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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빛 기억
게시물ID : panic_784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닭아비이름이
추천 : 3
조회수 : 105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3/17 01:34:33
" 귀신이랑 사랑해 봤니? 그런 적 없겠지? 어쩌면 내 이야기가 믿기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 자리에 꼭 내 이야기를 남겨두고 싶어. 들어줄 수 있지?

 그녀를 처음만난건 술에 진하게 취해 비틀거리던 여름 밤이었어.매미들은 잠도 안자고 시끄럽게 울었지.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 있는 벚나무에도 매미가 붙었었나봐. 엄청 시끄럽더라구. 그래서 홧김에 나무를 그냥 발로 차버렸오. 왜 다들 술에 취하면 뜬금없이 난폭해진 경험 있잖아? 없어? ...흠, 나도 저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믿어줘.

 여튼 그렇게 나무를 발로 쾅 찼는데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오더라고.

"얘, 그러는거 아니란다."


거긴 부산이거든? 근데 말투가 부산이 아니야. 심지어 뭔가 엄청 구식 말투 같아. 마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 나오는 그런 말투 말이지. 목소리가 참으로 고와서 나는 벙찐 얼굴오 목소리를 낸 여인을 찾아 두리번 거렸지. 그렇게 한참 찾는데 도무지 안보이는 거야.


"얘, 이제 나무 안 찰거니?"


 나는 그 소리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지. 그러자 벚나무 뒤에서 그 소녀가 나타나는 거야. 이제 막 스물? 아니면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데 입고있는 옷이 엄청 고급스럽고 귀티가 나더라고. 하늘거리는 레이스에 하얗고 깨끗한 원피스. 음, 잠시 그녀의 모습을 설명하자면,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였는데 색이 조금 갈색이 돌았어. 피부는 밤에 보아도 눈이 부실정도로 환했고 눈은 쌍커풀이 있는 큰 눈이었지. 눈망울이 맑아서 빛이나는 것 같았고 콧대가 높지는 않았지만 코끝이 작고 도톰해서 보기가 참 좋았지. 입술은 눈보다 작았는데 도톰한게 여간 탐스러운게 아니었지. 핏기가 잘 도는 장미빛이었어. 하얀 원피스는 민소매였는데 어깨선이 유려하게 내려와서 나도 모르게 시선을 사로잡혔지. 가슴이 크진 않았지만 허리는 잘룩했고 골반은 적당히 넓었어. 이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니었지. 난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의 모습에 넋을 놓고 빠져있다가 '귀신이다'라고 결론을 내렸어. 그래, 그녀가 바로 귀신이었지. 그녀는 귀엽게 눈 웃음을 짓도니 손으로 입을가리고 작게 "후훗"이란 웃음소리를 냈어. 그리곤 내 앞으로 다가왔지.


"얘, 왜 가만히 있는 나무를 차고 그러니?"


아무리 봐도 이쪽이 연상인데 자꾸 하대를 한단 말이지. 그런데 그 분위기가 너무 포근하고 좋았어. 쪽팔리게도 난 나도 모르게 말했어.


"엄...마?"


사실 난 우리엄마를 본적이 없어. 고아였거든.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고 나서 화들짝 놀랬지. 얼굴이 화끈거리고 어찌할 바를 몰랐어. 술이 확 깨더라고. 


"어서 말해보렴."


그녀는 여전히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지. 이뻐서....너무 이뻐서 아무 말도 못했어. 정말 이쁜사람 보면 사고가 정지하잖아? 내가 대답이 없으니까 그녀가 내 쪽으로 또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내 바로 앞에서 나를 올려다 보기 시작했어. 그녀는 키가 작은 편이라 내 가슴까지 밖에 안왔는데 그렇게 올려다 보는 폼이 영화의 한장면처럼 아름답기 그지없었지. 정말 황홀한 광경이었어.


"안 좋은 일이 있었니?"


조금 걱정이 묻어있는 걸까? 나는 나도 모르게 기대를 했나봐. 그리고 그 뒤로 정말 말도 안되는 짓을 했어. 그녀를 덮친듯 안아버린거야.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어졌지. 그녀는 그런 나를 오히려 따스하고 부드럽게 안아주는거야. 그녀의 몸에선 싱그런 나무 향이 났었지.

-잠이 오네요. 나머지는 아침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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