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 이야기는 삼풍 백화점 관련입니다. 괴담이라기 보다, 대학생 때 이런 일이 있었어요... 라고 끄적거린 것이니, 어디가 무섭다는 거냐! 하지 마시고 그냥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날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주시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95년도에 저는 서울 어느 한 곳의 대학 신입생이었습니다.
원하던 과가 아니라 적당히 점수 맞춰 온 곳이라 캠퍼스 라이프 따윈 관심 없이, 학원을 다니는 기분으로 매일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과에는 3명의 복학생이 있었는데 저는 한 명을 찍어놓고 언제나 그 뒷자리에만 앉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복학생이 남다른 덩치의 소유자라 강의시간 동안 제가 하는 딴짓이 가려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95년 6월 27일이 종강식이었다고 기억합니다만...
삼풍 사고는 29일이었지요.
여름방학이 끝나 학교로 돌아오니 빈 자리가 몇 보이더군요.
군대에 간 동기들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저의 가림막이었던, 복학생 선배의 자리도 비어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관심도 없었을 것을 2, 3일 간 가림막 없이 사니 불편해서, 그나마 안면있던 동기에게 물었죠.
아무 생각없이,
-그 선배가 안 보이네
동기가 눈이 동그래져서 되묻더군요.
-너 장례식 안 왔었냐?
선배는 방학 동안 할 아르바이트를 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 하기로 한 당일, 늦잠을 자서 에라 모르겠다. 아예 가질 않았는데 바로 그 곳이 삼풍 백화점이고, 선배가 일 하기로 한 날이 삼풍이 무너진 날이었던 겁니다.
뉴스를 보고 이 선배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바로 동기 복학생 선배들에게 삐삐를 쳤답니다. 술 좀 마셔야겠다... 내가 쏜다.
아마도 복학생 선배들은 '이xx 늦잠 자서 다행이다.' '술 사야 됨, 두 번 사야됨.' 이러면서 알콜을 들이부었겠죠.
날도 더웠고, 맥주에 소주에... 아무튼 그 자리의 모두가 엄청나게 마셔댔답니다.
현장 상황이 알려진 건, 당시 과대가 복학생 무리 중 한 명이라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배는 화장실에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답니다.
허나 화장실 방향이 아니라, 발코니 방향으로 가길래 바람 쐬려고 그러나? 하는 찰나,
발코니에 몸을 걸치 듯 숙인 선배의 발이 그대로 뜨면서 추락.
사고 장소는 2층
...겨우 2층인데 선배는 사망했습니다.
머리부터 떨어졌고 아래는 아스팔트.
그의 남다른 몸집도 한 원인이었을까요..
학과에서 겉돌던 저에게는 아무도 연락을 안 해 몰랐던 거였습니다.
영화 데스티네이션이 개봉했을 때 웬만한 고어나 공포를 아무렇지 않게 보는 제가 그 영화를 무섭게 느끼고 2편부터 보지 않은 건 20년 전의 이 일 때문일 겁니다.
출처 : 루리웹 냐뭉냐뭉 님(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327/read?articleId=17791813&objCate1=295&bbsId=G005&itemId=145&sortKey=depth)