있구나.

 

  내가 18살 때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고작 가슴뿐이 안 나오는 반명함판 사진인데도 어느 옷이 가장 예쁠까 고민하고 어색한 손으로 화장도 했다. 구청 아저씨가 손가락 지문마다 묻혀주는 잉크를 친구들에게 자랑했고 주민등록증을 지갑에 꽂아 넣을 때는 왠지 모르지만 자랑스럽기도 했다. 주민등록증을 받은 너희들은 열심히 공부해 각자 원하는 대학을 갔을 테고, 16학번이 되어 벚꽃이 활짝 핀 교정을 걷고 있었을 것이다. 너희들에게 앞으로 올 세상은 이렇게 하나하나 설레고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너희들은 배가 기울어져 물이 너희에 몸을 적셔오는데도 가만히 안에 있으라는 말을 따랐다. 선생님과 친구들의 손을 꼭 잡고 권위자가 하는 말을 따랐다. 하지만 너희를 구조하고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있어야 할 그 권위자들은 훌쩍 구조선으로 제 몸을 옮겼다. 너희는 승무원들이 안에 있으라니까, 배를 잘 아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으라니까, 곧 구조 된다니까 그 말을 듣고 그 말에 따랐다. 그리고 너희는 그 말을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깊고 탁한 진도 바다 안, 무거운 배 밑에서 있구나. 너희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죄를 고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배워왔고 공부해왔다. 네 몸을 허우적거릴 줄 알면 유치원에 들어가 줄을 맞추고, 선생님이 하는 말에 따르는 법을 배웠다. 교복을 입으면 권위자에 말을 따르고, 정해진 사회 틀에서 탈선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열일곱, 열여덟. 한껏 피는 너희를 자랑하는 너희들에게 우리 기성세대들은 너희를 감추고 시키는 일을 잘할 수 있는 있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 시켰다. 권위자가 하는 말에 대해 다른 생각을 말하고 싶어 하는 너에게 기성세대들은 권위자에 말에 토 달지 않게, 너희의 생각을 모난 돌 보듯 정으로 깎아 내렸다. 그리곤 너희에게 대학만 가면 자유의 세상이 펼쳐진다며 막연한 미래를 향해 달려가라고 등 떠밀었다.


  나도 그렇게 등 떠밀렸다. 너희와 똑같은 교육을 받고,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하는, 너희 보다 겨우 다섯 살 많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겨우 나에게 주어진 것은 담배와 술을 내 돈으로 살 수 있는 자유뿐이다. 나도 너희 나이 때는 너희들처럼 눈은 빛났고 입술은 웃었고 가슴은 정의로웠다. 하지만 지금은 눈은 빛을 잃고 입술은 굳게 닫혀있으며 가슴은 걱정으로 가득 차있다. ‘이제 어른이라는 딱지를 단 20살에게 세상은 내가 기다리던 자유의 세상이 아니라, 내 앞 기성세대가 닦아 놓은, 그리고 그들도 걸어간, 그리고 지금 너희의 배가 기울 때부터 9명이 차가운 시신으로 건져지고 어둡고 차가운 바다 속 287명이 두려움에 떨고 있게 만든 기성세대의 길이었다. 나 또한 안다. 내가 그 길을 걷게 된다면 나도 가슴을 치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기성세대처럼 될 것을 안다. 이익을 위해 불법으로 배를 개조한 청해진해운과 너희를 버리고 먼저 구조선을 탄 선장과 최선을 다해 달라는 말 뿐이 못하며 사진 찍으러 너희를 찾는 정치인들, 친구들을 아직 바다에서 구하지 못한 너희들과 내 아이를 살려주오 외치는 학부모에게 자극적인 질문과 카메라는 들이대는 기자들, 온종일 너희들을 돈으로 평가해 보험금에 대해 떠들어 대는 언론들이 미래의 나의 모습일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그들은 사악하고 우리의 슬픈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괴물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안다. 그들은 대한민국이 원하는 인재를 위한 교육 시스템과 사회를 바르게 따라 온 사람들일 것이다. 나는 무섭다. 왜냐면 나도 지금 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는 공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평생 직장이기 때문이고, 내 친구가 잘 안되는 것에 감사하며, 소비자에 건강과 생활은 신경 쓰지 않고 경제적 이윤 만 추구하고,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지 않는, 하청기업에 목을 조르는 대기업에 내가 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가 된다면 나는 기성세대가 되어 또 제2의 제 3에 세월호 사건을 만들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이렇게 사과한다. 내가 그 기성세대가 만든 대한민국이 망하는 길을 걸으려고 했다는 점과 그것을 이미 아직 피지 못한 꽃봉오리가 물에 잠겨있어야 알게 됐다는 점이다.

 

  아이들아, 살아주렴. 너희들보단 덜 밝겠지만 나와서 태양도 보고, 너희보다 덜 싱그럽겠지만 봄에 고개를 들은 꽃도 보자. 당당히 걸어나와 따스한 엄마아빠 품에 안기고 부모님에게 다시 사랑스런 아들, 딸이 되자. 나는 너희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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