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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스타크래프트 詩
게시물ID : starcraft_78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샤프
추천 : 9
조회수 : 684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05/02/02 16:19:04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오버로드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살짝 스치는 시즈탱크 폭격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스팀 팩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마린들을 한대씩 패주고 가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임무를 

히드라한테 넘겨야겠다. 


오늘밤에도 비명이 겜방에 스치운다. 


시평 : 예상치 못했던 시즈탱크의 러쉬를 오로지 저글링 하나만으로 
막고 있는 필자가 저글링의 희생을 숭고히 생각하며 빨리 알에서 
히드라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절절한 마음을 저글링의 바램이라는 
숭고한 사상으로 휼륭히 감정이입 시킨 시다.
마지막 구절 오늘밤에도 비명이 겜방에 스치운다 는 것은 장자가 
[나비가 난지, 내가 나빈지]하는 도교사상의 절정을 보여주는 구절로, 
저글링과 자신을 하나의 우주에서 통합시킨 작가의 능력에 절찬을 보내는 바이다. 



벙커 

-윤동주 

터렛옆 땅이 바른 샛길 위에 

시즈 모드 탱크를 두대만 박자. 


1시방향 적진에서 러쉬해온 질럿처럼 

레이스를 빙빙 돌리며 벙커 지키자. 


내가 오래 지키던 여윈 친구들아! 

와서 내땅에 기지 지어라, 시름없이 


너는 미네랄 캐고 

나는 너희 지켜야지, 그러나 


고스트야! 

다시는 내기지 앞에다 핵 못떨어뜨린다. 


사이언스베셀 불쌍한 사이언스베셀 

콤셋 스테이션 에너지 다 떨어진 관계로 

맞아가며 디텍트하는 사이언스베셀 



시평 : 이 시의 시대적 상황으로 볼때 분명 테란대 테란에 적군쪽에 프로토스가 
끼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즈 모드 탱크를 벙커 바로 옆에 박겠다는 표현이나 
와서 내땅에 기지 지어라라는 표현을 보면 시작한지 10분도 안되서 아군이 전부 러쉬에 
밀려 SCV만 도망오는 처절한 상황임을 눈치깔 수 있다. 게임은 종반에 접어들어 막강한 
적군은 핵을 기지 앞에다 떨어뜨리고, 콤셋 스테이션 에너지는 다 떨어져 사이언스 베셀로 
디텍트를 해야하는 애절한 상황이 시 종반부에 잘 표현되어 있다. 
다시는 내 기지 앞에다 핵 못 떨어뜨린다는 말로 봐서 이미 여러번 맞아 개피를 
줄줄 흘렸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참회록 

-윤동주 

파란 불이 인 나의 본부 옆에 

미처 못피한 일꾼들이 남아있는 것은 

어느 레이스의 공격이기에 

이다지도 열받을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두시간 사십분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줄의 보너스를 그어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겜방 아줌마는 나만 보면 반가워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프로토스 실력을 

싱글 플레이어로 모뎀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캐리어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마린의 뒷모양이 

캐첩되어 나타나온다. 


시평 : 작자는 분명 프로토스 플레이어로, 미처 포톤캐논을 안 만들고 있다가
클록 레이스의 기습에 넥서스(기지)를 날려먹고 두시간 사십분의 게임을 포기하고 
나와야 되는 비장한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알수 있다. 내일이나 모레 보너스를 
긋겠다는 말에서 이미 게임을 끝내고 나왔음을 볼 수 있으며, 아줌마가 반가워한다는 
말에서 겜방의 죽돌이고 따라서 테란을 마스터하고 프로토스로 옮긴지 얼마안된 
플레이어라는걸 알 수 있다. 캐리어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마린의 뒷모습이 
캐첩되어 나타나온다는 말에서 볼때 작자는 캐리어 광이며 테란에 대해 무한한 
복수심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겠다. 



쉽게 씌여진 시 

-윤동주 

저멀리 탱크가 포를 쏴대 

달려가는건 남의 유닛 


테란이란 프로토스에겐 쥐약인줄 알면서도 

한 부대 질럿을 만들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달려오는 레이스 공격을 받아 


옵져버를 끼고 

스카우터로 방어하러 간다. 


생각해보면 서브기지들을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멸망하는 것일까? 


혼자서 살기 어렵다는데 

프로토스로 테란 막기 이렇게 어려운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빨간점은 남의 공격 

누클리어 소리가 속살거리는데, 


옵져버 보내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핵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시평 : 이 시의 작자도 프로토스 플레이어로, 서브기지 죄다 잃고 동료를 
죄다 잃고 이제 죽는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테란이란 프로토스에게 쥐약인줄 알면서도] 질럿을 만드는 행위에서 작가의 
무모함같은 용의주도함을 엿볼수 있으며(분명 스피드업 질럿일 것이다) 레이스의 
클록을 대비해 옵져버를 끼고 방어하러 간다는 표현에선 프로토스 수준급 
플레이어라는걸 알 수 있다. 시대처럼 올 핵을 기다린다는 말로 미뤄볼때 지도는 
무한 에너지 지도가 아님을 알 수 있고, 작가는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는 
정신건강상 좋은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보인다. 



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마린 어디다 두었는지 몰라 

두 손이 모니터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벙커와 벙커와 벙커가 끝없이 연달아 

길은 캐첩을 끼고 갑니다. 


탱크는 시즈를 굳게 지켜 

길 위에 긴 핏줄기를 드리우고 


길은 아군에서 적군으로 

적군에서 아군으로 통했습니다. 


길저쪽 아군향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엔 레이스가 클록하고 있습니다. 


아군 하나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적군 저쪽에 아군이 남아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 다만, 

아군에게 시간을 벌어주려는 까닭입니다. 


시평 : 컴퓨터의 장난으로 적군에게 포위된 위치를 배정받게 된 테란 플레이어의 
아픔이 시 전체의 맥락을 장악하고 있다. 얼마나 급했으면 마우스와 키보드를 굳게 
지켜야 할 두 손이 모니터를 더듬으며 자신의 마린의 안전을 기원할까. 
그러나 그렇게 보내봤던 마린들은 벙커가 연달아 있는 적군지역을 통과 못하고 죽어버렸고,
피바다가 된 상황을 [길은 캐첩을 끼고 갑니다]라는 유려한 문장으로 정리해 낸
작가의 능력이 놀랍다.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아군에게 시간을 벌어주려는 까닭 입니다]로 
봐서 아군에 프로토스가 끼어 있는 상황도 고려해 볼 수 있겠으며, 작가의 굳은 의지로 봐서 
설마 멸망당하더라도 surrender나 drop같은건 생각도 하지 않는 시대 최후의 전사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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